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그리고 갑자기 보게 된 연극 '테이프'
(스카치 테이프가 아니라 녹음 테이프의 테이프)
유오성이 심기일전차 참여한 작품으로,
자신의 친구와 여자친구 사이에 있었던 10년 전 진실을 밝히고자
테이프에 녹음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살짝 예측을 뛰어 넘는 스토리 전개도 독특했고
총 등장인물인 세 사람의 연기 역시 안정적이었으며
100% 배우 중심의 연극이라 그들의 변해가는 캐릭터를 바라보는 것 역시
매우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요즘 계속 뮤지컬만 보다가 오랜만에 연극을 보니
고향을 찾은 듯 맘이 푸근하고 남다르다.
연극 'TAPE'에 관한 나의 궁시렁...
하나. '첫 남자(첫 여자도 물론...)에 대한 강한 집착'에 대하여
두 남자 '빈스'와 '존'은 한 여자 '에이미'의 첫 남자다.
빈스는 에이미가 고교시절 첫사랑 (그러나 잠자리는 하지 않은...)이며,
존은 친구 빈스와 헤어진 에이미와 첫 섹스를 했던 사이다.
두 사람 자신이 첫 남자라 생각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드러내는 방식은 다르다.
빈스는 10년간 묵혀왔던 의문을 끝내는 밝히고자 한다.
명실공히 자신이 첫 남자라 생각한 그는
친구 존과 에이미의 10년 전 관계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분명 섹스가 아닌 강간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반면, 존은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한 빈스보다 늘 우위라고 내심 생각한다.
변변한 일거리 없이 마약까지 하는 빈스보다
전도유망한 단편영화 감독인 자신이 훨씬 번듯하며 그리고
그옛날 빈스의 첫사랑 에이미를 자신이 처음으로 가졌었고...
사람들은 첫 남자, 첫 여자에 대해 거의 강박관념적 정서가 있다.
어떤 사람은 대놓고 얘기를 하고
어떤 사람은 아닌 척 하면서 마음속 깊은 곳에는 담아두고 있는 것이 다를 뿐...
말로는 중요한 건 마지막 남자, 마지막 여자라고 하면서도
내가 첫 남자일까, 내가 첫 여자일까를 궁금해하고 심심하면 의심한다.
첫번째... 첫번째...
'선점'이 마케팅에서만 중요한 게 아니다.
사람들은 자기 삶에 있어 첫번째에 대한 각별한 정서가 있다.
첫만남, 첫사랑, 첫키스, 첫섹스, 첫결혼(좀 이상한가?...),
첫아기, 첫 내집, 첫직장, 첫작품......
처음이라는 것에 대한 기억 그리고 애정이
다른 어떤 것보다 오랫동안 강하기 때문에
집착에 가까운 태도를 갖게 되는 거겠지?
어찌 생각하면 참 우스운 것이면서도 어찌 할 수 없는 것 중의 하나다.
둘. 정제된 언어와 정제되지 않은 언어에 대하여
두 남자 '빈스'와 '존'은 서로 다른 언어 스타일을 갖고 있다.
빈스는 정제되지 않은 언어, 쉽게 말해 그냥 막 내뱉는 언어이고
존은 정제된 언어, 그러니까 굉장히 포장된 언어이다.
두 사람의 말과 행동, 삶의 태도를 보면 재미있는 상반됨을 발견할 수 있다.
언어라는 게 그 생태적 본질상 어쩔 수 없이 오해와 왜곡이 있을 수 있다.
위 두 다른 종류의 언어 역시 오해와 왜곡을 낳는다.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정제되지 않은 언어의 경우,
물론 꾸밈이나 가식이 없고 솔직하다.
솔직함은 그러나 때로 오해를 낳는다.
정제된 언어의 경우,
그게 옳은 거라 교육받아 왔기에 당연히 올바른 언어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일종의 허위의식이 은연 중 숨겨져 있다.
그 포장과 숨겨진 허위는 왜곡을 낳는다.
이 둘의 적나라한 대비를 보는 것 역시 재미있는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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