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치콕이 영화화하여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그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매력적인 로맨스 스릴러 뮤지컬.
작품을 전반적으로 지배하는 기조와 에너지에서부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서스펜스 또한 남다르다.
이 작품에서는 두 가지의 사랑이 뒤섞여 있다.
나(I)와 막심의 사랑 그리고 댄버스 부인과 Rebecca의 사랑.
전자는 막심에 대한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
서서히 강인하게 맞서는 나(I)라는 여인의 성장기적 성격을 띠고 있고
후자는 Rebecca에 대한 댄버스 부인의 숭배에 가까운 사랑으로
미묘한 레즈비언 정서가 그 이면에 깔려 있다.
조연이지만 이 공연에서 사실상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댄버스 부인이다.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 Rebecca에 대한 언급과 흔적만으로
그녀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바로 댄버스 부인이다.
이 작품의 테마곡이면서 가장 뛰어난 넘버 'Rebecca' 또한 댄버스 부인의 몫이다.
이 역할로 커다란 호평을 받고 있는 옥주현은
폭발적인 가창력과 절제되면서도 카리스마있는 연기로
극 자체를 이끄는 놀라운 흡인력을 보여주었다.
어두운 그림자를 안고 사는 때로는 광기어린 모습을 분출하는 막심을 표현해야 하는
유준상의 경우는 유연함은 돋보였지만 섬세한 연기력이 아쉬웠다.
막심의 새로운 아내 '나(I)'를 맡은 김보경은
캐릭터의 변화 과정이나 댄버스 부인과의 대조가 효과적이었다.
무대와 영상 그리고 조명과의 조화가 매우 탁월했고
실베스타 르베이의 음악도 유려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Elisabeth' 음악이 더 나은 듯...)
이름은 있지만 존재하지 않는 이(Rebecca)와 존재하지만 이름은 없는 이(I)의 대립.
결국 이름은 불타고 존재는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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