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brief comment

Richard Ⅲ

spring_river 2022. 1. 28. 10:56

 




★★★☆



# 공연을 보고나서 집에 왔는데,
   TV '꼬꼬무'에서 
   4.19 혁명의 시발점이 된 3.15 마산의거를 다루고 있었다.
   김주열 군의 최루탄 사망사건 스토리를 보며 울지 않을 수 없었고, 
   방송이 끝날 즈음 진행자가 이런 인상적인 멘트를 남겼다.
   '과거는 지금을 위한 질문이다.'

   연극 '리차드3세'는
   지금의 우리에게 어떤 질문을 하고 있을까.

# 리차드3세는 
   많은 악인 캐릭터들 중에서
   이상하게도 별로 연민이 일지 않는 인물이다, 내게는...
   아마도 인간적인 조명이 별로 없다시피 하고
   왕위 찬탈을 위한 극악무도한 권모술수가 
   지극히 강조되어 있어 그렇지 않나 싶다.   
   하긴 역사가들도 그가 그렇게까지 악인은 아니라고 한다.
   원래 이전의 기록은 용감한 전사, 꽤 괜찮은 왕이었는데
   리차드3세 이후의 튜더 왕조가 정통성을 갖기 위해
   일부러 그에게 오명을 씌웠으며
   엘리자베스 1세의 후원을 받은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의해
   그 이미지가 더 굳어지게 되었다고 얘기한다. 
   승자에 의한 왜곡 가능성이 다분한 인물이라는 것.   
   
# 리차드3세로 분한 황정민 배우는
   때로는 광기넘치게, 때로는 능청스럽게, 때로는 냉정하게
   상반되는 여러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능수능란하게 무대와 관객을 들었다놨다 했고
   최고의 배우다운 흡인력 높은 열연을 펼쳤다.
   구부정한 몸으로 절름거리며 거칠게 달려나오다가 
   서서히 꼿꼿하게 허리를 세우고 천천히 걷는
   커튼콜의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3년 전 그의 연극 '오이디푸스'에서도 그랬듯이
   이번 연극 또한 황정민만 압도적이었다.
   그래서 다른 인물들은 잘 살지 않는 아쉬움이 있다.
   엘리자베스 왕비를 맡은 장영남 배우 정도만
   그의 대척점에서 무게중심을 잘 잡아줬을 뿐...
   그리고,
   지난 2018년에 보았던 토마스 오스터마이어
   연출 버전(https://spriverk.tistory.com/866)의 극이
   워낙 강렬해서인지
   서재형 연출의 인물과 무대는 다소 단조로워 보였다. 

# 요즈음에 벌어지고 있는 모습처럼
   극은 대부분 소문과 예언으로 전개되었고,
   400년 전 셰익스피어의 대사는
   여전히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었다.

   그는 말한다. 
   "악행은 내가 저지르고
   통탄할 책임은 남에게 미루는 손쉬운 방법_
   벌거벗은 악당 몸에
   성경에서 훔쳐 온 낡은 명언 조각을 걸쳐주면,
   사악한 악마 노릇에 열중하고 있는 동안에도
   성인으로 보인단 말이지.
   나는 검은 손이 일을 치르는 동안 하느님께 기도나 하자."

   죽기 전 그는 말한다.
   "나의 죄를 묻는 그대들의 죄를 묻고자 한다."

   그리고 
   한 서린 저주를 퍼붓던 마가렛 왕비가 마지막까지 절규한다.
   "그대들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 아는가."

# 이 극을 보며 내가 가장 울컥했던 대사는 이것이었다.
   "지금은 악을 택하고 선을 그리워하는 편이 낫다."
   
   아니, 대체 왜 그러는 거냐고... 
   그리고 그 바보짓을 또 반복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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