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재미있었다, 윤정아.
엔딩 크레딧 끝까지 보면서
'마케팅 책임 김윤정' 이름까지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신인감독 치고는 안정되게
잘 만들었다는 생각...
근데 왠지 소위 '맥아리'가 없다는 느낌...
그래서 그냥 무난한 영화로 느껴지는 듯 싶다.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에만 포커스가 맞춰져서인지
그 외의 인물들에 대한 캐릭터가
제대로 살아 있지 않은 것 같더군.
엄마도 그렇고
(그 정도 캐릭터로 나올 거면 문소리가 좀 아깝더라...)
주변 인물들도 그렇고,
극중 연탄장사로 나오는 오달수씨 경우에도
초반부엔 중후반에 모종의 역할이
기대되는 듯하게 만들더니
끝내는 별 의미가 없는 역할이었더구만.
연탄장사 아들이 건네주는 딱지 등의 소품들도
그다지 의미심장하지 않고.
무엇보다도
시대의 의미를, 서민들의 존재를 너무 무력하게
그린 건 아닌지도 싶었다.
소중한 아들이 그꼴로 돌아왔는데도
아무런 저항이나 분노의 표현 없이
(보희 오빠 말마따나 머리를 깎다가
가위가 부들부들 떨린다든지...)
이전과 다름없이 청와대 이발사를 한다는 것도
그다지 설득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폭압의 시대에 힘없는 시민들은
그렇게 당하기만 했다는 걸 혹 표현하고 싶었다고 해도
오히려 그러한 묘사가 그것을 바라보는 서민들을
무력하게 만드는 장치가 되기도 하고,
실제로 서민들이 그렇지도 않았고...
70년대 암울했던 그시절
일어설 힘조차 없이 무력하게 주저앉아 있다가
80년대 절뚝거리며 걷기 시작했다.
과연 80년대에 정말 걸을 수 있었을까...
2. 오랜만에 토요일 휴가를 내고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를 보았다.
아마 이 영화가 그의 5번째 영화인 것으로 기억되고
그 영화들 모두 개봉을 기다려 보았던 것 같다.
한 감독의 영화를 모두, 그것도 기다려서 본 건
적어도 내겐 흔치 않은 경우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에 대한 나의 찬사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강원도의 힘, 오 수정까지였던 것 같다.
생활의 발견을 보았을 때
전작만큼 못 하네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번에 본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역시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만의 독특한 일상성의 시각, 그 속의 신랄함, 페이소스 등을
잃어가고 있다.
홍상수가 퇴보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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