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 고전임에도 의외로 이 작품을 한번도 본 적이 없어
작품 제목에 이끌려 홍보리플릿을 집어 들었다가
한태숙 연출, 박동우 무대디자인이라는 하단 크레딧에
주저함 없이 바로 이 공연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박동우 무대디자인이야 두말할 것 없이 내가 늘 가장 좋아하고 신뢰하고,
한태숙 연출의 공연 또한 나름 그동안 보아오면서 쌓아진 믿음 때문이었다.
최근 역순으로 꼽자면
단테의 신곡(http://spriverk.tistory.com/671), 유리동물원(http://spriverk.tistory.com/664),
아워타운(http://spriverk.tistory.com/598), 레이디 맥베스(http://spriverk.tistory.com/376),
대학살의 신(http://spriverk.tistory.com/481)...
그녀의 연출 공연에 별로 실망해 본 적이 없다.
이번 공연 역시 그러했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아서 밀러의 1949년작으로
67년 전의 작품이지만
몇십년 이전의 경제성장기 시대보다
오히려 요즘같은 시대에
더 큰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작품이다.
윌리 로먼가를 중심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개인의 희생,
두 父子간의 평행선,
위선과 집착,
현실과 환상에 대한 어긋난 태도 등이 그려져 있다.
세일즈맨은
웬만해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자본주의 경제의 희생자와 같은 존재이다.
어찌 보면
파는 상품보다 판매하는 사람이 더 매력적이어야 하는
살인적인 세일즈 전쟁에서,
거의 언제나 무시당하고 거절당하는 세상에서
그는
결국 자신을 팔고 세상에서 사라진다.
20년 넘게 기나긴 할부를 끝내고
드디어 오롯이 내 집이 되었건만
고층빌딩의 거대한 콘크리트 벽면이
집의 사방을 가로막고 있고,
무엇보다도
그 집에 같이 살 가족이 이젠 없다...
(그러구보면
살면서 그다지 큰 집이 필요한 게 아니다.
자녀가 커서 결혼하거나 독립하면
결국 두 사람만 남는 것을......
공연을 보면서 중간에 잠깐 그런 딴 생각도...)
오랜 배우생활에도 불구하고 첫 타이틀롤을 맡았다는
윌리 로먼 역의 손진환 배우는
극 초반 대사전달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아마도 토월극장의 무대 깊이 때문일 수도...)
온힘을 다해 공연을 한다는 게 느껴졌고
쉽지 않은 캐릭터 또한 잘 소화해 냈다.
엄마 역의 예수정 님과 큰아들 역의 이승주 등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무척 좋았다.
무엇보다 매우 묵직한 울림이 있는 공연으로
이 작품의 크나큰 힘을 온전히 느끼게끔 한 건
한태숙 연출의 공이 역시 컸다.
공연을 보다보면
이 세일즈맨이 대체 무엇을 파는지에 대해 힌트가 없다.
공연 후 프로그램북을 보다가 이에 대한 언급을 발견했는데,
그렇지 않아도 미국 초연 당시 세일즈맨 역의 배우가
"그런데 대체 내가 파는 게 뭐지요?" 물었더니
작가가 긴 침묵 끝에 말하기를
"글쎄요, 그게 뭔지 계속 생각해봐요."라고 답했단다.
그는
무엇을 팔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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