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brief comment

Les Miserables

spring_river 2013. 5. 9. 14:36





실 오랫동안 보고 싶었던 뮤지컬 작품이었다.

1996년, 2002년 단 두 차례 내한공연이 매우 짧게 이루어졌을 뿐 

10년 넘도록 한국에 공연되지 않았고,

위 내한공연 때에 (그 땐 이 업계에 있지도 않았고...) 공연을 보지 못했던 지라

나 역시 기다림이 꽤 길었다.


그러던 중 작년말에 개봉한 영화를 먼저 보게 되었다.

두 번 보았다.

처음엔 대선 다음날 우울한 마음에 혼자 영화관에서 봤고

1~2주 후에 그루 아빠랑 같이 또 봤다.

영화를 보며 그때 그런 생각을 했었다. 

작년 말부터의 지방 투어를 먼저 거친 후 올 봄에 서울에 올라와 

장기 공연을 올리게 될 이 뮤지컬, 음... 쉽지 않겠다는...


뮤지컬 작품을 영화한 것이 개봉하고 또 성공했을 때에

인지도 확산 등의 장점도 있고 대체재 역할 등의 단점도 있긴 한데

아무래도 영상과 라이브 무대 각각의 메카니즘과 매력이 워낙 다르다 보니

그동안은 크게 악영향을 받지는 않았었다.

The Phantom of the Opera가 그랬고 Mamma Mia도 그랬다.

두 영화 모두 한국에서도 꽤 흥행에 성공했지만

영화가 개봉된 후에 이루어진 각각 두 작품의 공연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특히 The Phantom of the Opera의 경우는 한국 첫 오리지널 내한공연이었던 터라

약 6개월 전에 흥행되었던 영화가 다소 걱정했던 것과 달리 전혀 지장을 주지 않았다.

그런데 이 Les Miserables은 영화 때문에 좀 손해겠다 싶었던 게

위에서 예로 든 다른 두 작품의 경우는 

영화보다 한국 공연이 앞서 큰 흥행 성공을 이미 거둬 공연을 먼저 접한 이들이 많았지만

이 작품의 경우는 예전 내한공연이 10여년 전이었고 공연횟수(즉, 관객수)도 적었던 지라

아무래도 이번 공연 관객 대다수는 Les Miserables의 첫 경험이 바로 영화라는 점,  

그리고 문제는 영화가 너무 잘 만들어졌다는 점(게다가 한국 흥행 성적 또한 매우 높은...),

또한 내한공연이 아닌 한국배우/한국어 공연이라는 점 등등의 이유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우려가 조금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듯한......


Anyway...

드디어 무대 위의 Les Miserables을 보았다.

영화를 보기 전에 뮤지컬을 먼저 보았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공연은 역시 공연다운 매력이 있었고 차원이 다른 감동이 있었다.

이 작품이 음악적 완성도, 극적 완성도가 매우 뛰어난 걸작임을 역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공연은 이 작품이 초연된 지 무려 26년만의 첫 한국공연이다.

(어떤 면에서는 아쉽게도) 초연 오리지널 버전이 아닌, 

25주년 프로덕션 투어 버전으로 무대와 의상, 편곡 부문의 변화가 반영된 프로덕션이다.

특히 무대의 경우, 거대한 바리케이드와 회전무대로 유명한 오리지널 버전의 스케일 대신

빅토르 위고가 직접 그린 그림들을 차용한 세피아 톤의 배경 영상이 큰 특징을 이루었는데

영상의 경우는 2막 하수구 씬과 다리 씬에서 매우 효과적으로 연출되어 인상적이었고

자연스럽고 스피디한 무대 전환 운영은 역시 해외 크리에이티브 실력답게 탁월했고 

무대 및 연출과 어우러진 조명 디자인도 세심하고 훌륭했다.

원작의 대사/가사가 뛰어나고 아름다울수록 이를 잘 번안해내는 것이 쉽지 않고

게다가 원제작사의 승인을 일일이 거쳐야 하는 시스템의 경우 더더욱 난해한 작업인데 

조광화 님이 그 무거운 짐, 수많은 줄타기를 어느 정도 잘 해결하신 듯했다.  

이번 공연의 우리 한국 배우들...  

특별히 부족함은 없었다. 

그런데, 와 놀랍다! 하는 이 또한 별로 없었다.

그 엄청난 대하소설이 3시간짜리 뮤지컬 극본으로도 높은 완성도를 갖출 수 있었던 건

바로 하나하나 모두 반짝이게 하는 캐릭터들의 힘이기도 한데

중요하다 할 수 있는 바로 그것이 이런저런 이유들로 좀 아쉬운...  

예전에 비하면 배우들의 숫자도 많아지고 그들의 실력 또한 높아졌지만

높은 난이도의 작품들은 소화할 만한 배우를 여전히 찾기 어렵다는,

그리고 해외 제작진 오디션의 경우 약간의 미묘한 간극이 생기기도 하는 

어쩔 수 없는 이 현실을 이 공연을 보면서도 또 느끼다...


집에 와서 프로그램북을 보다가 재미있는 구절을 발견.

이전에 예술의전당 팀장을 오래 지냈던, 현재는 모 공연장의 극장장 및 교수이신 분이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감의 글을 쓰시면서

1996년 첫 내한공연 때의 감동을 글 초반부에 언급한 구절인데

당시 공연을 보면서 1980~90년대 시위로 얼룩졌던 우리나라 현실이 겹쳐졌고

'혁명에 성공한 프랑스는 민중들의 비참한 삶을 해피엔딩으로 드라마를 완성해도

싸구려 신파가 되지 않는구나...  우리가 혁명 드라마를 뮤지컬로 만든다면 

비극으로 끝나야 리얼리티가 살아있다고 했을 터인데...' 안타까움에 가슴 먹먹했다는~

맞는 얘기야... 정말......


그루도 이 공연을 함께 봤다.

다소 길었던 1막은 오래 앉아있기 좀 힘들어하긴 했지만 그래도 무난히 끝까지 잘 보았다.

공연이 끝나자 그루가 하는 말 "재미있었어! 이 공연, 음악이 되게 좋네!"

그루도 느낄 만큼^^ 정말 대단한 이 작품의 음악!

최근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는 25주년 기념 콘서트 음반 말고

예전 10주년 기념 콘서트 음반이 원래 좀 유명한데

찾아보니 한국에서는 판매하는 곳이 없네... 

그래도 소장가치 충분하니 아마존에 주문~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그 10주년 DVD를 매우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길래 얼른 주문~

이번 주말엔 10주년 기념 콘서트 실황 DVD를 보며 또다른 감동을 느껴야지.


Musical 'Les Miserables'_

런던 오리지널 무대 버전으로 그리고 외국 캐스트로 꼭 한번 보고 싶다.

그때까지 One Decad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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