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brief comment

南漢山城

spring_river 2017. 11. 6. 12:03

 

 

 

 

 

★★

 

 

 

# 이렇게 빨리 극장에서 내려질지 몰랐다. 

   아마도 거의 스크린 마지막 회차를 본 듯...

 

   한창 상영중이던 때 약간의 역사미화 논란 글을 보고

   그냥 안 볼까 생각도 했었는데

   이 영화, 역시 직접 보길 잘 했다!

   만듦새가 훌륭한 영화였다.

   각색 시나리오, 연출, 연기, 촬영, 음악 모두 뛰어난...

   그리고 전반적으로 다루는 태도에 있어 굉장히 균형감각이 높았다.

   주조연 할 것 없이 모두 연기력도 탄탄했고

   특히 이병헌...

   이런저런 물의에도 불구하고 

   연기력 하나는 정말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배우.

 

# 영의정이 무리하게 북문전투를 내모는 장면에서는

   2006년(그때 역시) 북핵문제가 불거졌을 때에 그래도 전쟁만은 안 된다며

   김대중 대통령이 서울대 초청강연에서 했다는 말씀이 절로 떠오른...

   그 얘기를 옮기면, 이러하다.

 

   "찰리 채플린은 히틀러를 반대하고 전쟁을 반대한 사람인데,

    희극배우답게 이렇게 말했다.

    전쟁은 전부 40대 이상의 사람만 가라.

    나이먹은 사람들이 자기들은 전쟁에 안 가니까 쉽게 결정해서 

    젊은 사람들을 죽게 만든다.

    그러니까 나이먹은 사람들이 전쟁에 나가서 죽든지 살든지 해야 한다."

   

    정말 그러하다, 내 생각도!

 

# 주화파 '최명길'과 척화파 '김상헌' 두 신하의 수차례에 걸친 설전은

   정말이지 말의 검투, 말의 전쟁 같았다.

   정치적으로 대립되는 상대편이 서로 싸우는 모습은

   사극에서나 현대 정치판에서나 흔히 보는 모양새인데

   이를 이토록 품격있게, 그리고 공감하게 그려진 데에는

   문장가의 대사와 배우의 연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연출의 공이 컸다.    

 

   특히 '삶'과 '죽음'에 대한 얘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오랑캐에게 무릎을 꿇고 삶을 구걸하느니

    사직을 위해 죽는 것이 신의 뜻이옵니다."

 

   "저들이 말하는 대의명분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옵니까?

    죽음은 견딜 수 없고, 치욕은 견딜 수 있는 것이옵니다.

    만백성과 더불어 죽음을 각오하지 마시옵소서.

    삶이 있는 후에야 비로소 대의와 명분도 있는 것이 아니옵니까?"

 

# 영화의 종반부 즈음엔

   역사적으로도, 원작 소설 속에서도 없는 

   이 영화에서만의 대사가 등장한다.

   아마도 감독이 하고자 하는 말인 듯...

   두 사람의 마지막 대화 씬,

   항복이 결정되고, 사직서를 낸 김상헌을 찾아가

   임금과 백성이 함께 걸어갈 길을 같이 구상하자는 최명길에게 

   그가 하는 말이다.

 

   "백성을 위한 새로운 삶의 길이란,

    낡은 것들이 모두 사라진 새로운 세상에서 비로소 열리는 것이오.

    그대도, 나도, 그리고 우리가 세운 임금까지도 말이오.

    그것이 이 성 안에서 내가 깨달은 것이오."

 

# 환궁을 하고 문이 닫히면서 끝나지 않고,

   날쇠와 (귀여운) 나루의 모습이 담긴 풍경으로 끝나는 것도 맘에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이어가는 민초들의 모습으로...

   어떻게든 겨울을 견디고 피어난 민들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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