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brief comment

The Story of My Life

spring_river 2010. 9. 13. 14:44


"죽으면 좋은 말만 해 주네?"

"그게 송덕문이라는 거야."
"
니가 내 꺼 써 줄래

 
나도 니 꺼 써 줄게
."
"
그게 가능해
?"
"
, 그러네
... 
 
남은 사람이 하기, 약속!"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의 송덕문을

고민하고 있는 한 남자
.
30
년간의 오랜 우정이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펼쳐지는 가운데

베스트셀러 작가인 자신의
모든 글의 원천이

바로 그 친구였음을 깨닫고
좋은 말만 해 주는 송덕문이 아닌
친구가 진정 원하던 송덕문을
비로소 써 내려가기 시작하는
...

두 남자의 우정에 관한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담백한 그리고 잔잔한 감동에 젖어들게 하는 2인극이다.
이지적이고 냉정한 그리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토마스 역의 류정한과

순진하고 유아적인 그리고 과거에 사는 엘빈 역의 이석준은
각각의 캐릭터 표현과 쉽지 않은 멜로디의 뮤지컬 넘버들을 잘 소화해 내고
오랜 책방의 무대 세트와 따뜻한 색감의 조명도 작품의 느낌을 상승시킨다.
이 작품은 모든 게 넘치지는 않되 딱 그만큼인
......

함께 본 현정 양이 공연장을 나오며 내게 말한다
.
"
내 송덕문, 니가 써 주라
~"
농담으로 웃어넘겼지만, 그 말을 직접 듣고 보니

송덕문을 써야 하는 그 남자 마음의 무게를 알겠다...
한 사람에 대해 써 내려간다는 건 (그것도 공개적으로 대표적으로
...)
정말 함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듯
...
'내세' 그다지 믿지 않는다
.
지금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 후회없이 행복하게 사는 게

그게 최고이고 그러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지하철 으뜸 소음 중의 하나인

"
예수님 안 믿으면 지옥 간다"는 말도 내겐 하나도 협박이 되지 않고
불교의 윤회도 내겐 별로 신빙성 없는 교리다.
물론 우리나라 문화에 송덕문이라는 건 없지만 그래도 한 번 생각해 본다면

새삼스레 추켜세우고 포장하는 형식적인 겉치레보다
그 사람을 좋아하는 그리고 그 사람을 잃게 된 걸 슬퍼하는 이들이 모여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서로 함께 나누는
그것이 떠난 사람을 위한 최상의 인사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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