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brief comment 33

나의 연극열전 세번째 - Night, mother

처음으로 시어머니, 시누이랑 함께 이 연극을 보러 갔다. 솔직히 말하면, 사실은 이러한 기회를 나는 엄마랑 하고 싶었다. 이제까지 단한번도 엄마와 단둘이 영화나 공연을 보거나 여행을 떠나본 적이 없다. 내가 이제껏 고작 해 드린 거라고는 CATS가 광주 공연하러 내려갔을 때에 엄마아빠 보시라고 VIP 티켓 2매 해 드린 게 전부다. 이 연극에 대한 느낌은... 그렇지 않아도 지금 준비 중인 작품의 마케팅 초반 기획 작업 중의 화두 하나가 '공감대'인데 그 공감대에 대해 생각을 다시금 하게 한 공연이었다. 두 모녀의 연기는 물론 좋았다. 그리고 관객들에게 충분히 눈물을 자아내게 할 만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배우는 감정에 겨워 통곡을 하는데 관객 일부분이 흘리는 눈물은 그 상황에 대한 반응일 뿐 어떠한 공감..

2004/brief comment 2004.06.29

효자동이발사 그리고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1. 재미있었다, 윤정아. 엔딩 크레딧 끝까지 보면서 '마케팅 책임 김윤정' 이름까지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신인감독 치고는 안정되게 잘 만들었다는 생각... 근데 왠지 소위 '맥아리'가 없다는 느낌... 그래서 그냥 무난한 영화로 느껴지는 듯 싶다.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에만 포커스가 맞춰져서인지 그 외의 인물들에 대한 캐릭터가 제대로 살아 있지 않은 것 같더군. 엄마도 그렇고 (그 정도 캐릭터로 나올 거면 문소리가 좀 아깝더라...) 주변 인물들도 그렇고, 극중 연탄장사로 나오는 오달수씨 경우에도 초반부엔 중후반에 모종의 역할이 기대되는 듯하게 만들더니 끝내는 별 의미가 없는 역할이었더구만. 연탄장사 아들이 건네주는 딱지 등의 소품들도 그다지 의미심장하지 않고. 무엇보다도 시대의 의미를, 서민들의..

2004/brief comment 2004.05.18

나의 연극열전 두번째 – 남자충동

가부장적 사회의 남자들은 강해지기를 강요당한다. 그러나, 최강자는 극소수다. 대부분 강해져야 한다는 강박증으로 살 뿐이다. 그들은 자신이 강하지 못하다는 좌절감으로 폭력충동에 사로잡힌다. 강한 남성상은 짐이다. 그 짐을 벗어버릴 때가 되었다. 이 작품은 가부장 지향의 남자들이 강함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공격(폭력) 성향으로 파멸하는 과정을 그린다. ‥‥‥ 강함에 대한, 폭력에 대한 환상을 벗겨버리면 진정한 우리의 모습이 드러난다. 우리들은 자신의 본래 모습을 희생시켜 강자에 봉사한다. 모두 강자가 되고자 할 때, 반사이익은 최강자에 집중될 뿐이다. 우리는 미화된 폭력, 즉 강자 이데올로기에 그 얼마나 희생당했던가! ‥‥‥ -저작의도 中 하나. 남자다움에 관하여 난 늘 생각해 왔었다, 가부장제도의 피..

2004/brief comment 2004.04.09

Mamma mia! _ Drama의 승리

요즈음 회사 옮긴 이후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야근은 물론이거니와 그것도 모자라 집에 와서 새벽까지 일하는 짓을 지난주엔 1주일 내내 했다. 시국이 미친년 널뛰듯 해도 뉴스도 제대로 못 봤다. 1천만이 봤다는 태극기를 휘날리며도 못 보고 있다. 그러다가... 며칠전 일 때문에 예술의전당에 잠깐 갔다가 맘마미아가 공연이 며칠 남지 않았다는 걸 그때서야 알았다. (이상하게 사람들이 공연에는 막판에 몰리는 경향이 있어 이 때는 중요한 때이기 때문에 초대권을 얻기가 무지 어렵다...) 앗, 잘못 하다가는 못 보고 놓치겠다 싶어서 겨우겨우 하루 틈을 내어 그쪽 라인의 아는 사람을 졸라서 티켓을 얻어냈다. 그다지 많은 기대를 하지 않고 봤는데 의외로 공연은 좋았다. 캐스팅 발표시, 캐스팅이 약하다는 평가가..

