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찍어왔던 그루 사진들이 나왔다.
그 중에 시댁 앞 계단에서 찍은 사진 한 컷...
궁금해 하는 이들을 위해 그루의 근황을 말하자면,
12월말부터 1월까지 내내 감기에 편도선염에 끊임없이 아프더니만
2월 되어 다시 씩씩해졌다.
식구들 아무도 고칠 수 없었던 단 하나의 나쁜 점이었던
엄지손가락 빠는 버릇은
그루 스스로 고치려고 애를 쓰는 기특함에 힘입어
거의 90% 고친 상태이고
(가족들 모두 놀랬다, 어린 것이 어찌나 대견하던지...)
아프고나서는 식욕이 도는지 밥도 잘 먹고 있고
또 춤솜씨가 많이 늘었다.
그냥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게 아니라
춤추는 걸 보고 있으면 진짜 거의 안무 수준이다.
한국적 춤사위에 최신 브레이크, 힙합까지
모든 게 녹아 들어(?) 있다.
물론 아무도 안 가르쳐 주는데 혼자 그렇게 추고 있다.
말은... 날이 갈수록 기가 막힐 정도로 무지 잘 한다.
식구들이 두 손 두 발 다 든 지 오래다.
광적으로 자동차를 좋아하는 건 거의 1년째 계속되고 있다.
언젠가 집에 있는 걔 자동차 수를 세어 봤더니
170대 정도 된다.
TV 보다가 국산차이든 외제차이든 자동차가 나오면
식구들이 그루한테 다 물어본다.
"그루야, 저 차는 무슨 차야?"
"응, 저건 크라이슬러 피티크루저야."
"응, 저건 람보르기니야."
......
콩만한 게 욕심도 되게 많다, 큰일이다.
그루 크는 거 보고 있으면 걔 똑똑함에 모두가 늘 놀란다.
다행이다, 똑똑한 것도 살아가면서 큰 자산인데...
다만,
똑똑하기보다는 현명한 아이로 자라났으면 좋겠다.
새로 들어가는 프로젝트들 때문에 바빠서
그루랑 같이 있는 시간이 너무 적어서 항상 미안하다.
그 아쉬움을 그루 표정과 말에서 읽을 때엔 더욱 마음이 아프다.
올해와 내년 후속 프로젝트 검토 작업,
그리고 최근 갑자기 Management 의뢰 들어온 작품 플래닝 작업 등
계속되는 야근에, 집에까지 일거리 가져와서 새벽까지 일하느라
요즘 계속 심신이 지쳐 있었는데
토요일 오늘 오후 스케줄은 다행히 비게 될 것 같아
오랜만에 집에 일찍 들어가서 그루랑 놀까
아니면 피곤한 나를 위하야 머리 좀 식힐 겸 영화나 보러 갈까
둘 중의 선택을 고민하고 있는데
사장이 오후 회의를 소집했다.
... 오후가 없어졌다...
그루랑 영화를 저울질하다가 벌받은 것 같다.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건,
월요일이 노는 날이라는 거다.
비 안 오면 그루랑 가까운 데 어디 놀러가야지.
근데 어디를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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