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brief comment

한국적 팝뮤지컬의 작은 희망을 발견하며...

spring_river 2004. 7. 12. 15:20

이번의 예술의전당 '와이키키 브라더스' 공연은
올해초 팝콘하우스 공연에 이은 두번째 버전의 공연으로
개인적으로는 굳이 발품과 시간을 들여
보고싶지는 않은 공연이었다
.
그 이유는
,
일단 2001 '와이키키 브라더스' 영화를 보았을 때의 그 감동에

이 동명의 뮤지컬이 크게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었고,
왠지 상업적 동기가 다분한

그러니까 유명한 가요 몇 곳을 짜깁기해서
중년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안전빵 전략이지 않나 싶어
그냥그냥 가볍게 여겼었다.
또 들리는 얘기로는 초연작품 완성도도
그다지 높지 않는다고도 했고...

그래서 솔직히 기대를 하지 않고 보았다
.
그날 공교롭게 예술의전당에 일이 2개나 겹쳤고

어쩌다보니 운좋게 공연까지 볼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뮤지컬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의외로 괜찮았었다
.
아니, 그냥 괜찮았다기보다는

누군가 실력있는 사람의 손을 거쳐 잘 다듬어지면
꽤 괜찮은 한국적 팝뮤지컬이 될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발견한 공연이었다.
물론 영화와 같은 감동을 주지는 않았지만

뮤지컬 장르다운 매력을 많이 부여한 노력의 흔적이 보였다.
7~80
년대 유행했던 가요 및 팝송들의 약간의 개사 역시

'
맘마미아'와 같은 놀랄 만한 합치성을 보여 주진 못했지만
그래도 평균 이상의 수준은 되었고
몇몇 곡에서는 번뜩이는 재치도 엿볼 수 있었다.
이번 두번째 버전의 공연에서

새롭게 주인공에 캐스팅된 가수 이정열은

이전의 뮤지컬 참여 경력답게 꽤 괜찮은 연기와
뛰어난 노래실력을 보여주었고
특히 세 명의 여자 주요 배역들의 활약이 가장 돋보였다.
초연과 달리 많이 수정이 가해졌다는 2막은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로 생각된다.
1
막에 비해 다소 우울하고 늘어짐을 극복하기 위해

(
사실 2막이 1막보다 우울할 수 밖에 없다.
 
꿈에 가득했던 청춘의 시절과, 좌절과 절망의 성년 시절이

 
어찌 같은 톤으로 그려질 수 있겠는가...)
한 평론가의 조언을 받아 새롭게 추가로 넣었다는

들국화의 노래들은 넘버 선정이 적합했으며

(
초연 무대를 본 다른 사람의 말에 의하면)
밋밋했던 2막의 무대도 그나마 나아진 것이라고 했다
.
그러나 너무 잦은 장면전환은 눈에 거슬렸고

무엇보다도 아쉬웠던 것은
Ending
곡을 '사랑밖에 난 몰라'에서
김추자의 무인도(파도여 슬퍼말아라~)로 바뀐 점이었다.
(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감명깊게 본 사람이라면

 
마지막에 여주인공이 '사랑밖에 난 몰라'를 부르는 장면이
 
아마 잊을 수 없는 씬일 것이다.
 
나 역시 그 부분에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
 
그 이후로 그 노래를 무지 좋아하게 되었고
...
 
가슴 한 부분이 심하게 아려오는

 
그렇게 찡하면서도 슬픈 해피엔딩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또한, 커튼콜의 '행진' 부분 등은

맘마미아의 커튼콜을 그대로 좇아한 것 같은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갖는 미덕은

40~50
대 중년들이 함께 공감하고 즐거워할 수 있는
(
커튼콜 때 거의 모든 아저씨 아줌마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치며 환호하며 노래를 함께 부른다...)
꽤 괜찮은 뮤지컬이라는 것이다
.
일등공신은 물론

주옥같은, 그리고 그들의 귀에 익숙한 노래들이다.
팝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창작의 결과물에 대한 위험 감수율이 비교적 적은
안전한 길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
사실 일정 부분 맞는 지적이기도 하다)
팝 뮤지컬의 주요 타깃이

어쩔 수 없이 40 (낮아봤자 30대 중반 이후)
이상의 관객을 겨냥한 상품임을 감안한다면

특히 중년층 뮤지컬 관객이 일천한 우리나라로서는
이들을 공연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소정의 역할을 하는 것이 사실이다.

가장 성공한 팝 뮤지컬로 꼽히는 '맘마미아'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다.
우리나라도 저런 팝 뮤지컬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
여러 사람의 히트곡 모음이 아닌 한 사람의 곡만으로말이다
.
외국에서는 맘마미아의 성공에 힘입어

지금 브로드웨이, 웨스트 엔드에선
보이조지, 빌리 조엘, , 엘비스 프레슬리
이런 사람들의 팝 뮤지컬이 만들어졌고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다
.
물론 '맘마미아'와 같은 탄탄한 구성력이 밑받침되지 않아

그렇게 큰 성공을 거두고 있지는 않지만 말이다.
한 사람의 노래들로만 팝 뮤지컬을 만든다면

우리나라에서 그게 가능한 사람은 조용필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다행히(?) 조용필 역시 자신의 노래들을 뮤지컬로 만드는 데에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가져 왔고
어느 한 국내제작사와 꾸준히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게 수면 위로 떠오를 시점이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탄탄한 대본과 결합되어 정말 훌륭한 한국의 팝 뮤지컬로
등장하기를 무지무지 기대한다.
그리고 뮤지컬 '와이키키 브라더스' 역시

앞으로 많은 수정을 거쳐 더욱 좋은 작품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그러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


※뮤지컬 '와이키키 브라더스비주얼 대신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 포스터 비주얼을 덧붙인다.
  
오랜만에 다시 보니 예전의 그 감동이 다시 살아나는
,
  
그리고 꽤 괜찮은 Creat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