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brief comment

Evil does not exist

spring_river 2024. 4. 8. 12:06

 





★★★☆



# 계속 무언가에 집중할 게 필요해서...
   마침 전작의 좋았던 기억에 
   스크린에서 내리기 전 급히 예매해서 본 영화.

   오래 지속되었던 코로나 시기에
   이 사태를 분명히 놓치지 않을  
   많은 문화예술 창작자들이 
   과연 어떤 작품들을 만들어낼까 궁금했었다.
   코로나 시기에 쓴 한국 소설들은
   벌써 나오기 시작했고, 몇 편 봤었다.

   이 영화를 보며
   차세대 일본영화의 거장이라 불리우는 이는
   이러한 작품을 떠올리고 만들어냈구나 생각한...

# 이 영화의 주인공은 자연이 아닐까 싶을 만큼
   독특한 카메라워크에 담긴 자연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 이제껏 본 영화들 중에
   가장 어리둥절하게 한 영화 엔딩이 아닐까 싶다.
   거의 수수께끼 같은...
   영화는 갑작스럽게 끝이 나고
   관객은 의문을 품은 채 숲속에 남겨지는...

# 글램핑장 설명회에서 한 노인이 일침한다.

   "상류에서 한 일은 반드시 하류에 영향을 줍니다.
    상류에 사는 사람에겐 의무가 있습니다.
    눈앞의 돈벌이에 급급해 
    더러운 물을 전부 하류에 흘려보내서는 안됩니다."

# 사슴이 지나는 길목에 글램핑장을 짓겠다고 하자
   주인공 남자가 그럼 사슴은 어디로 가느냐, 물으니
   어디든 가겠죠, 라고 파견직원이 대답한다.

   '어디든 가겠죠'라는 대사에서
   지난달 읽은 권여선의 소설집 「각각의 계절」에서 
   '사슴벌레식 문답' 단편이 떠올랐다.
   그 소설의 키워드가 '어디로든'이었다.
   
   어떤 필연이든, 아무리 가슴 아픈 필연이라 할지라도
   가차없이 직면하고 수용하게 만드는 잔인한 간명이
   ‘든’이라는 한 글자 속에 쐐기처럼 박혀 있었다.
   
   ......
   나는 주문을 외우듯 다시 사슴벌레식 문답으로 돌아간다.

   어디로 들어와, 물으면
   어디로든 들어와, 대답하는 사슴벌레의 말은
   의젓한 방어의 멘트도 아니고
   어디로든 들어왔다 어쩔래 하고 윽박지르는 강요도 아닐 수 있다.
   그것은 어쩌면 감당하기 힘든 두려움의 표현인지도 모른다.
   어디로든 들어는 왔는데 어디로 들어왔는지 특정할 수가 없고
   그래서 빠져나갈 길도 없다는 막막한 절망의 표현인지도.

   "너 어디로 갈 거야?" 하는 물음에
   "어디로든 가겠지"라고 답하는 사슴이 상상된다.
   somewhere가 anywhere, 그리고 nowhere가 되는...

# 사회의 폭력성에 자연은 분노한다.
   악은 어디에든 존재하지만
   자연에는 선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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