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이후 7년만의 뉴욕行.
그런데 이번은 출장이라 그다지 개인시간이 많지 않은 여행이었다.
출장 일정 뒤로 개인 휴가를 며칠 이어서 쓰는 것도 가능했으나
아들 훈련소 수료식 때문에 그냥 일정만 소화하고 돌아왔다.
5박7일 일정 동안
6개의 공연을 보고
출장 일정 틈틈이(아침 일찍 또는 오후 늦게)
7년 전에는 없었던 명소와
7년 전(그리고 첫 방문이었던 17년전 포함해) 안 가 봤던
몇몇 곳들을 나름 열심히 돌아다녔다.
뉴욕 방문 주기를 고려했을 때에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이지 않을까도 싶어서...
첫 날은 밤늦게 도착해
실질적인 일정은 둘째날부터 시작.
도착한 날 밤과 다음날 아침,
42번가에 위치한 호텔 룸의 창밖 풍경~
내가 뉴욕에 오긴 왔구나!
2일차
호텔에서 나와 조금 걷자마자 바로 보이는 Times Suare.
안녕, 오랜만이야. 반가워!
뉴욕에서의 첫 끼니.
아보카도 토스트 한 쪽에 계란 추가하고 아메리카노,
근데 이게 19달러라니... 이곳 물가도 장난 아니구나ㅠㅠ
오전 오후를 Full로 비울 수 있는 날이 둘쨋날 딱 하루뿐이라
그날 MOMA를 갔다.
뉴욕 올 때마다 들르는 MOMA, 언제나 좋다!
미술관에서 5시간 넘게 시간을 보냈다.
그림 사진은 많이 찍었지만 여기에는
여러 작품들 중에서 이번에 오랫동안 바라본 작품 위주로 몇 장만...
5F에 올라가면 제일 먼저 관객들을 반기는,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 중의 하나인
(그래서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는)
이 명작은 다시 봐도 여전히 너무나 좋고.
그동안 한국에 들어온 전시회를 보면서
그 작가의 그 대표작이 없어 아쉬웠던 바로 그 그림들을 여기에서 만나니 유난히 반갑고.
이번 MOMA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곳은
거대한 크기의, 모네의 '수련' 연작 세 작품만이 따로 전시되어 있던 방.
MOMA 정원은 언제 봐도 예쁘다~
겨울은 또 겨울대로 느낌있네...
그러구보니 내가 찍힌 사진 한 장 더 있다^^
거울 액자와 나란히 놓여 있던 프리다 칼로의 작품과 함께.
MOMA Cafe 2에서 리가토니와 아메리카노로 점심.
오후가 되니 한국 새벽시간이라 시차 때문에 급 피곤하기 시작...
(벌써 커피 두 잔째...
한국에서는 이제 카페인 커피는 하루 한 잔 이상 안 마시는데
거기 가서는 매일 두 잔 이상씩 마신 듯.
나이들어서인지 예전과 달리 이번엔 시차 적응이 쉽지 않은ㅜㅜ
뉴욕 일정 내내 낮엔 졸립고 밤에 자면 일찍 깨고...)
학생 단체들이 줄지어 서있어 뭔가 했더니
기예르모 델 토로의 'Pinocchio'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위하여
굉장히 작은 크기로 그러나 엄청난 디테일로 제작된 세트들을 통해
한 달 전 재미있게 보았던 이 영화의 장면들의 실체를 이렇게 직접 보게 되어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번엔 Mark Rothko 그림을 보지 못해 아쉬웠다.
분명히 지난번에 봤던 기억이 있는데 전층을 다 돌아봤는데도 없길래
혹시 빠뜨리고 봤나 싶어 다시 올라가 4~5층을 꼼꼼히 또 보았는데도 없었다.
Rothko 보고 싶었는데......
MOMA, 너도 안녕~
3일차
오늘은 이번 출장에 합류하는 다른 회사 분들과의 점심 미팅 전후로
오전과 오후에 약간의 여유가 있는 날_
아침에는 유엔본부 근처까지 걸어가
뉴욕에서 근무하고 있는 선배를 만나고 왔다.
맨해튼 동쪽으로 걸어가다가
7년 전 이곳에 여행 왔을 때에 묵었던 그랜드 센트럴 옆 Hyatt 인근을 보니 반가워서 찰칵~
선배를 만난 후 다시 호텔에 들어와
공항에서 오고 있는 손님들 기다리다가 심심해서 로비에서 셀카...
