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전 포스트에서
'Her Story'라는 매거진의 커버스토리를 언급했었다.
이번 포스트는 그 커버스토리에 대한 일종의 보고서다.
※지난 포스트에서 생략한 일화 하나는,
그루 아빠가 나한테 그 잡지를 사 와 보라고 하길래
내가 그냥 지나가는 소리로
다른 남편들은 아내한테 월간지도 사 가고 그런다는데
어떻게 우리 집은 거꾸로냐... 그랬더니
그 얘기에 별걸 다 트집잡는다며 투덜거리던 사람이
엊그제 진짜로 잡지를 사 가지고 왔다.
세상에... 결혼 4년만에 처음 선물받아 본 잡지다.
실은
나도 그 커버스토리가 궁금했었다.
내가 의아스러워 했던 건
홍보 카피에 인용되어 있던 설문조사 Data의 진의였다.
남자가 여자보다 두 배의 수치만큼 사랑은 영원하다고 믿는다구?
설마...
진의를 확인해 보길 잘했다.
그럼 그렇지...
속이 후련하여 굳이 블로그에 Report를 남기기로 했다.
그 기사를 보지 않은 사람에게도
아니면 가능한 한 만방에 진실을 알리고 싶어서...
2001년에 개봉되었던 영화 '봄날은 간다'은
이상하게도 많은 남자들의 분노, 허탈을 불러 일으켰었다.
내 주위에서도 많이 목격되었다.
주인공 남자의 단 한 마디가 그것을 압축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
은수라는 그 여주인공에게 분노하는 남자들에게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변함없이
난 약간의 측은한 비웃음과 함께 이렇게 대답한다.
은수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는 남자는
정말 여자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그렇게 여자를 알지 못하면
그 사람은 사랑을 하면 그렇게 또 다치게 아플 거라고...
그런데, 나의 대답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여자들의 특유의 본성 및 태도를 말한 것이라면,
뭇남자들의 분노의 원인은
사랑이 변하는 여성에 대한 굉장히 이기적인 인식을
저변에 깔고 있다.
조금 다른 차원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커버스토리 기사에
그것에 대한 적나라한 규명을 담고 있다.
깜짝 주의를 환기시키는 선정성이 다분했던 홍보 카피 그대로
설문의 결과는 실제로 그렇게 나왔다.
'사랑의 유효기간은 평생'이라고 답한 비율이,
남자 33.2% / 여자 18.4%.
거의 2배에 가까운 수치이다.
이 Data 하나만을 본다면 남자들이 이를 갈 만도 하다.
하지만 진실은 바로 여기에 있다.
남자들의 이중성!!!
근거 1. 실제 평균 연애기간을 조사한 결과 남녀 모두 1위는
1년~3년 미만 - 남자 33.6% / 여자 35.9%
10년 이상이라고 대답한 남성은 4.4%
근거 2. 배우자나 애인 몰래 호감가는 이성을 만난 적이 있는가
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남성은 59.6%
아니, 뭐,
실제 평균 연애기간이 1년~3년 미만인 게
남자나 여자나 비슷한 비율인데 뭐가 잘못되었냐구?
숨어있는 포인트는 바로 이거다.
여성은 사랑의 유효기간이 1년~3년 미만이라고 대답한 게
실제 평균 연애기간 비율과 비슷한 35.5%다.
그러니까 인식상으로나 실제 행동으로나 거의 일치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남자는 33.2%가 사랑의 유효기간이 평생이라고 생각하면서
실제 평균 연애기간이 10년 이상인 경우는 4.4%이고
1년~3년 미만이라는 대답이 33.6%로 영예의 1위를 차지한 것이다.
게다가 실제 한눈 판 경험은 59.6%...
사랑의 유효기간이 평생이라고 자부하는
남성들의 행동은 이렇게 사뭇 달랐다
남성들이 생각하는 '영원한 사랑'은
자신이 그렇게 사랑하고는 있지 않지만
한 여자에게는 평생 사랑받고 싶은 욕망의 표현임을
또는 도덕적 의무감뿐임을 여실히 보여 준 것이다.
사랑에 대한 중요한 시각 차이의 하나는
남성들은 사랑을 소유로,
여성은 소통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번 기사에서도 언급된 웃기는 조사결과 하나는,
전남편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대부분의 이혼녀들과 달리
이혼남은 전부인에게 수시로 술자리나 관계를 요구하는 등
여전히 자신의 옛여자에 대한 소유의식을 갖고 있다고까지 한다.
아무튼 기사에서도 지적했듯,
높아지는 이혼율, 미혼여성인구의 증가, 출산율 저하,
가정의 해체와 같은 사회불안요소의 책임이
거의 전적으로 젊은 여성에게 전가되고 있는
최근의 여론을 접할 때마다
난 참 씁쓸한 생각이 든다.
결혼을 둘러싼 여러 가지 제도 및 관습을
남자나 여자나 (특히 나이드신 분들...)
뿌리깊은 남성주의적 관점에서 인식하는 데에서
비롯된 원인분석이다.
나는
거의 50%까지 육박하고 있는 이혼율 및 가정의 해체가
윗 기성세대들이 생각하는 그런
인내심이 부족하고 이기적인 젊은 여성 탓이 아닌,
(별 이상이 없는 한) 인생의 절반 가량을 함께 할 사람을 선택하는
굉장히 중요한 결단일 수 있는 결혼이라는 문제를
재삼재사 심사숙고하지 않고 짧은 기간 내에 결정하는
요즘의 젊은 '남녀'들의 가벼운 경향이 주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제발 그렇게 쉽게
여자'만'의 문제로 재단하지 않기를,
그리고
세상의 절반임에도 불구하고
이제서야 겨우
조금씩 아주 조금씩
자리를 잡고 넓혀가는 여성들에 대한
말도 안 되는 비난으로
남성들의 위기의식을 덮지 말기를...
남자들의 33.2%가 사랑은 영원하다고 믿는다구?
가증스러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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