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에서의 첫 공연
'Sweeney Todd'를 보다!!!
이 작품은
1979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되어 브로드웨이를 경악 속으로 밀어넣었던,
달콤한 해피엔딩이 판치던 브로드웨이 뮤지컬계에 피비린내를 물씬 풍겼던
잔혹한 스릴러 뮤지컬이다.
초연 당시 토니상 수개 부문을 수상하고 큰 주목을 받았지만
심각한 내용 때문이었는지 크게 롱런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뮤지컬 역사를 얘기할 때에 반드시 손에 꼽히는 매우 중요한 위치의 작품으로,
'스티븐 손드하임'이 작곡과 작사를, 그리고 '해롤드 프린스'가 초연 연출을 했는데,
아마도 이 거장들의 훌륭한 역작이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스티븐 손드하임은 영국의 앤드루 로이드 웨버에 견주되는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계의 거장이다.
다만, 웨버가 좀더 대중성에 가까이 있다면
손드하임의 작품은 뭐랄까 좀더 지적이고, 전형적인 스타일에서 비껴나 있어
작품적으로는 큰 호평을 받으면서도 일반인들에게 쉽게 이해되지 않는 면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손드하임의 작품이 많이 소개되어 있지 않아 잘 알려져 있지는 않고
작년에 'Assassin'이 한국 프로덕션으로 제작되었었는데
심오한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프로덕션 자체의 퀄리티가 떨어져서 실패했었다.
'스위니 토드' - 이 작품이 20여년만에 드디어 존 도일 연출의 프로덕션으로
리바이벌되어 브로드웨이에 다시 돌아왔고,
토니상 직전에 개최되는 드라마 데스크 어워드에서 리바이벌 작품상을,
토니상에서 연출상과 편곡상을 안았다.
원래 이 곳 블로그의 후기 글에 작품 줄거리는 잘 쓰지 않는 편이지만
이번에 브로드웨이에서 본 작품들의 경우
한두 작품을 제외하고는 한국에서 공연될 기회가 별로 없을 터이기에
작품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평범한 한 이발사가
단지 아름다운 아내가 있다는 사실 때문에
판사에게 찍혀 누명을 쓰고 영국에서 추방당한다.
그 아내는 하룻밤의 희롱거리가 된 후 행방불명,
게다가 이 판사는 그들의 딸인 조안나를 데려다 키우더니만
그녀에게 욕정을 품고 결혼하자고 덤빈다.
스위니 토드라는 이름으로 돌아온 그 이발사는
자신의 아랫집에서 파이집을 하던 러벳 부인과 짝을 이뤄
복수의 그 날이 오기까지 사정없이 면도날을 휘두른다.
심지어 거리의 미친 여자가 된 아내마저 몰라보고 목을 그어 살해한다.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딸 조안나 역시
그 장면을 숨어 보다가 자칫 목숨을 잃을 뻔한다.
스위니 토드는 마침내 러벳 부인마저 죽이고
그 자신은 러벳 부인이 거둬 키우던 고아 토비아스에게 살해된다...
리바이벌 프로덕션의 경우, 그것도 특히 원작을 대가가 연출한 경우에는
오리지널의 그늘 때문에 웬만해서는 큰 평가를 받기가 힘든 편이다.
그러나 이번 '스위니 토드'의 리바이벌 프로덕션의 경우는
독특하면서도 차별화된 연출 방향 및 배우 호연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다.
멋진 그리고 고풍스러운 극장 내부와 가득찬 관객석... 흥분되기 시작..
드디어 막이 오르고...
일단 무대가 단일 무대이다.
그리고 모두 열 명의 배우들은 공연이 시작되면서부터 끝까지
단 한 명도 무대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모든 배우들이 악기를 연주하며 그들 스스로 오케스트라를 겸한다.
그리고 모든 소품과 장면 전환을 담당하는 크루의 역할까지 해 낸다.
