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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agina Monologues

2004/brief comment

by spring_river 2004. 1. 1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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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것을 보지 못하고,
 인정하지 못하고,
 기억하지도 못합니다.
 말하지 않으면 비밀이 되고,
 비밀은 부끄러운 것이 되고,
 두려움과 잘못된 신화가
 되기 싶습니다.

 나는 언젠가
 
그것이 부끄럽지도 않고
 
또 죄의식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때가
 
오기를 바라기 때문에
 
입 밖에 내어 말하기로 했습니다."

         -The Vagina Monologues   
 

드디어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보았다.
'
드디어'
......
그게 바로 레퍼토리 공연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힘인 것 같다.
(
공연을 거의 보지 않는 이들을 제외한) 사람들에게

왠지 꼭 보아야 할 작품으로 각인되는 것...
어쩌다 혹 못 보고 끝나버리면

몇 달 후 또는 1~2년 후 재공연될 때까지
등에 짊어진 하나의 숙제처럼 느껴지는 것...
그래서 재공연 소식이 들리면

여지없이 신경이 쓰이고
기어이 티켓을 사게금 만드는 것...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2001
년 초연할 때부터 보고 싶었던 작품이었다.
서주희의 모노드라마로 새롭게 바뀌고 나서도

늘 보고는 싶었지만 이상하게 놓치기만 했던 작품이었다.
'
드디어' 보았다
.

과연이었다
.
한 사람의 비평가의 평가가 틀릴 수는 있지만

전반적인 비평의 평가가 틀리지는 않는다.
몇몇 관객의 평가가 전부일 수는 없지만

관객 대부분의 평가는 거의 틀리지 않는다.
'
서주희의 버자이너 모놀로그'

그동안의 거의 모든 비평과 관객의 높은 찬사가
사실이었음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다.
이 공연은

'
버자이너 모놀로그'가 아닌,
'
서주희의 버자이너 모놀로그'였다
.
배우 서주희를 빼 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
배우사람만을 바라보기에 2시간은 긴 시간일 수 있다
.
그러나 이 공연에서는

서주희사람만이기도 하고 여덟, 아홉 사람이기도 한
여러 여자를 만나게 된다.
5
살 아이에서부터 열여섯 소녀, 20, 30
,
40
대 중년, 6~70대 노파의 모놀로그를

그녀가 펼쳐낸다.
그것도 분장이나 의상의 변환 없이

맨얼굴, 하나의 의상으로

단지 즉석에서 머리 모양을 조금씩 바꿀 뿐,
그냥 흉내 정도의 연기가 아니라

너무나 놀랍게도 그녀는 완벽하게
5
살 아이가 되어 있고 70대 노파가 되어 있다.

이 공연은

요즘의 10, 20대보다도
30
대 이상의 사람들에게 더 깊이 와 닿을 것 같다.
지금이야 '
'이라는 게
솔직해도 되는 것이 되었지만,
우리 때만 해도

특히 여자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에 대해 굉장히 엄격한 문화에서 자랐었다.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그러니까 부모님 품을 벗어나기 직전까지
내가 엄마로부터 음으로 양으로 받았던
성교육의 멘트들을 난 아직도 잊지 못한다.
(
딸자식을 서울로 혼자 보내려니 무지 걱정되셨을 게다
...)
우리 엄마가 원래 엄하기도 했지만

그 방면으로도 특히 엄하기 그지없으셨다.
그 이후로 난 가끔 그런 생각을 해 봤다
.
가끔 자유로워지고 싶어도

너무 오랫동안 체득되어 있어 버려지지 않는

나의
性的 보수성이
아무래도 나의 엄마 때문이라는...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그래서
20
대보다도 30대에, 30대보다도 40대에
연령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더 많은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작품일 것 같다.
실제로 우리 자리 앞좌석에 40대 아주머니들 대여섯분이 오셨는데
,
공연 중에도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관람하셨고

공연 후 자리에서 일어나며 하는 얘기들이
'
우리 엄마 생각이 나서 슬펐다'는 것이다.
한평생 아무 재미도 모르고 사신

그녀들의 그 어머니가 생각났다는 것이다
.

암튼

굉장히 괜찮은 작품이었고,
그리고 서주희라는 배우를 알게 된 게 무척 반가웠던 작품이었다
.

그리고
,
회사를 옮긴 이후로

이전보다 시간적 여유가 더 생기기도 했고
직업적인 이유가 부가되어
전보다 훨씬 공연이나 영화를 많이 보러 다니게 된 건
무척이나 바랬던 바이고
또 신나는 변화인 건 사실인데,
역시

좋아하는 일이 Job이 되어 버리니
그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애호관객으로서 집중하기만 하는 게 어렵게 되어 버린 것이다
.
어제도 계속 공연을 보면서

지금 작품 검토 중인
모노 뮤지컬 작품과 로맨틱 뮤지컬 코미디 작품 두 개를

떠올리며 이생각 저생각을 했다.
모노드라마에 대한 관객 분위기가 이렇구나
...
무대 굉장히 심플하네... 상대적으로 Cost 다운되겠다
...
우리 모노 작품은 한 가지 캐릭터인데 끌어나가는 힘이 괜찮을까
...
동숭홀 여기가 한 450석 정도 나오지, 우리 작품에 괜찮을까
...
레퍼토리화시킬려면 그래, 이러이러한 게 필요하겠다
...
서주희씨 노래 못 하나이거랑 저거랑 두 작품 다에 딱인데
...
......
제기랄
...
그 오만 가지 생각을 하면서 작품에 집중한 게

내가 신기할 정도다.

그래도
...
즐거운 게 사실이다
...
고맙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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