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brief comment

작별하지 않는다

spring_river 2022. 1. 19. 20:03

 




어느 재벌총수가
SNS에 '멸공' 두 글자를 올리자
많은 비판이 잇따랐고
우익인물들이 멸공놀이를 하기 시작했다.
오너리스크를 생각지 않는 무모함도 문제지만
만약 그가 그냥 '반공'이라고 썼다면
아마 나는 그를
관종 정도로만 치부하고 덜 한심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이 소동에 대해 한 역사학자는 이렇게 평했다.

한국 현대사에서 ‘멸공’의 의미_

공산주의자들을 절멸시키는 것.
공산주의자인지 아닌지 의심스러운 자들을 절멸시키는 것.
공산주의에 영향받을 가능성이 있는 자들을 절멸시키는 것.
공산주의에 적극 반대하지 않는 자들을 절멸시키는 것.
공산주의에 적극 반대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자들을 절멸시키는 것.
공산주의자인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해서
함부로 죽이는 건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을 절멸시키는 것.
아무나 공산주의자로 몰아서 죽여도 되는 것.

그 공포감을 이용하여 인권유린 독재정치를 행하는 것.

마침 나는 그즈음의 며칠 전부터
제주 4.3을 다룬
한강의 신작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있었다.
매우 힘겹게 때론 고통스럽게 읽어내린 소설이었다.
'멸공'이라는 단어의
치가 떨리는 참혹함이 다시 한번 새겨졌다.
70년전 무려 3만명의 민간인이 학살된 슬픈 섬, 제주.
그리고 이에 연결된
보도연맹 학살사건과 경산 코발트광산 학살사건까지...
광주 5.18을 그린 전작 '소년이 온다'에 이어
역사적 현실과 대면하는 그녀만의 방식이
또한번 놀라운 힘을 발휘했고
그녀가 얘기하고자 하는 절멸과 혐오의 메카니즘은
매우 깊이 각인되었다.

그녀는 이 소설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작가의 말에 남겼다.
나의 삶뿐만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삶을
동시에 살게 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했다.

설혹 그것이
고통스럽지만 환부에 바늘을 찔러 살게 하는
잘린 손가락의 끔찍한 회복과정과 닮아 있을지라도...

역사적 비극에 대한 자세는 바로
'작별하지 않는다'이어야 한다.
작별해서는 안 된다.
그게, 멸하고자 하는 폭력에 대한 답이어야 한다.

소설 속 그날처럼 함박눈이 내리는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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