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가 'a Number'를 보고 싶었던 이유...
지난달 이 연극에 대한 소개를 접하고 왠지 끌렸다.
가장 큰 이유는 이 작품이 담고 있는 내용 때문...
복제된 세 아들과 아버지와의 이야기...
지금이야 여러 뉴스와 사건들 때문에 많이 알려진 그리고 지겨워진 화두이지만
이 작품이 초연된 당시는 미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인간의 정체성에 관한 내용이었기에 꽤 센세이셔널했으리라...
영국의 유명한 카릴 처칠이라는, 지금은 할머니 극작가의 작품
(나중에 확인해 보니, 이 작품을 썼을 때의 나이가 64세이다!)
이브닝 스탠다드상 수상작 등...
여러 가지 Value들이 이 작품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다.
사실 처음에 황우석 박사 Boom이 엄청나게 일었을 때에도 난 그냥 무덤덤했다.
왜 저리들 난리법석이지...
난치병의 획기적인 치료 가능성까지는 이해하겠다, 그거야 좋은 일이니까...
그런데 인간 복제... 왜 이렇게 사람들이 인간 복제의 가능성에 흥분할까...
인간 복제... 나는 그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수긍할 수 없다.
인간의 존엄성 문제를 드는 종교계의 주장 같은 건 아니다.
좋은 것만 골라 완벽한 인간을 만들 수 있다고 하는 건
일단 미친 짓이라 논외로 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다고 치자,
너무너무 사랑해서 그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어
그 사람과 똑같은 사람을 복제해서 만들어 내면
그 똑같은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인가?
겉모양만 같을 뿐, 나와 함께 했던 '시간'이 그 사람에겐 없는데
그게 같은 사람인가?
그렇게 하면 과연 나의 사랑이 계속해서 이어지기라도 한다는 건가?
이건... 인간의 끝없는 욕심, 탐욕이 낳은 과학기술일 뿐이다...
애국심까지 덧칠된, 이상한 열풍에
무관심하리만큼 냉정하게 떨어져 있었던 나로서는
이 연극의 화두가 굉장히 이끌렸다.
그리고 이 공연에 기대했던 또 한 가지는,
단 두 명의 Cast 이호재, 권해효였다.
복제된 다른 아들 세 명을 연기하게 될 권해효씨가 특히 궁금했다.
단순히 연기 잘 하는 배우가 아닌,
무대 위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 존재감이 느껴지는 두 배우의
팽팽하게 불꽃튀는 에너지가 예상되었고
어떤 모습일지 약간 흥분되리만큼 기다려졌다.
2. 연극 'a Number'를 보게 되었다...
층이 심하지 않은 1F 관객석을 배려하여
약 20도 기울어진 무대 위에
긴 소파 하나, 그리고 소파쿠션 세 개가
공연장의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한 시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객석의 관객들 역시 기침소리 하나 없이
무대 위의 긴장에 동참했다.
음... 직접 만난 'A Number'는
기대가 컸던 탓일까... 기대했던 두 가지 포인트 모두 미진한 느낌이었다.
작품 구성의 경우,
초반 전개의 긴장감과 몇 차례 거듭되는 반전에 비해 갈수록 왠지 뒷힘이 부족했고
암전 후 조명이 켜지고 배우가 커튼콜을 할 때에
'끝난 거야?'하는 어리둥절함과 함께 Simple하다못해 너무 짧은 듯해 맥이 풀렸다.
물론 짧다고 해서, 열린 결말이라고 해서 극적 완성도가 다 떨어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왠지 이야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고 마무리된 듯했고
복제, 그리고 Identity, 아버지와 아들... 여러 화두들이 명쾌하지 않았다.
공연 두 번째 날이어서였을까... 두 배우 모두 아직 농익지 않은 느낌이었다.
복제된 사실을 알고 혼란스러워 하는 같이 살던 아들,
자기 대신 복제되어 입양된 아들을 죽이고 자살하는, 어린 시절 버려진 실제 아들,
자신이 복제된 사실을 알게 되고도 별로 동요하지 않는 낙천적인 또다른 아들
이렇게 각기 다른 세 아들을 연기하는 권해효씨는
물론 전혀 다른 세 인물이 아닌 복제된 세 인물이기에
각각의 캐릭터별로 완전히 다른 연기를 하려 무리하지는 않되
각 아들이 처한 상황에 순발력있는 연기를 보여 주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건조했고 관객에게 이입되는 힘이 부족했다.
혼란스러움, 죄책감, 뻔뻔스러움, 자기원망 등을 쏟아내는 아버지 이호재씨는
세 명의 아버지인 것과 같은 그런 연기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아버지역 역시 '이호재'만의 독특한 해석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두 배우 모두 과잉되지 않은 절제된 연기력을 보여주긴 했으나
기대했던 그런 폭발적인 에너지와 긴장감을 느낄 수 없었다.
혼자 짐작컨대,
오랜 연륜과 정확한 해석력으로 유명한 두 배우들의 작품 해석에
주목받고 있기는 하지만 신인연출가인 연출자가 그냥 따라간 건 아닌지...
연출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이 공연에서는 특별한 연출력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약간의 실망감을 안고 돌아오는 길...
프로그램 팜플릿의 런던 공연, 뉴욕 공연, 일본 공연 리뷰를 읽으면서
다시 한번 이 작품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되었다.
극장 구조, 연출 방향, 각 캐릭터에 대한 배우들의 해석력에 따라
굉장히 에너지 넘치는 독특한 공연이 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또다른 'a Number'를 기대한다.
(이 역시 다른 복제품 'a Number'인 셈인가...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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