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brief comment

The Last Return

spring_river 2024. 5. 20. 20:21

 





★★★★



# 우수한 극본과 좋은 연출이 잘 어우러진 블랙 코미디였다.
   신문보는 남자 역의 정승길 배우와
   우산 든 여자 역의 최희진 배우가 극의 중심을 잘 잡았다.

   극이 진행되는 동안, 나는 머릿속으로
   이런 결말을 예상하였다.
   마지막 회차의 저 공연이 갑자기 취소되어
   결국 아무도 공연을 보지 못하게 되고,  
   마지막 취소티켓을 차지하려는 저 다툼이 무색해지고,
   나 뿐만 아니라 다들 보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오히려 이제 동등하다 여기는 그런 결말 아닐까 하고...
   그런데 극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렀다^^

   오랜만의, 거의 1년만의 연극 관람인데
   머리와 가슴에 자극을 주는 작품을 만나 반갑고 좋은~

   한편으로는 '대기'라는 것에 대해
   나 역시 뼈아픈 기억도 떠오르고...


# 프로그램북 '문득, 극장에서' 中


극장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시공간이며
삶과 삶이 맞부딪치는 현장이다. 
……
관객들은 오늘 이 시간에
바로 객석의 의자 하나를 자리잡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고민과 선택을 하였는지 모른다.
오랜 기다림과 짧은 설렘이 반복되기도 하고, 
때론 생산과 소비에 따른 권리와 책임이 오가며 
적잖은 방황을 했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노동과 휴식 사이에서 
여전히 갈팡질팡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준비해 온 연극이 막이 오르기 전부터
이미 연극의 막을 올리는 주인공은 바로 관객들이다.
……
관객은 각자 자신의 삶을 바탕으로 
무대 위 등장인물의 삶을 들여다볼 것이다.
오늘 연극을 바라보는 관객들이 누구인지에 따라 
연극은 매일매일 달라진다.
이제 배우와 스태프가 준비한 등장인물의 삶은 
무대에서 객석으로 넘어간다.
관객과 배우의 만남은
관객의 삶과 등장인물의 삶이 맞부딪치면서 
드라마의 시공간은 관객의 시공간으로 확장되고 
극장은 데드라인이 정해진 일시적인 커뮤니티로 생성된다.

하지만 아직 객석에 도착하지 못한 사람과 삶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어쩌면 아직 객석에 도착하지 못했기에 
더욱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사람과 삶이 있다.
<더 라스트 리턴>은 아직 객석까지 안내 받지 못한 채, 
로비 공간에서 대기 중인 사람과 삶에 주목한다.
그 가운데에는
대열의 선두에 서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데 골몰하는 사람이 있고, 
대열의 선두에 서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는 사람이 있고, 
대열에서 탈락하지 않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고군분투하는 사람이 있고, 
대열에서 부재함으로써 오히려 존재를 증명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있다.

무대 밖에서 무대를 시작하는 <더 라스트 리턴>은 
극장 밖에서 극장을 꿈꾼다.
관객 가운데에서 등장인물을 발견하는 <더 라스트 리턴>은 
로비 공간에 숨겨진 진실을 찾는다.
오늘 이 로비 공간에도 수많은 삶과 사람들이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서 등장하고 있다.
연극은 그렇게 온전히 관객의 몫으로 완성되어 간다.


# 윤혜숙의 연출가 노트 中

'대기 줄‘에 선다는 것은
끝난 줄 알았는데 나에게 다시 기회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절망에서 희망을 보는 것이지요.

그런데 나와 같은 희망을 품은 사람들이 나타나면서 
희망은 다시 불안이 되고, 절망이 되고, 분노가 됩니다.
한정된 기회를 놓고 그 누구도, 한 치도 물러설 수 없습니다.

도대체 줄은 누가, 왜 세우는 것인가, 
왜 대기 줄에 선 사람들끼리 아웅다웅 다투고 있는 것인가, 
왜 늘 자리는 부족한 것인가,
마지막 남은 한 자리에 왜 이토록 목을 매야만 하는 것인가 
우리가 정말로 궁금해야 할 것은 다른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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