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숙제 그 두 번째,
'The Thing about Men'을
어제 보고 왔다.
이 공연을 보려 했던 이유는
우리 프로덕션 레퍼토리인
뮤지컬 'I LOVE YOU'를 만든
작곡가 지미 로버츠와
작사가 조 디피에트로 콤비의
후속 작품이라는 것,
그리고 우리 'I LOVE YOU'
연출가였던 한진섭 감독님이
연출을 맡은 작품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The Thing about Men이
현재까지도 오프브로드웨이 최장기흥행을 기록하고 있는 I LOVE YOU와는 달리
오프브로드웨이에서 그리 오래 못 버티고 내려온 작품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상반기 최고 흥행성적을 거둔 I LOVE YOU의 후광효과로 이 작품을 홍보했으나
실제로 관객 점유율이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이 작품이 실제로 좀 떨어지나?... 왜 이건 잘 안 되었지?...' 하는 의문이
이 공연을 보고자 하는 가장 주요한 동기였다.
그런데 직접 본 결과,
이 작품 역시 무지 재미있었고 꽤 잘 만든 공연이었다.
'지피지기 백전백승! 아내를 되찾기 위한, 그놈과의 동거가 시작되다!' 라는
홍보 카피에서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있듯
자신의 바람기와 무관심에 버려진 아내가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사실에
그 남자가 궁금해 접근했다가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함께 그 남자와 동거를 하면서 벌어지는 뮤지컬 코미디로,
지미 로버츠&조 디피에트로 작품다운 재기발랄한 구성과 대사가 돋보였고
뮤지컬 넘버 역시 괜찮았다.
그 제작사 극단의 보물이라 할 수 있는 성기윤은 역시 기대를 버리지 않았고
가수에서 뮤지컬 배우로 활약하고 있는 이정열도
전작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의 약간의 뻣뻣함이 많이 사라진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여주인공 루시 역의 고명석도 좋은 가창력과 연기를 보여주었고
1인 다역을 연기한 두 남녀 신인배우들도 그 몫을 훌륭히 해내고 있었다.
작품 자체가 좋았고 배우들도 뛰어났고 그리고 연출의 힘도 컸다.
Ending의 내용이 잘못 표현하면 억지스럽고 유치하게 될 수 있는 부분을
센스있는 연출로 자연스러운 깔끔한 마무리를 거둘 수 있었다.
아니, 이렇게 재미있고 잘 만들었는데 그런데 왜 크게 성공을 못 했지?......
보통 이런 경우 '마케팅'을 잘 해내지 못한 걸로 이유가 돌려지게 되는데
어쩔 수 없는 맞는 이유인 것 같으면서도
같은 공연 마케팅을 하는 입장에서 그렇게 말하기엔 참 착잡하다...
영화마케팅을 하던 친구 윤정이가 일전에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영화 성공하면 작품이 잘 나와서 그렇다고 하고
실패하면 작품은 잘 나왔는데 마케팅을 잘못 해서 그렇다고 한다고...
분야는 다르지만 '맞아 맞아' 맞장구를 쳤었다.
성공하면 마케팅 잘 해서 그렇게 되었다는 얘기는 절대 안 나오고
실패하면 모든 걸 다 마케팅 탓으로 돌린다.
물론 좋은 작품이든 좀 우려되는 작품이든
시장에서 팔리게 하는 역할이 마케팅이긴 하지만
솔직히 무지 억울한 것도 사실이다...
아무튼, 아깝다... 재미있고 좋은 공연이었는데 크게 빛이 나지 못해서...
이건 다른 얘기인데...
일전에 본 '틱틱붐'도 그렇고 어제 본 '더씽어바웃맨'도 그렇고
돈 잘 버는 화이트컬러, 그러나 늘 일에 치여 주위를 돌보지 못하는 대명사로
광고회사 사람이 나온다.
이건 우리나라나 외국이나 똑같나 보다...
어제도 보고 있으려니 옛날 생각이 나서 피식 웃었다.
참, 광고회사 사람의 전형적 특성으로 그려진 점이 또하나 있다.
그런대로의 성공의 이면 바닥에 자신의 원래의 꿈을 따로 안고 있고
그 꿈을 접고 살고 있는 것에 대해 아쉬워하고 미련을 갖고 있다는 것...
참 이상하지,
왜 광고회사 다니는 사람들 80% 이상 (나의 예상치...)은
광고가 아닌 다른 꿈을 꾸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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