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brief comment

a Number

spring_river 2006. 5. 20. 18:14



1. 내가 'a Number'를 보고 싶었던 이유...

   
지난달 이 연극에 대한 소개를 접하고 왠지 끌렸다
.
   
가장 큰 이유는 이 작품이 담고 있는 내용 때문
...
   
복제된 세 아들과 아버지와의 이야기
...
   
지금이야 여러 뉴스와 사건들 때문에 많이 알려진 그리고 지겨워진 화두이지만

   
이 작품이 초연된 당시는 미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인간의 정체성에 관한 내용이었기에 꽤 센세이셔널했으리라...
   
영국의 유명한 카릴 처칠이라는, 지금은 할머니 극작가의 작품

    (
나중에 확인해 보니, 이 작품을 썼을 때의 나이가 64세이다!)
   
이브닝 스탠다드상 수상작 등
...
   
여러 가지 Value들이 이 작품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다
.

   
사실 처음에 황우석 박사 Boom이 엄청나게 일었을 때에도 난 그냥 무덤덤했다
.
   
왜 저리들 난리법석이지
...
    
난치병의 획기적인 치료 가능성까지는 이해하겠다, 그거야 좋은 일이니까
...
   
그런데 인간 복제... 왜 이렇게 사람들이 인간 복제의 가능성에 흥분할까
...
   
인간 복제... 나는 그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수긍할 수 없다
.
    
인간의 존엄성 문제를 드는 종교계의 주장 같은 건 아니다
.
   
좋은 것만 골라 완벽한 인간을 만들 수 있다고 하는 건

   
일단 미친 짓이라 논외로 하고
...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다고 치자
,
   
너무너무 사랑해서 그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어

   
그 사람과 똑같은 사람을 복제해서 만들어 내면

   
그 똑같은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인가?
   
겉모양만 같을 뿐, 나와 함께 했던 '시간'이 그 사람에겐 없는데

   
그게 같은 사람인가?
   
그렇게 하면 과연 나의 사랑이 계속해서 이어지기라도 한다는 건가
?
   
이건... 인간의 끝없는 욕심, 탐욕이 낳은 과학기술일 뿐이다
...

   
애국심까지 덧칠된, 이상한 열풍에
 
   
무관심하리만큼 냉정하게 떨어져 있었던 나로서는

   
이 연극의 화두가 굉장히 이끌렸다.

   
그리고 이 공연에 기대했던 또 한 가지는
,
   
단 두 명의 Cast 이호재, 권해효였다
.
   
복제된 다른 아들 세 명을 연기하게 될 권해효씨가 특히 궁금했다
.
   
단순히 연기 잘 하는 배우가 아닌
,
   
무대 위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 존재감이 느껴지는 두 배우의

   
팽팽하게 불꽃튀는 에너지가 예상되었고
   
어떤 모습일지 약간 흥분되리만큼 기다려졌다.


2. 
연극 'a Number'를 보게 되었다
...

   
층이 심하지 않은 1F 관객석을 배려하여

   
20도 기울어진 무대 위에
   
긴 소파 하나, 그리고 소파쿠션 세 개가
   
공연장의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
    
한 시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객석의 관객들 역시 기침소리 하나 없이
   
무대 위의 긴장에 동참했다
.  

   
... 직접 만난 'A Number'

   
기대가 컸던 탓일까... 기대했던 두 가지 포인트 모두 미진한 느낌이었다.
   
작품 구성의 경우
,
   
초반 전개의 긴장감과 몇 차례 거듭되는 반전에 비해 갈수록 왠지 뒷힘이 부족했고

    
암전 후 조명이 켜지고 배우가 커튼콜을 할 때에
    '
끝난 거야?'하는 어리둥절함과 함께 Simple하다못해 너무 짧은 듯해 맥이 풀렸다.
   
물론 짧다고 해서, 열린 결말이라고 해서 극적 완성도가 다 떨어지는 건 아니다
.
    
하지만 이 작품은 왠지 이야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고 마무리된 듯했고

   
복제, 그리고 Identity, 아버지와 아들... 여러 화두들이 명쾌하지 않았다.  

   
공연 두 번째 날이어서였을까... 두 배우 모두 아직 농익지 않은 느낌이었다
.
   
복제된 사실을 알고 혼란스러워 하는 같이 살던 아들

   
자기 대신 복제되어 입양된 아들을 죽이고 자살하는, 어린 시절 버려진 실제 아들
,
    
자신이 복제된 사실을 알게 되고도 별로 동요하지 않는 낙천적인 또다른 아들

    
이렇게 각기 다른 세 아들을 연기하는 권해효씨는
   
물론 전혀 다른 세 인물이 아닌 복제된 세 인물이기에
   
각각의 캐릭터별로 완전히 다른 연기를 하려 무리하지는 않되
   
각 아들이 처한 상황에 순발력있는 연기를 보여 주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건조했고 관객에게 이입되는 힘이 부족했다
.
   
혼란스러움, 죄책감, 뻔뻔스러움, 자기원망 등을 쏟아내는 아버지 이호재씨는

    
세 명의 아버지인 것과 같은 그런 연기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아버지역 역시 '이호재'만의 독특한 해석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
   
두 배우 모두 과잉되지 않은 절제된 연기력을 보여주긴 했으나

   
기대했던 그런 폭발적인 에너지와 긴장감을 느낄 수 없었다.
    
혼자 짐작컨대
,
   
오랜 연륜과 정확한 해석력으로 유명한 두 배우들의 작품 해석에

    
주목받고 있기는 하지만 신인연출가인 연출자가 그냥 따라간 건 아닌지...
   
연출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이 공연에서는 특별한 연출력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약간의 실망감을 안고 돌아오는 길
...
   
프로그램 팜플릿의 런던 공연, 뉴욕 공연, 일본 공연 리뷰를 읽으면서

   
다시 한번 이 작품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되었다.
   
극장 구조, 연출 방향, 각 캐릭터에 대한 배우들의 해석력에 따라

   
굉장히 에너지 넘치는 독특한 공연이 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또다른 'a Number'를 기대한다
.
    (
이 역시 다른 복제품 'a Number'인 셈인가... 이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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