2004/brief comment 2004.03.24

나의 연극열전 첫번째 – EQUUS

너무나도 강렬하여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 때의 느낌, 인상, 충격이 여간해선 지워지지 않는 그런 경우가 있다. 내겐 연극 '에쿠우스'가 그랬다. 아마 90년 12월 내지는 91년 1월쯤의 겨울이었다. 한수와 인준이, 그러니까 극회 동기들과 함께 갔었다. 심지어는 그 때 그 실험극장 앞마당 풍경까지 기억난다. 조재현이라는 신인배우가 알런을, 그리고 조명남이라는 중견배우가 다이사트를 맡았었다. (최근에 확인해 보니, 그 때의 연출가가 김아라였다) 내가 스무살 남짓 때에 본 그 때의 에쿠우스는 대단한 충격이었다. 그 이후로도 한참동안이나 별로 유명세를 타지 않았던 조재현이라는 배우를 난 그 에쿠우스 때문에 꽤 괜찮은, 인상적인 '배우'로 기억하고 있었다. 중대 예술경영학과 대학원을 다닐 때에 아마 ..

2004/brief comment 2004.03.06

Something's Gotta Give

지난 주말에 본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볼까 갔다가 매진이라 본 영화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뭐, 별 생각 안 하고 봤는데 오히려 예상했던 것보다는 재미있었다. 노년의 사랑이 저럴 수 있구나 생각도 들었고... 단, 상당한 부와 명예와 여유가 있어야 할 것... 그것이 없고서는 불가능한 사랑이지. 매트릭스에서만 보다가 오랜만에 로맨스물에 나온 키아누 리브스를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나, 요즘에 내가 많이 늙었다는 생각을 한다. 20대에도, 아니 10대에도 안 그랬었는데 요새는 영화나 TV에서 잘생기고 멋있는 남자'애'가 나오면 그냥 보고 있는 것만으로 절로 미소가 지어질 만큼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이성으로서의 한 아이콘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꽤 괜찮은 어린 축의 ..

2004/brief comment 2004.03.04

이승환 콘서트, 3번째...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연예인 종류의 사람들에 무덤덤한 내가 유일하게 환장하는 사람이 바로 이승환이다. 음... 어느 정도냐면, 첫째, 아주 옛날에 그루 아빠한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어떤 사람이 나한테 결혼하자고 프러포즈해도 끄떡 안 할 것 같은데 만약에 이승환이 내게 프러포즈한다면 잠깐 흔들릴 것 같다구... 둘째, 더할 나위 없이 울적할 때에도 이승환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정말 무지 행복해진다. (그러구 보면 이승환은 정말 복받은 사람이다. 자신으로 인해 어떤 사람이 행복할 수 있다니...) 이승환을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매번 콘서트에 갈 기회를 놓치다가 작년 1월에 이승환 콘서트를 드디어 처음 가게 되었다. 아마 원주랑 같이 갔었지? 그리고 작년 여름 쯤에 대학로 소극장..

2004/brief comment 2004.02.18

욕망... 거짓... 진심...

작년에 못 보고 넘어갔던 영화 '피아니스트'를 지난 주말에 비디오로 보다. (내가 보고 싶었던 피아니스트는 이 영화였는데 너무 빨리 사라진 바람에 전쟁영화 피아니스트를 대신 봤었다. 가슴이 답답해서 무작정 사무실을 뛰쳐나와 땡땡이치고 보았던 작년 그 날...) 음... 그 때 본 사람들의 이 얘기 저 얘기를 언뜻 들어서 이미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데 ... 할 말이 없더군. 그냥... 달리 할 말이 없었다. 많이 Shocking하긴 했다. 하긴 그녀가 아주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나이 마흔이 되어가도록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엄마의 존재가 그녀의 성적 욕망을 그렇게 극단적으로 이끌었지 않나 싶다. 그리고 그에게 보낸 그녀의 편지. 절반은 진실이고 절반은 거짓인 그럴 때가 있지 않..

