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brief comment

이승환 콘서트, 3번째...

spring_river 2004. 2. 18. 18:53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연예인 종류의 사람들에 무덤덤한 내가
유일하게 환장하는 사람이 바로 이승환이다.
... 어느 정도냐면
,
첫째, 아주 옛날에 그루 아빠한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어떤 사람이 나한테 결혼하자고 프러포즈해도 끄떡 안 할 것 같은데

만약에 이승환이 내게 프러포즈한다면 잠깐 흔들릴 것 같다구...
둘째, 더할 나위 없이 울적할 때에도

이승환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정말 무지 행복해진다
.
(
그러구 보면 이승환은 정말 복받은 사람이다
.
자신으로 인해 어떤 사람이 행복할 수 있다니
...)

이승환을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매번 콘서트에 갈 기회를 놓치다가

작년 1월에 이승환 콘서트를 드디어 처음 가게 되었다.
아마 원주랑 같이 갔었지
?
그리고 작년 여름 쯤에 대학로 소극장에서 한 그의 콘서트를

용감하게 혼자 보러 갔었다.
물론 두번다 무지 감동 먹었었다
.

최근 일 때문에 COEX와 자주 Meeting을 하게 되었는데
,
COEX 담당자가 이승환 콘서트 티켓을 구해 주었다
.
전시사업 외에도 공연사업을 시작할 생각으로

COEX
에서 처음으로 자체 기획제작한 공연이 바로
발렌타인데이의 이승환 콘서트였던 것이다.
이번엔 처음으로 그루 아빠를 꼬셨다
.
억지로 꼬드겨서 겨우 데리고 갔는데
,
결과적으로는 내가 본 이승환 콘서트 중 최악이었다
.
모두다 COEX의 문제였는데

그 넓은 곳에 좌석을 Setting하면서 뒤쪽에 단을 놓지 않아서
뒤쪽은 무대가 거의 보이지 않는 데다가
공연 시작 직전에는 전력 과부하로 기기 오작동이 되어
지연되기까지 했다.
제일 중요한 건 음향
!
본래 공연장 용도가 아닌 전시장에 공연을 유치한 까닭에

악기별 소리가 뭉쳐서 웅웅거리고 노래 부분도 찢어지고...
그래도 원래 이승환이 워낙 노래를 잘 하고

관객들 대부분 열혈팬들이라 그냥 넘어가는 분위기였지만
내가 이전에 보았던 최상의 조건의 콘서트가 아니어서
난 너무 짜증나고 화가 났었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로부터 받은 감동을 공유하고 싶어서

어렵사리 꼬셔서 데리고 왔는데 하필이면 왜 이번 공연이...
열이 받아서 집에 오자마자 이승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글을 올렸다.
(
혹시 COEX 관계자가 볼 우려가 있어서 가명으로
...)
오늘 이러이러한 의미가 있는 공연이었는데

이러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너무 속상했다.
다시는 COEX에서 공연하지 마세요...라고
.
그랬더니, 우와, Feedback이 있었다
.
내가 올렸던 글의 댓글로

(
이승환 회사인) DreamFactory 명의로 사과글이 있었고
그리고 이승환 혼자 글올리는 코너에도
이번 공연의 문제점들, 원인, 사과, 안타까움,
그리고 COEX에서는 앞으로 공연하지 않겠다고

직접 글을 올려 놓았더군.
하긴 이승환이 얼마나 완벽주의자인데
,
아마 자기도 속상해서 잠 못 잤을 게다
..
암튼
,
이번 일로 잃은 것이 있다면

그루 아빠한테 이승환 콘서트 가자고 하면
이제 안 따라나설 것 같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
...
콘서트 끝나고 나올 때에 이승환 공연포스터를 나눠 주길래 받아와서

집에 와서 어디다 붙일까 찾다가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방 붙박이장 문 안쪽에 붙일까 하고 있는데
그루 아빠가 "그걸 어디다 붙이려구? 그냥 버려!"하길래
어쩔 수 없이 그냥 버렸었다
.
그 다음날
,
퇴근하고 집에 와 보니

세상에, 안방 화장대 거울 오른쪽에

포스터 속에 있던 커다란 이승환 사진을
테두리대로 오려서 떡하니 붙여 놓은 것이다.
(
물론, 그루 아빠가
...)
내가 깜짝 놀라서 "이거 뭐야?" 그랬더니
,
"
버리라고 했더니 니가 아쉬워하는 것 같길래 오려서 붙여놨다
!"
......
보희 오빠, 귀엽지 않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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