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뒤집어지는 연극...
9명의 배우가
극중 배역과 극중극 배역을
쉴새없이 오가며
극중극 거대한 세트가
2막에서 180도 회전하고
또 3막에서 180도 회전한다.
1막의 무대 위 상황이
2막 백스테이지에서 뒤집어지고
3막 무대에서 또다르게 뒤집어진다.
또한, 배우들 대부분이
극중 배역과 극중극 배역의
캐릭터가 상이하다.
그 역시 묘한 대조 포인트다.
극중극의 타이틀은 'Nothing On'이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기는 커녕 난리법석의 극치다.
이 극의 타이틀은 'Noise Off'이지만
온통 잡음 투성이에다가 그 Noise가 무대 위까지 넘나들어 장악한다.
2시간 30분 동안 관객들...
웃느라 뒤집어진다.
2. 뛰어난 배우 앙상블의 연극
베란다 유리창을 포함한 총 9개의 문을 드나드는 배우들의 동선과
그 정교한 타이밍을 보고 있노라면
극작가의 놀라운 솜씨와 함께 배우들의 오랜 훈련을 충분히 짐작케 한다.
3개월간의 연습, 1개월전의 무대 제작 및 배우 적응이라는
공연계의 흔치 않은 제작과정이
녹록한 힘으로 공연에 그대로 드러난다.
내로라하는 배우 한 명 한 명 모두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지만
특히 이렇게 복잡다난한 극본을 배우간의 훌륭한 앙상블로 100% 소화해낸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배우 안석환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3. 독특한 재미를 선사하는 연극
티켓 대신 Staff 명찰을 달고 공연장에 들어서는 관객은
'백스테이지 실황극'이라는 공연 부제답게
공연이 올려지는 그 이면의 모습들을 보게 된다.
보통의 경우,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완성된 무대 위의 모습만을
그러니까 신성한 무대의 모습을 보게 되지만
이 공연의 경우 그 뒷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공연이 올려지는 과정 속의 연출과 배우, 스태프간의 여러 애환, 갈등들
그리고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없는 무대 바로 뒷편의 모습들까지...
의도하는 바만큼 관객들에게 이 공연의 스태프라는 느낌까지 줄 순 없지만
공연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 아니면 볼 수 없었던 광경을 접하는
그러한 새로운 재미를 이 작품은 선사하고 있다.
Noise Off는 무척 재미있다.
연극이라면 그래도 나중에 뭔가 남는 게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사실 있으나
이 공연은 그러한 것 없이 재미있고 즐겁고 웃기다. (물론 완성도는 높다)
공연계의 50%를 휩쓸고 있는 뮤지컬에 대한 영향인지
아니면 요즘 관객들의 선호도를 반영한 추세인지
최근 연극들'도' 재미있는 연극이 많이 올려지고 있고
또 그런 작품들이 객석을 채운다.
진지한 작품들을 주로 해 온 대다수의 연극인들은 작금의 사태를 한탄할 것이다.
하지만, 재미있는 작품을 Quality 낮은 작품으로 평가하는 건 결코 옳지 않다.
물론 가볍고 즐거운 작품을 선호하는 관객들의 성향 탓에
진지하고 훌륭한 작품이 외면당하는 것 역시 안타까운 현실이다.
관객 시장의 확대와 함께 공연계도 많이 성장했지만
다양한 작품들이 공존하며 고르게 사랑받지 못하는 상황을 보면
시장의 숫자만큼 질적으로까지 성장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하긴... 가장 굳건한 문화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영화 장르 역시
아직까지 편중이 심한 걸 보면, 공연계의 현재 한계가 무리도 아닌 듯 싶다.
아직까지도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있어 영화, 연극, 뮤지컬은
일상에서 비일상으로,
모든 걸 잠시 잊고 2시간 동안 '기분 좋은 집중 상태'에 자신을 맡기는,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채워주는, 그래서 풍요롭게 하는 문화예술이 아닌
그냥... 여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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