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monologue

사랑의 유효기간에 대한 Report

spring_river 2004. 1. 30. 18:38

*바로 이전 포스트에서
 'Her Story'
라는 매거진의 커버스토리를 언급했었다
 
이번 포스트는 그 커버스토리에 대한 일종의 보고서다.

※지난 포스트에서 생략한 일화 하나는,
  
그루 아빠가 나한테 그 잡지를 사 와 보라고 하길래
  
내가 그냥 지나가는 소리로
  
다른 남편들은 아내한테 월간지도 사 가고 그런다는데
  
어떻게 우리 집은 거꾸로냐... 그랬더니
  
그 얘기에 별걸 다 트집잡는다며 투덜거리던 사람이
  
엊그제 진짜로 잡지를 사 가지고 왔다.
  
세상에... 결혼 4년만에 처음 선물받아 본 잡지다.

실은
나도 그 커버스토리가 궁금했었다.
내가 의아스러워 했던 건
홍보 카피에 인용되어 있던 설문조사 Data의 진의였다.
남자가 여자보다 두 배의 수치만큼 사랑은 영원하다고 믿는다구?
설마...

진의를 확인해 보길 잘했다.
그럼 그렇지...
속이 후련하여 굳이 블로그에 Report를 남기기로 했다.
그 기사를 보지 않은 사람에게도
아니면 가능한 한 만방에 진실을 알리고 싶어서...


2001
년에 개봉되었던 영화 '봄날은 간다'
이상하게도 많은 남자들의 분노, 허탈을 불러 일으켰었다.
내 주위에서도 많이 목격되었다
.
주인공 남자의 단 한 마디가 그것을 압축했다
.
"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
......
은수라는 그 여주인공에게 분노하는 남자들에게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변함없이
난 약간의 측은한 비웃음과 함께 이렇게 대답한다.
은수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는 남자는

정말 여자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그렇게 여자를 알지 못하면

그 사람은 사랑을 하면 그렇게 또 다치게 아플 거라고
...

그런데, 나의 대답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여자들의 특유의 본성 및 태도를 말한 것이라면,
뭇남자들의 분노의 원인은

사랑이 변하는 여성에 대한 굉장히 이기적인 인식을

저변에 깔고 있다.
조금 다른 차원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

바로 이 커버스토리 기사에

그것에 대한 적나라한 규명을 담고 있다
.
깜짝 주의를 환기시키는 선정성이 다분했던 홍보 카피 그대로

설문의 결과는 실제로 그렇게 나왔다.
'
사랑의 유효기간은 평생'이라고 답한 비율이,
남자 33.2% /  여자 18.4%
.
거의 2배에 가까운 수치이다
.
Data 하나만을 본다면 남자들이 이를 갈 만도 하다
.
하지만 진실은 바로 여기에 있다
.
남자들의 이중성
!!!

근거 1. 실제 평균 연애기간을 조사한 결과 남녀 모두 1위는

         1
~3년 미만남자 33.6% / 여자 35.9%
        
10
년 이상이라고 대답한 남성은 4.4%

근거 2. 배우자나 애인 몰래 호감가는 이성을 만난 적이 있는가
        
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남성은 59.6%

아니, ,
실제 평균 연애기간이 1~3년 미만인 게

남자나 여자나 비슷한 비율인데 뭐가 잘못되었냐구?
숨어있는 포인트는 바로 이거다
.
여성은 사랑의 유효기간이 1~3년 미만이라고 대답한 게

실제 평균 연애기간 비율과 비슷한 35.5%.
그러니까 인식상으로나 실제 행동으로나 거의 일치한다는 말이다
.
그러나
,
남자는 33.2%가 사랑의 유효기간이 평생이라고 생각하면서

실제 평균 연애기간이 10년 이상인 경우는 4.4%이고
1
~3년 미만이라는 대답이 33.6%로 영예의 1위를 차지한 것이다.
게다가 실제 한눈 판 경험은
59.6%...

사랑의 유효기간이 평생이라고 자부하는

남성들의 행동은 이렇게 사뭇 달랐다

남성들이 생각하는 '영원한 사랑'
자신이 그렇게 사랑하고는 있지 않지만
한 여자에게는 평생 사랑받고 싶은 욕망의 표현임을

또는 도덕적 의무감뿐임을 여실히 보여 준 것이다
.

사랑에 대한 중요한 시각 차이의 하나는

남성들은 사랑을 소유로,
여성은 소통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
이번 기사에서도 언급된 웃기는 조사결과 하나는
,
전남편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대부분의 이혼녀들과 달리

이혼남은 전부인에게 수시로 술자리나 관계를 요구하는 등
여전히 자신의 옛여자에 대한 소유의식을 갖고 있다고까지 한다.

아무튼 기사에서도 지적했듯
,
높아지는 이혼율, 미혼여성인구의 증가, 출산율 저하
,
가정의 해체와 같은 사회불안요소의 책임이

거의 전적으로 젊은 여성에게 전가되고 있는
최근의 여론을 접할 때마다
난 참 씁쓸한 생각이 든다
.
결혼을 둘러싼 여러 가지 제도 및 관습을

남자나 여자나 (특히 나이드신 분들...)
뿌리깊은 남성주의적 관점에서 인식하는 데에서

비롯된 원인분석이다
.
나는

거의 50%까지 육박하고 있는 이혼율 및 가정의 해체가
윗 기성세대들이 생각하는 그런
인내심이 부족하고 이기적인 젊은 여성 탓이 아닌,
(
별 이상이 없는 한) 인생의 절반 가량을 함께 할 사람을 선택하는

굉장히 중요한 결단일 수 있는 결혼이라는 문제를
재삼재사 심사숙고하지 않고 짧은 기간 내에 결정하는
요즘의 젊은 '남녀'들의 가벼운 경향이 주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제발 그렇게 쉽게

여자''의 문제로 재단하지 않기를
,
그리고

세상의 절반임에도 불구하고
이제서야 겨우
 
조금씩 아주 조금씩

자리를 잡고 넓혀가는 여성들에 대한
말도 안 되는 비난으로

남성들의 위기의식을 덮지 말기를...

남자들의 33.2%가 사랑은 영원하다고 믿는다구
?
가증스러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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