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brief comment

Divina Commedia

spring_river 2014. 11. 3. 12:01




오래 전부터 국립극장을 바라보면 왠지 아쉬움이 짙었다.

말 그대로 National Theater인데 

그렇다면 한국인에게도 외국인에게도 

한국의 공연이라는 게 무엇인가를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위상을 갖춰야 하는데

현실은 그냥 보통의 대관극장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예술의전당에 이십여년 계셨다가 서울문화재단을 거쳐 국립극장으로 가신 

안호상 대표님이 국립극장장이 되신 이후 국립극장이 새롭게 변하기 시작했다.

국립극장 산하의 예술단체들을 토대로 레퍼토리를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자체 기획공연들이 사전 기획되고 시즌티켓제 등도 도입되었다.

레퍼토리 공연들은 호평을 받았고 흥행성적도 좋았다.

국립극장이 실제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국립극장 레퍼토리 우수작들에 대한 얘기를 그동안 꽤 많이 접해왔지만

실제로 공연을 보게 된 건 이번 '단테의 신곡'이 처음이었다.

평단의 호평에 전석매진에 큰 성공을 거뒀던 작년 초연의 소문을 익히 들었던지라

이번에 놓치지 말고 꼭 봐야지 싶어 보게 된 공연이었다.


정말로 잘 만든 공연이었다.

국립극장 레퍼토리로 손색이 없는...

존의 연극적 형식에 다양한 음악(창, 판소리, 오페라, 뮤지컬, 현대음악 등)이

적재적소에 효과적으로 배치된 총체극이었다.

단테의 신곡이라는 쉽지 않은 텍스트를 연극으로 표현하기에 훌륭한 선택이었다.

한태숙 연출가의 연출도, 배우들의 연기도, 

그리고 재창작 대본과 무대 디자인 모두 좋았다.

고전의 힘 그리고 고전의 현재성 모두 잘 일깨워준 탁월한 공연이었다.


1막 전체가 할애된 지옥,

2막의 상당수를 차지한 연옥 편을 보면서

원래 사후세계를 믿지 않는 나이지만

...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마구마구 들게 한^^

런데 천국 편은 정작 밋밋하게 표현되어서 좀 의아스러웠던...

오히려 천국이라는 게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그닥 자극시키지 못하나 보다......


국립극장의 행보에 박수를 보내며

이제 자리잡아 가기 시작한 이 흐름을 더욱더 뚝심있게 발전시킬 수 있도록

혹시 또 이상한 정치적 인사 행정으로 단절시키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2014 > brief comment' 카테고리의 다른 글

Boyhood & Interstellar  (0) 2014.11.17
소년이 온다  (0) 2014.11.11
투명인간  (0) 2014.10.31
Frankenstein  (0) 2014.10.22
Begin Again  (0) 2014.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