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을 '애호'가 아닌 '업으로
하게 되면서 바뀐 것 하나는,
사실 그다지
보고 싶지 않은 공연도
일이라는 이유로 보게 되는 것...
예전에는
정확히 내가 보고 싶은 것들만
골라서, 그대신 꼭 보았다.
금전적, 시간적 투자를
요하는 이유가 아마 컸으리라...
그런데 이 일을 시작하면서부터는
보고 싶은 것 외에도
기본적으로 여러 진행되는 공연들을 보게 된다.
좋은 것이든 아니든 많이 봐야 음으로 양으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사비를 들이지 않아도 되는 좋은 점도 약간 작용되기도 하고...
글의 제목에 '밀린 숙제'라고 표현했는데
보긴 봐야 하는데 하고 생각을 하면서도 일 때문에 정신없어서 계속 미루고 있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언뜻 봤더니 위의 생각을 했던 두 개의 작품 모두
이번 주가 공연의 마지막주였다.
그래서 부리나케 두 작품 다 이번 주에 해치우기로 했다.
두 작품 모두 솔직히 마구마구 보고 싶은 공연은 아니었다.
오히려 왜 실패했는지 반면교사로 삼기 위한 일종의 텍스트 격이다.
그 첫번째, 어제 본 '어쌔신'.
우리나라에는 그동안 소개되지 않았지만
브로드웨이에서는 굉장한 신화적 인물인 스티븐 손드하임의 최신작인데
9명의 미국 대통령 암살자(암살시도자 포함)들의 스토리로
토니상 수상과 함께 큰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그 동안 앞서 이 공연을 본 많은 사람들의 얘기를 사전에 들었었다.
200년 전부터 최근까지의 미국 대통령 암살자들 이야기라
사실 그 나름대로의 역사적 배경과 정서가 있을진대
그게 한국관객에게는 너무 생소하고 이질적이라는 말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어제 공연을 직접 보니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작품 자체는 무척 좋은 작품이었고
스토리의 이질성도 사실 그렇게 크게 걸림돌로 느껴지지 않았다.
제일 큰 문제는 프로덕션의 낮은 완성도였다.
배우들의 실력도 한두 명을 제외하고는 낮았고 무엇보다도 겉돌고 있었다.
이는 연출과 배우 모두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고 소화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뮤지션 연주 실력과 배우들의 노래 소화 능력이 딸리는 것으로 보아
음악감독도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올해 들어 他 제작사들에서 시도하고 있는
뮤지컬 열전, 뮤지컬 즐겨찾기 시리즈가 사실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중소형 극장 하나를 장기대여해서 지속적으로 중소형 뮤지컬을 올림으로써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뮤지컬 시장을 키운다는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多作이 되면서 그만큼 프로덕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충분한 검토 및 사전 제작기간을 거치지 못하고 올리는 데에 급급해서
작품 완성도나 마케팅 모두 제대로 집중되지 못하는 악순환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언론 평가나 흥행 성적 모두 부진을 보이고 있다.
극장, 배우, 제작스태프, 마케팅 인원이 부족한 한국 현실에서는
사실 현재 너무 많은 작품들이 올려지고 있다.
특히 국내 초연인 작품인 경우나 작품성이 높은 공연인 경우
이렇게 시장에서 한 번 망가지면 더이상 추후 재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는데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다.
아무튼 많이 화가 나고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어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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