그러면서도 한시도 자신의 캐릭터를 잊지 않는다.
배역을 연기하고 나서 자신의 연주 자리로 돌아가면서도 그 캐릭터 그대로 살아있다.
심지어는 각자가 연주하는 악기들도 그 캐릭터의 성격과 닮아있다.
악기들을 프로급으로 연주하면서도
연기와 노래도 뛰어난 이처럼 훌륭한 배우들이라...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작품은 우리 나라에서 불가하다!
공연을 보면서 인상적이었던 것들 중 하나는
스위니 토드가 살해를 할 때마다 철컥 끼익 하는 날선 음향과 동시에
무대 Wall 사이사이의 조명이 Red로 변하면서
마치 진짜 핏빛 살해 현장에 있는 듯한 섬뜩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줄거리 정도만 미리 알고 갔을 뿐 대사와 가사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가사의 음율이 정말 기가 막히게 놀라울 정도였다.
(아... 저게 바로 뮤지컬 넘버의 가사라는 것이구나...하는 생각...
창작 뮤지컬이야 언급할 것도 없고
해외 뮤지컬을 한국 프로덕션으로 만들 때 역시
되도록 원작의 뜻을 살리면서도 관객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하기에만도 벅차기에
가사의 운율을 살리는 작업은 사실 꿈도 못 꾼다...)
또한 전체적으로 심각한 내용이면서도 유머 감각이 살아 있어
극을 보는 내내 관객들이 웃음도 계속 이어졌다.
스위니 토드를 공연하고 있는 유진 오닐 극장에 처음 도착했을 때에
극장 밖 대형 포스터에서 '패티 뤼폰'의 이름을 발견하고 사실 무척 흥분했었다.
패티 뤼폰은 우리의 차기작품인 'EVITA'의 브로드웨이 초연 주인공으로
이 작품에서 토니상을 받기 시작하여
현재는 브로드웨이에서 손꼽히는 여배우 중의 한 명이다.
아, 이 유명한 배우를 직접 눈으로 보게 되는구나 하고 좋아했는데
왠 걸... 극장 문 앞에 조그마한 고지글이 보였다.
6월 며칠부터 며칠까지 패티 뤼폰이 휴가 중이랜다. (하필 이 기간 중이다...)
아... 갑자기 급실망...
이 기간 중에 러벳 부인 역은 토니상을 수상한 바 있는 'Judy Kaye'란 배우가
맡는다기에 그래도 조금은 안심...
물론 공연으로 직접 확인한 이 여배우도 훌륭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이 여배우, The Phantom of the Opera의
브로드웨이 초연 때에 '칼롯타' 역으로 토니상 여우조연상을 받았댄다.
미리 정보를 알았었더라면 괜히 더 반가웠을 텐데...)
모든 배우들이 흠잡을 데 없이 훌륭했지만
특히 스위니 토드 역의 '마이클 서버리스'라는 배우... 진짜 멋졌다!
(이 배우 역시 손드하임의 작품 'Assassin'으로 토니상 수상자..)
이름만 듣던 토니상 수상자들을 직접 볼 수 있는 이 곳, 브로드웨이......
항간에 한국의 어느 제작사가 이 작품을 샀다는 소문도 들리긴 하는데
내가 보기엔
이 작품의 독특한 정서가 한국 관객들에게 어필되기 힘들 뿐더러
이러한 연출, 그리고 배우... 한국에서 능력 밖이다. Impossible!!!
대중적인 취향의 이들은 왜 이 작품을 보려고 하느냐며 의아해하기도 했었지만
뮤지컬 역사상 늘 거론되던 중요한 작품이기도 하고
또 브로드웨이의 전형적인 스타일이 아닌, 그러면서도 크게 호평받고 있는
이 작품을 꼭 보고 싶었고
역시 후회하지 않을 만큼 커다란 감동을 받았다.
'Sweeney Todd'... 매우 강렬한 작품이었다......
공연 후 극장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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