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brief comment

12.12: The Day

spring_river 2023. 12. 12. 18:04

 





★★★★



# 이 영화에 대해 처음 얘기를 들었을 때엔
   두 가지 이유로 안 보려고 했었다.
   첫번째는, 전두환이라는 존재가 주요 인물로 나오는 영화를 굳이 보고 싶지 않아서.
   두번째는, 대부분 보면
   타이틀롤 격인 악역에게는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서사를 부여하고 연민도 불러일으키는데
   다른 사람도 아닌 황정민이 전두환을 맡았다니...  
   그의 뛰어난 연기력로 너무 그 인물이 설득력이 있을까봐
   조금이라도 그렇게 미화되는 상황을 결코 목격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데 먼저 본 친구들이 그럴 염려는 전혀 없다고 안심시켜 주었고
   영화 완성도에 대한 호평도 높아서 
   그럼, 볼까... 하고 예매했다가 
   12월에 외출 얻어 하루를 같이 보내기로 한 그루가 
   자기도 그 영화 보고 싶다고 하길래
   기존 예매분을 취소하고
   벌써 700만 가까이 본 시점인 좀 뒤늦은 시기에 셋이 함께 보았다.
   가득 메운 전체 관객의 95%가 군인인 영화관에서^^ 
   (그래서인지 몰입감과 긴장감이 더욱 팽배했던 분위기...)  

# 영화 만듦새는 나무랄 데 없이 좋았다.
   12.12 군사 쿠데타에 대해 수없이 많이 들었지만
   어떤 내막들이 있었는지는 의외로 자세히 모르고 있었는데
   그 어이없는 실상을 낱낱이 알게 된 것이 큰 수확이었다.
   그리고 내가 걱정했던 포인트는 해당없어서 다행이었고~   
   '리차드 3세'를 보고 황정민을 캐스팅했다는 감독의 얘기를 기사로 봤었는데
   마침 그 연극을 2년 전에 봤던지라 고개가 끄덕여졌다.
   왕위 찬탈을 위한 극악무도한 권모술수의 대가이며
   연민이 일지 않는 악인 캐릭터로 유명한 리차드 3세를 연기했던 황정민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전두환 그 인물을 탁월하게 연기했다.
   악당의 환호가 마치 배설물 같았던 화장실 씬 연기는 그 인물에 대해 방점을 찍었다. 
   다른 주·조연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비극의 9시간에 대한 효과적인 관점과 시각을 창출해 낸 시나리오와 연출, 촬영,
   그 시대의 분위기와 그 사건의 밀도를 잘 재현해 낸 미술,
   그리고 특히 조명 연출도 인상적이었다.

   '악을 저지르는 자는 누구나 빛을 미워하고 빛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자신이 한 일이 드러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_요한 3,20

# 진심으로 회개한다면 모든 죄는 용서받을 수 있다는 것이
   그리스도교의 믿음이다.
   그것 때문에 영화 '밀양'의 사단이 나기도 했고...
   그런데 사실 중요한 건 '진심으로', 이 부분이다.
   그루 아빠가 예전에 그런 말을 한 적이 있긴 했다.
   정말 '진심으로' 회개를 한다면 
   자기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 온전히 깨닫게 된다면
   용서받을지라도 그 사람의 남은 삶은 산 지옥이 아닐까 하는...   
   암튼,
   나는 전두환이 죽기 전에 혹시 잘못을 뉘우친다고 할까봐 걱정했다,
   자비의 하느님이 설마 저 놈을 용서해 주시면 어떡하나 하고...
   끝까지 악인으로 죽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천벌이 내렸을 거라 나는 꼭 믿는다. 

   마침 어제 본 웹툰(^^)에서 기억나는 대사_
   "본인의 이기심으로 
   이 세계를 멸망시키고
   많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고통과 절망을 주었기에,
   그에게 내리고자 하는 형벌은
   그가 상처주었던 사람들의 고통을 그대로 오롯이 느끼게 하고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고 괴로운 기억을 반복하게 하여
   자신의 죄를 뉘우칠 때까지 이 지옥이 영원히 되풀이되는
   미궁 속에 갇혀 있게 하는 것입니다."
   "저 악마가 속죄할 일이 없을 테니 아주 적절한 형벌이로구나."
   
   속죄와 용서로 성탄을 준비하는 대림주간에 적절치 않은 언사이지만
   나는 저 사람에 대해서는 용서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그간 많은 사람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을 텐데,
   이 영화가 그의 악행의 시작일 뿐이긴 하지만 
   이를 계기로 더 많은 사람이 그러할 것 같아서 다행이다.

# 그나저나 내년 봄, 우리는
   '서울의 봄'을 맞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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