점심 미팅 후 저녁공연 전까지 두세 시간 정도 짬이 나는데
밖엔 비가 내리고 있다ㅠㅠ
그래도 나가 보자 하고 우산쓰고 길을 나섰다.
2019년에 개장되어 7년 전에 왔을 때에는 없었던, Vessel을 보러 갔다.
자살투신이 계속 일어나 작년부터 폐쇄를 한 바람에 올라갈 수는 없지만
그래도 건축물이라도 보고 싶어서 찾아갔다.
때마침 비오는 날의 풍경이어서 약간 더욱 을씨년스러워 보이기도 했지만
외관만 봐도 충분히 매력적인 건축물이었다.
맨해튼과 허드슨강을 다양한 각도로 조망할 수 있는 명소일 텐데 너무 아까운...
4일차
오늘은 출장 일정의 Highlight_
Disney Theatrical Group 방문.
옛날 Roof Theater였던 공간을 Office로 개조해 멋진 구조를 지닌 사무실의,
Thomas Shumacher는 없는 그의 집무실에서 미팅.
대망의 Partnership Ceremony...
뒤이어
New Amsterdam Theatre의 Backstage Tour.
1903년에 지어진 아르누보 스타일의 건물로,
약 1700석 규모의 공연장이다.
브로드웨이 극장은 로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늘 정신없이 줄지어 입장해 공연보고 또 바로 퇴장하느라
공연장 자체를 자세히 보았던 기억이 별로 없는데,
극장 감독의 설명을 들으며 하나하나 살펴보니 놀라움의 연속이다.
그들의 엄청난 History와 Pride를 다시 한번 느끼며...
Wolfgang Steak House에서 다같이 점심.
이번 뉴욕 출장에서 제대로 먹은 유일한 끼니에 해당^^
물론, 맛있었다!
저녁공연까지 오후 서너 시간의 짬이 났다.
비가 오지만 그래도 돌아다니자!
지난번에 그 근처 호텔에 있었으면서도 막상 가 보지 못했던,
뉴욕 공립 도서관으로 향했다.
코로나 때문인지 멤버십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열람실 내부는 못 봤지만
웅장하고 고풍스러운 멋이 가득한 도서관 내부 구경과
그곳 MD Shop에서 사무실 동료들 선물 구입까지 소기의 목적 달성~
도서관을 나와 30분 정도 더 걸어 내려가 닿은
Madison Square Park와 Flatiron B/D.
5일차
토요일 오늘은 낮공연 저녁공연 두 번의 공연관람이 있어 오전만 Free Time.
주말인데 Central Park를 좀 돌아볼까 하다가
예전에 가 보지 않았던 Roosevelt Island를 한번 가 보기로 급결정.
이번 일정 중에는 처음으로 전철을 타고 동쪽 끝 TramWay에 가서 케이블카로 이동~
(케이블카 안에서 맨해튼 남쪽 방향으로 동영상을 찍었는데
이번에도 나중에 보니 녹화버튼이 안 눌러져 있었다ㅠㅠ
MJ 공연장에 이어 또 왜 이러는 거야... 평소에 잘 안 찍어본 티가 이렇게 난다ㅜㅜ
돌아오는 케이블카는 사람이 너무 많아 맨해튼 북쪽만 겨우 촬영...)
Roosevelt Island는 맨해튼과 퀸즈 사이의 이스트 강에 자리한 길쭉하고 작은 섬이다.
가 보니 굉장히 조용한데 맨해튼 View는 훌륭한, 독특한 매력의 지역이었다.
도심 옆 휴양섬같은 느낌...
아파트들도 꽤 있던데 도심 접근성과 쾌적한 환경 모두 좋아서 집값 비싸겠다 생각한^^
이번 겨울 뉴욕 날씨가 눈도 안 오고 안 추워서 이변이라고 하더니
출장 일정 초반에는 따뜻하고 날씨가 좋다가
전날부터 비가 내리고 추워져 이날 아침도 바람이 꽤 쌀쌀했다.
옷을 더 든든히 입고 나올 걸 하고 후회하면서,
그럼에도 섬 주변을 씩씩하게 두어 시간 걸어다녔다.
목적지는 섬 최북단의 Lighthouse와
섬 최남단의 Roosevelt Four Freedoms Park.
