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읽기가 너무 힘겨웠던 책이 또 있었을까...
책 커버를 한참 바라보다가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하고
책장을 넘겼다.
두어 장이 채 지나지 않아
명치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사나흘에 걸쳐 이 책을 읽을 때마다
명치가 어김없이 아렸고
그렇게 아픈 채로 책을 읽어내려갔다.
光州에 대한 그간의 많은 소설, 연극, 영화들이 있었다.
그 중 내가 접한 것들 중에서 최고로 꼽을 만하다.
아니, 최고라는 단어는 왠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보다 光州에 가깝다는 말이 더 나은 표현일 것 같다.
이 소설이 갖춘 형식 그리고 완성도도 돋보였지만
무엇보다도 한문장 한문장에 작가의 진심이 새겨져 있었다.
그래서 여타의 작품들과 다른 通함이 있었고
그것이 바로 이 소설의 힘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최근의 위정자들에 가려져
잠시 잊고 있었던 한 인물이 끄집어졌다.
그리고 얼마 전 보았던 연극 '단테의 신곡'이 생각났다.
내세를 그다지 믿지 않지만
지옥은 꼭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코 죄를 사할 수 없는 천인공노할 짓을 저지른 자들은
죽음으로 끝나 버리지 않고 죽은 후에 꼭 지옥으로 보내져
현세에서 제대로 치르지 못한 대가를 반드시 받게 했으면 좋겠다.
언젠가 그가 죽었다는 뉴스가 뜨면
난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빌 것이다...
어젯밤 늦은 시각,
이 책을 다 읽었다.
쉬이 잠이 오지 않았다.
어렸을 때 보고 들었던 그 때 기억의 조각들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그리고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소리들도 생각났다.
어린 마음에, 불꽃놀이하는 건가 싶었던
시내 쪽에서 무수히 울려퍼지던 총소리들...
그리고
우리집 바로 건너편 초등학교 화장실 쪽에서
적막 속에 울리던 몇 발의 총소리도 생각났다.
어젯밤 깊은 잠에 못 들고 계속 뒤척였고
뚜렷이 기억나지 않는 악몽도 꾸었다...
* 광주 관련 지난 Post_
. 연극 '푸르른 날에' brief comment : http://spriverk.tistory.com/636
. 내 기억 속의 1980년 5월 그리고 영화 '화려한 휴가' brief comment
: http://spriverk.tistory.com/339
. 영화 '오래된 정원' brief comment : http://spriverk.tistory.com/279
# '소년이 온다' 中에서
어떤 기억은 아물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흐릿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기억만 남기고 다른 모든 것이 서서히 마모됩니다.
색 전구가 하나씩 나가듯 세계가 어두워집니다.
......
당신들을 잃은 뒤
우리들의 시간은 저녁이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집과 거리가 저녁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어두워지지도, 다시 밝아지지도 않는 저녁 속에서
우리들은 밥을 먹고 걸음을 걷고 잠을 잡니다.
......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
그러니까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아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
피폭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광주가 수없이 되태어나 살해되었다.
덧나고 폭발하며 피투성이로 재건되었다.
......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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