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숭에서 '2003 마지막 프러포즈'라는 이름으로
작년 개봉작 중 며칠만에 간판을 내린, 그러나 좋은 작품들을 골라
재상영하는 페스티벌을 열고 있는데
상영작을 보니 내가 다행히 극장에서 본 작품이 몇 개 된다.
그녀에게, 질투는 나의 힘,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여섯개의 시선
어제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밀레니엄 맘보'를 보러 갔었다.
글쎄, 난 별로였다.
속도느린 왕가위 영화 같기도 하고...
삶의 무거움에 짓눌려 가벼움의 극으로 치닫는
그런 현대 청춘의 이야기가 이젠 별로 마음에 안 와닿는 이유가
너무 많이 봐서 식상해서인지
내가 늙어버려서인지...
잠시도 쉬지 않고 담배를 피워대는 영화 속 인물들 때문에
영화를 보고 있는 나까지 담배에 쩔어있는 기분이었다.
밀레니엄 맘보는 완전히 '서기'의 영화였다.
서기가 아니었다면 아마 그 러닝타임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장쯔이와 약간 이미지가 혼동되면서도
그녀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는 배우였다.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된 2001년의 스토리를
10년 전의 내 이야기라고 소개하는 화자의 내러티브.
오늘의 이야기도 어제의 이야기도
그렇다고 30년 전의 이야기도 아닌
10년 전의 이야기라고 하면서 2001년을 이야기한다...
그래,
10년 후에(지금 2004년이니 정확히는 7년 후에)
그녀가 있는 듯 하다.
어떻게든 그때까지 그녀가 살아있을 것 같다.
10년 후의 그녀는
마치 늪처럼 헤어나올 수 없었던 그 친구로부터
자유로워져 있을까...
'2004 > brief commen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승환 콘서트, 3번째... (0) | 2004.02.18 |
---|---|
욕망... 거짓... 진심... (0) | 2004.02.11 |
밀린 숙제하기 - 반지의 제왕 3 (0) | 2004.01.20 |
The Vagina Monologues (0) | 2004.01.14 |
實尾島 - 삶을 잃은(失) 그 존재마저 부정되는(未) 섬(島) (0) | 2004.0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