그러구 보니, MET 오페라 영화 본 적이 1년이 넘었네.
작년에 한 편도 안 봤군...
이번 '피가로의 결혼' 프로덕션의 출연진은
그동안 나름 이 오페라 영화 통해 눈에 익었던 가수들이 한 명도 없는,
나로서는 다들 처음 보는 인물들...
'피가로의 결혼' 역시 대부분의 명작들처럼
타이틀과 대략의 줄거리 정도만 알았을 뿐
제대로 본 적은 처음이었다.
이 작품은 피가로와 그의 피앙세 수잔나가 중심인물이긴 하지만
백작, 백작부인, 그리고 어린시종 케루비노 역시
이들에 못지 않은 큰 비중과 중요한 아리아들을 맡고 있어
소위 요즘 영화에서 말하는 '멀티캐스팅' 오페라 같았다.
또 그만큼 주요 인물들이 여러 명이기에
이야기 구조 및 관계도가 그냥 심플하지만은 않다.
또한, 바람둥이 백작을 하인 예비신랑신부와 백작부인이 합심하여
혼을 내 주는(그리고는 바로 또 용서해 주는ㅠㅠ) 스토리 속에
당시 성(性)과 계급제도에 대한 비판도 숨어있다.
이 오페라는 서곡을 비롯하여
주옥같은 유명 아리아들이 무척 많다.
1막 엔딩에서 피가로가 군에 입대해야 할 케루비노를 약올리며 부르는
경쾌한 멜로디의 아리아 '더 이상 날지 않으리',
2막을 여는 백작부인의 첫 아리아 '사랑을 주소서',
케루비노가 백작부인 앞에서 부르는 아리아
'사랑의 괴로움을 그대는 아는가',
그리고
3막에서 백작을 속이기 위해 백작부인과 수잔나가
편지를 쓰며 부르는 이중창 '산들바람 부드럽게'는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감옥 속에 울려퍼지던 아름다운 선율로도 유명하다.
오페라 아리아도 뮤지컬 넘버처럼
공연을 보기 전에 음악으로만 듣는 것보다
실제로 그 노래가 불리워지는 상황과 함께 접하면
훨씬 노래에 대한 이해도나 감상이 남달라지는 점이 있는데
이 작품 역시 그러했다.
배경이 되는 각각의 방들을 매끄럽게 연결시켜 주는
턴테이블 방식의 무대디자인도 아름다웠고
제임스 레바인이 이끄는 오케스트라 음악도 훌륭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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