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brief comment

푸르른 날에

spring_river 2013. 5. 23. 11:55

 

 



이 공연에 대한 호평은 꽤 오래 들어왔지만 계속 내키지 않았다.
그러다가 두 번째 재공연을 올리는 올해, 기대 반 우려 반의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았다.
나를 주저하게 했던 이유는 '光州'라는 소재 때문......
약 10년 전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이 공연이 아닌) 어떤 대본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굳이 좋게 포장하자면 색다른 시각에서의 접근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희화화가 너무 심했고 내 마음 속에서 도저히 용서가 안 되었다.
이후 그 대본이 공연화되었고 꽤 오랜기간 자주 무대에 올려졌지만
대본을 봤을 때에 무척 화났던 이유로 그 공연을 일부러 보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80년 5월 광주를 소재로 한 공연이나 영화들 몇 편을 그간 보아왔지만
보통의 일반 관객들보다는 아무래도 내가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어서인지
여러 이유로 실망한 경우가 많았고 그다지 만족스러웠던 적이 없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광주를 다룬 작품이 나온다는 소식을 접할 때엔
오히려 괜히 혼자 심경이 더 심란하다...

이 연극은 초연되었던 그 해에 각종 상을 휩쓸며 큰 주목을 받았고
이듬해에 재공연되었을 때엔 매진사례를 이룰 만큼 흥행 또한 성공했던 작품이다.
그런데 이 공연을 그동안 보지 않았던 이유는 
이 작품을 소개하는 기사를 접하면서 10년 전 그 대본의 기억이 갑자기 떠올라
이 공연 또한 5.18을 어떤 식으로든 희화화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공연장을 찾은 이유는
관객 반응이 너무 좋아서였다.
(그리고 곁가지를 든다면, 이 공연 제작사 대표가 광주 출신이라는 것...
설마 적어도 함부로 만들지는 않았겠지 하는 보험같은 믿음, 뭐 그런...)
대체 어떻게 만들었길래... 궁금증에, 의심을 풀지 않은 채 공연을 보게 되었다.

우려했던 것보다는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그간의 광주 관련된 공연 중에서는 가장 나았다는 느낌이다.
고선웅 연출가가 참 영리하게 각색하고 연출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거운 서사와 통속적 멜로가 빠질 수 있는 오류를 범하지 않고
다소 과장되고 희극적인 연극어법을 부분적으로 취하면서도
또한 그로 인해 비극성을 더욱 두드러지게 한 연출이 돋보였다.
대중적 접근 및 몰입도를 높이면서도 
역사적 사건의 진정성을 놓치지 않은 점이 바로 이 작품의 큰 수훈이었다.
오랜 호흡을 자랑하는 배우들의 에너지는 강렬했고
특히 'History Boys'에서도 보았던 이명행 배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석은 눈물과 박수로 가득했다.
관객들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혼자의 오해가 풀렸고 그리고 진심으로 이 작품의 앞길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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