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brief comment

투명인간

spring_river 2014. 10. 31. 16:21



성석제의 소설들을 접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단편소설집 세 권

'인간적이다'

'이 인간이 정말'

'호랑이를 봤다' 

그리고 장편 '단 한 번의 연애'.

위의 책들은 ebook으로 보았고,

종이책으로 그의 신간

'투명인간'을 만났다.


전작들에서 

성석제 소설가가

굉장한 이야기꾼임을 이미 알았지만,

이 소설은 그가 가진 능력에

또다른 놀라움을 느끼게 하였다.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약 50년간의 한국 사회가 그려지는데

하나하나 그의 생생하고 섬세한 묘사는 

'맞아, 그랬었지!'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그의 엄청난 기억력을 절로 감탄케 했다.

물론 그의 스토리텔링과 필력도 

역시 뛰어났고~


소설 '투명인간'의

중심 인물은 김만수다.

소설 처음부터 끝까지

만수의 가족들과 주변 인물들이

마치 계주를 하듯 화자가 되어

김만수가 크고작게 포함된 이야기들을

펼쳐 놓는다.

그러나 김만수가 화자인 적은

한번도 없다.

하지만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그의 목소리를 직접 듣지 않아도 

충분히 알고 느끼게금 한다.

작가가 화자로서의 김만수를 굳이 등장시키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이것 때문이지 않을까,

그는 

투명인간이기에...


이 소설에서 말하는 '투명인간'은

"내가 투명인간이 된다면 어떤 곳들을 가 보고 싶어" 할 때의

뭔가 신나는 모험이 가능한 듯한 그런 투명인간이 아니라

"우리는 그를 투명인간 취급했다" 할 때의 그 투명인간의 의미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듯 취급되는 사람,

관심과 무시가 만들어낸 사람

그런 사람이다.


소설 속의 김만수를 보고 있자면

한없이 불쌍하면서도

그를 둘러싼 상황과 그를 투명인간으로 만들어 버리는 인간들에 

절로 분통이 터진다.

그리고

김만수는 소설 속의 인물만이 아니라는 것...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권력 그리고 뭇사람들이

계속해서 김만수들을 투명인간으로 만들고 있다... 

용산에 있었던 이들, 쌍용자동차에 있었던 이들, 

그리고 세월호에 있었던 이들 모두......


투명하기 때문에, 아니 투명한 취급을 하는 까닭에

투명인간은 투명인간들끼리 뭉쳐 있어도

그냥 투명인간이다.

투명인간이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건

투명인간이 아닌 

(언젠가 자신도 투명인간이 될 수 있지만

어쨌든 현재로서는 투명한 취급을 받지 않고 있는)

그런 사람들이

명인간의 손을 잡아주고 어깨를 감싸안아줄 때이다.

너나 할것없이 투명인간으로 전락하지 않고

모두가 사람이 될 수 있는 방법이다.

내가 생각하기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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