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미스 사이공(Miss Saigon)'을 4년만에 다시 보았다.
그때에도 언급했지만 이 작품은 솔직히 불편함이 없지 않은 작품이다.
내년도 Next Production 참고 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다시 한번 보게 된 건데...
주연급 배우들의 기량이 높아져서 그 부분은 만족스러웠다.
초연 때엔 엔지니어 역의 배우가 개막을 앞두고 갑자기 쓰러진 바람에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커버 배우가 그 역을 소화했었는데
중요한 캐릭터인지라 많이 아쉬웠었다.
그런데 이번에 엔지니어 역을 맡은 이정열 씨는
이 배우 정말 이젠 뮤지컬 배우로 물이 올랐구나 싶었다.
이정열... 어린 친구들은 이 사람을 잘 모르겠지만 포크 가수 출신이다.
'그대 고운 내 사랑'이 아마 대표곡일 듯...
2000년대 중반부터 뮤지컬 배우를 시작하더니
이 배우, 노래도 안정적이고 각 캐릭터에 맞게 연기도 참 잘 한다.
매우 성공적인 전업 케이스...
그리고 킴 역의 김보경!
첫 주연을 맡았던 초연 때엔 그냥 그랬었는데 이번에 보니 완전히 무르익어 있었다.
역시 내공이 쌓이니 다르군 하고 감탄하며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어제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을 그루와 함께 보았다.
작년 9월에 시작한 공연이지만 되도록이면 그루가 조금이라도 더 컸을 때에 보여주자 싶어
종연을 앞두고 그리고 그루 방학 끝나기 전에 공연장을 찾았다.
그루는... 걱정했던 것보다는 오랜 시간 꿈틀대지 않고 잘 보긴 했다.
하지만 특히 러브스토리는 거의 이해하지 못한 듯했고^^
특별한 무대 효과가 있는 장면과 팬텀과 라울의 대결 장면은 재미있게 보는 듯...
나 역시 5개월만에 본 것이었는데
크리스틴 최현주는 처음과 다를 바 없이 역시 훌륭히 잘 하고
팬텀 양준모는 개막 즈음보다 동정의 여지가 줄어든...캐릭터 연출의 변화가 보였다.
새로운 칼롯타와 마담 지리는 왠지 낯선...
그루 아빠는 2001년 한국 초연 때 배우들보다는 훨씬 잘 하는 것 같은데
2005년 내한공연이 역시 최고였다며 아쉬워한다.
나도 100% 동감이긴 하지만, 솔직히 이 비교는 다소 무리인 것도 사실이다.
브래드 리틀은 그 때 당시 팬텀 역을 무려 1800회 공연해 왔던 팬텀 베테랑이었다.
물론 그릇의 차이도 있겠지만 오랜 노력으로 쌓아올려진 내공은
그 무엇도 이길 수 없는 절대적인 우위의 힘을 갖고 있다.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내공은 작용된다.
오랜 관계일수록 구구절절 부연 설명이 필요치 않게 된다.
왜 그랬는지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금방 알아차리게 되고 이해하게 된다.
일에 대해서도 관계에 대해서도
오랜 시간과 반복된 노력, 기본 센스가 있다면 내공은 쌓이게 된다.
20년 가까이 함께 한 게 있는데
오히려 쌓였던 내공이 무너지고 있음을 요즘 체감한다.
위로가 되어주기보다는 내게 독(毒)이라는 증거다.
분명 이는 내공의 대상이 아니다.
아무래도 이 지긋긋한 관계를 정말 기필코 꼭 끊어야겠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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