2004/brief comment 2004.02.11

밀린 숙제하기 - 반지의 제왕 3

원래 Fantasy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2002년 12월을, 그리고 2003년 12월을 기다리게 한 영화... 매진열풍이 좀 잠잠하기를 기다린 끝에 드디어 보게 되다. 스펙터클 역시 멋있었고... 배우들의 커튼콜이 긴 건 그냥 용서하기로 했다... 나로서는 매우 드물게, 속편을 기다리게 한 반지의 제왕과 매트릭스가 the end가 되었다. (매트릭스3은 아직까지 숙제다. 어쩌다보니 결국 놓치고 말았다.) 손꼽아는 아니지만 약간의 기대감 속에 오랜 시간을 기다리게 하는 그런 영화가 또다시 찾아오기를...

2004/brief comment 2004.01.20

The Vagina Monologues

"말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것을 보지 못하고, 인정하지 못하고, 기억하지도 못합니다. 말하지 않으면 비밀이 되고, 비밀은 부끄러운 것이 되고, 두려움과 잘못된 신화가 되기 싶습니다. 나는 언젠가 그것이 부끄럽지도 않고 또 죄의식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때가 오기를 바라기 때문에 입 밖에 내어 말하기로 했습니다." -The Vagina Monologues 드디어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보았다. '드디어'라...... 그게 바로 레퍼토리 공연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힘인 것 같다. (공연을 거의 보지 않는 이들을 제외한) 사람들에게 왠지 꼭 보아야 할 작품으로 각인되는 것... 어쩌다 혹 못 보고 끝나버리면 몇 달 후 또는 1~2년 후 재공연될 때까지 등에 짊어진 하나의 숙제처럼 느껴지는 것... 그래서 재공..

2004/brief comment 2004.01.14

實尾島 - 삶을 잃은(失) 그 존재마저 부정되는(未) 섬(島)

살인의 추억도 그렇고 실미도도 그렇고, 물론 영화를 본 이후에는 생각이 조금 변하긴 했지만 처음에 제작 소식을 접했을 때마다 늘 이상하게 마땅치 않았다. 실제의 사건을 영화로 다룬다... 글쎄... 일단 그 자체가 내겐 큰 흥미를 끌지 못하며, 물론, 그것이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엔 그 역사에 대한 소중한 기록의 하나가 될 수 있겠지만 Documentary 소재가 Drama가 되었을 때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변형, 왜곡들이 솔직히 우려가 되기도 한다. But, Anyway, '살인의 추억'도 그랬지만 영화 '실미도' 역시 무지 슬프고 감동적인 드라마였다. 영화를 보고나서 든 곁생각 하나... 어떠한 목적의식이 그 존재 자체가 될 만큼 비대해질 경우, 그 목적을 이루었을 때에도 허탈함을 동반하지만 특히..

2004/brief comment 2004.01.09

Millennium Mambo

동숭에서 '2003 마지막 프러포즈'라는 이름으로 작년 개봉작 중 며칠만에 간판을 내린, 그러나 좋은 작품들을 골라 재상영하는 페스티벌을 열고 있는데 상영작을 보니 내가 다행히 극장에서 본 작품이 몇 개 된다. 그녀에게, 질투는 나의 힘,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여섯개의 시선 어제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밀레니엄 맘보'를 보러 갔었다. 글쎄, 난 별로였다. 속도느린 왕가위 영화 같기도 하고... 삶의 무거움에 짓눌려 가벼움의 극으로 치닫는 그런 현대 청춘의 이야기가 이젠 별로 마음에 안 와닿는 이유가 너무 많이 봐서 식상해서인지 내가 늙어버려서인지... 잠시도 쉬지 않고 담배를 피워대는 영화 속 인물들 때문에 영화를 보고 있는 나까지 담배에 쩔어있는 기분이었다. 밀레니엄 맘보는 완전히 '서기'의 영화였..

2004/brief comment 2004.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