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brief comment

OSLO

spring_river 2018. 10. 23. 17:00

 

 

 

 

 

 

 

 

 

# 어쩌면 2년 전이었다면 이처럼 크게 와 닿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먼 과거의, 우리와 그닥 가깝지도 않은 다른 두 나라들의 이야기로 그냥 읽혔을 것이다.
   그러나 2018년 봄과 가을을 보낸 한국에서의 이 작품은
   관객들에게 좀더 특별한 정치적 울림을 안겨 준다.

   

#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정을 맺기까지
  오슬로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졌던 비밀 회담과 소통과정들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오랫동안 적이었던 두 나라가 평화의 초석을 놓기 위해서는
  얼마나 어려운 과정들을 겪어야 하는지
  얼마나 엄청난 노력과 인내와 시간 그리고
  어떠한 난관에도 좌절하지 않는 믿음을 요하는지
  매우 훌륭하게 간접 체험하게 해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평화가 지속되지 않은 현실을 보며
  우리가 정말이지 결코 쉽지 않은 길을 가고 있음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 무척 잘 쓰인 극본
  그리고 잘 만든 공연이었다.
  3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은
  아주 흥미진진한 관극이었다.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실제 사건을 다루는 창작과정의 어려움 중 하나로
  정보와 배경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창의적이고 연극적인(재미있고 캐릭터가 살아있는) 방식을 찾는 것이었다고
  이 작품의 작가는 밝혔는데,
  바로 그 점의 성취가 이 극본의 탁월함의 이유였다.
  (작년 토니상 작품상을 비롯해 주요 연극상들을 휩쓸 만하다는 생각...)

  한국 공연의 연출, 무대, 배우들 또한 뛰어났다.
  특히 모나 역의 전미도 배우는 극의 중심을 매우 잘 잡아주었다.
  티에유 역의 (양손 프로젝트 공연에서 봐 온...) 손상규 배우가 불어넣는 에너지도 물론 좋았지만
  다른 매력의 배우가 맡았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양국의 주요 협상대상자였던 세 명의 중견배우들의 연기 또한 노련했다.

  1막의 끝인 노르웨이 숲 씬 그리고 2막의 엔딩 모두 울컥했고 뭉클했다...

 

티에유의 마지막 대사_

   "우리가 얼마나 멀리 왔는지 보세요!
    우리가 피와 공포와 증오를 모두 통과해서 이렇게 멀리까지 온 거라면
    앞으로 여기서 얼마나 더 나아갈 수 있겠어요?
    저기 지평선, 그 가능성, 보여요?"

   우리 역시
   정전 후 무려 65년의 갈등의 역사를 안고 있다.
   평화를 향해 가는 지난한 여정은
   이 극에서처럼 적으로 만나 친구로 대화하는 것이 필요할 지 모른다.
   그들보다 우리가 더 그렇게 잘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북한도 
   세대가 확연히 달라졌다.
   그렇기에 우리도 예전보다는 가능하리라 기대한다.
   구세력들의 방해에 포기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 땅에 평화가 오기를 진심으로 빈다.
   우리 자식 세대는 혹시라도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그런 막연한 공포감 없이 살아갔으면 좋겠고,
   우리 손자 세대는 
   말이 반도지 실상은 섬나라나 다름없는 갇힌 한계성에서 벗어나
   삶도 생각도 대륙으로 쭉쭉 뻗어나갈 수 있는 열린 진취성이
   자연스럽게 내재되어 살아갔으면 좋겠다.
   부디 우리 다음 세대들은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기에 우리 세대의 절대적인 숙제다. 

    

# 우리도 25년 후 (꼭 그 때일 필요는 없고 그냥 수년 후)
   한반도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잘 만든 멋진 작품을
   이 세상에 남길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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