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집이 없는 젊은 부부가
어느 엔터테인먼트 사업가가 제공하는 집에 들어간다.
멋진 가구, 아늑한 침실, 최신식 주방, 깨끗한 욕실 등
모든 것들이 갖추어진 좋은 집.
집세도 없고 심지어는 소정의 월급도 준다.
단, 이 집에 살기 위해서는 조건이 있다.
비용을 낸 고객에게 그들의 생활을 공개하는 것.
고객들은 부부의 사생활을 지켜보며
20분 안에 1발의 마취총을 쏠 수 있다.
# 70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짧고도 길게 느껴진다.
섬뜩하고 불편한 충격에 약간 멍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크 바틀렛의 탁월한 극본과 이를 잘 살린 연출에
상당히 좋은 작품임은 분명하다.
#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대중문화의 대세가 된 지 꽤 오래 되었다.
있는 그대로의 일상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재미있게 보이는 또는 만들어진 것들만 잘 엮어서 보여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약간의 댓가를 직접 지불하더라도
더욱 프라이빗한 남의 사생활 엿보기가
이런저런 매체들을 통해 판을 치고 있다.
더불어
소셜 미디어들이 발전하면서
자유로운 소통이라는 대명제 하에
사람들은 사적 정보와 사생활을 스스로 공개하고 있고
그래서 원한다면
누군가의 (그대로이든 포장된 것이든) 일상을
좀더 쉽고 자유롭게
엿볼 수, 아니 그냥 볼 수 있게 되었다.
# 이 연극을 보는 내내
왜 그리 불편했을까 생각해 보니
단지 극의 내용이나 메시지 때문만이 아닌,
응시대상과 관람객 사이의 거리가 없어져서였다.
TV브라운관이나 컴퓨터모니터 화면을 통해서가 아닌
직접 눈앞에서 그 적나라한 상황을 목격하고 있는
바로 그 큰 차이였다.
# 공연을 보면서 내가 떠올린 엔딩은 2가지였다.
스스로 물러난 게 아닌,
어쩔 수 없이 물러나게 된 그 부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끔찍하게 업그레이드된 또다른 조건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
혹은
이 모든 것을 다 지켜보아 온 그 관리인 남자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도 역시 그런 유사한 집으로 들어가 그 대상이 되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모두 염세주의적이군......)
물론 엔딩은 둘 다 아니었다.
실제 엔딩 또한 의외였고, 짧게 날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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