시간이 넉넉치 않아 섬 중앙은 제대로 보지 못했고 주로 이스트강변 산책로만 걸었다.
눈도 즐겁고 귀도 편안한 최고의 산책 코스였다.
나, 얘네들에 대해 할 말 많다...
강변을 따라 섬 북쪽으로 걸어가는데
바로 곁에서 저렇게 엄청나게 큰 새들이 막 돌아다니고 있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Canada Goose라고...)
키가 거의 1m 쯤 되어 보이는 덩치들이 수십 마리 모여있으니 무서웠다.
그래서 약간 거리를 두고 걸으며 오른편의 그 새들을 계속 쳐다보면서
와, 쟤네들이 공격하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그쪽 경계하며 바라보느라 전혀 시선을 두지 않고 있었던, 가슴 높이의 왼편 난간 끝에서
(있는 줄도 몰랐던) 그 큼지막한 새 한 마리가 갑자기 내 쪽으로 퍼드득 날아온 거였다.
큰소리로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찰나의 순간, 그런 생각을 했다.
그렇지 않아도 뉴욕 오기 1주일 전에 타임스퀘어 쪽에서 총기살인사건이 나서
그동안 거리를 다니면서도 살짝 마음 졸이며 돌아다녔는데
총기가 아니라 이렇게 새에 공격당해 죽는 건가...
정말 어찌나 놀랐던지 지금 저 사진만 봐도 절로 움찔하게 된다ㅠㅠ
어쨌거나… 섬 최북단에 위치한 등대에 도착~
생각보다 예뻤다. 이곳의 밤 풍경도 매우 운치있을 듯.
자, 이제 다시 섬 남쪽끝으로~
Roosevelt Four Freedoms Park에 도착~
봄 여름 가을에 훨씬 멋진 풍경일 듯.
야경명소로 알려져 있긴 한데, 밤 아닌 시간대의 모습도 충분히 좋았다.
겨울 아닌 시즌이 훨씬 더 예쁘겠다 생각은 들었다.
좀더 시간 여유가 있고 춥지만 않았으면 벤치에 한동안 앉아있고 싶었던,
너무나 맘에 들었던 곳이었다.
두 편의 공연을 보고난 뒤, 출장 일정의 마지막 밤.
저녁공연이 끝난 뒤엔 늦은 시간이라 영업중인 곳이 별로 없어
(그리고 한식을 꼭 먹어야 하는 누구 때문에)
지난 이틀간 계속 코리아타운의 북창동순두부에서 늦은 저녁을 먹었는데,
이 날은 Dallas BBQ에 가서
엄청 큰 치킨윙과 엄청 양많은 칵테일로 늦은 저녁 겸 회식.
6일차
일요일 아침,
미사를 보기 위해 St. Patrick Cathedral로 향했다.
7년전 잠깐 안에 들어가 봤을 때만 해도 그땐 냉담자였는데
이제 이곳에서 내가 미사를 보다니…
뉴욕에서의 마지막날, 낮공연을 보기 위해
이번엔 천천히 여유롭게 브로드웨이를 눈에 담으며 공연장으로~
Bye, Broadway!
자정에 가까운 밤 비행기 일정이라
낮공연을 본 뒤 서너 시간의 마지막 여유 시간이다.
이번 뉴욕일정에서 틈새시간이 만약 한 번 정도밖에 주어지지 않는다면
그때는 여기는 꼭 가보리라 생각한 곳이
바로 이 'Little Island'였다.
비교적 최근인 2년 전, 2021년에 완공된
첼시 지역의 허드슨 강변에 조성된 인공 섬 공원으로
Vessel을 설계한 영국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이 디자인한, 뉴욕의 새로운 명소다.
(언뜻 구두 굽 모양처럼 보이기도 했는데^^)
높이가 다른 튤립 모양의 콘크리트 화분 기둥 132개로 이루어진
엄청난 규모와 아이디어가 빛나는 수상공원이다.
전철을 타고 몇 블록 걸어 도착하니 벌써 해가 서서히 저물고 있다.
해질녘이라 처음엔 아쉬웠는데, 뜻하지 않게 너무나도 멋진 Sunset을 볼 수 있었다!
허드슨강 너머 뉴저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낙조...
넋놓고 석양을 보느라 한참을 머물다가
이제 완전 어둑해진 밤이 되어서야 리틀 아일랜드와도 안녕을 고하고,
첼시마켓에 가서 랍스터 롤로 이곳에서의 마지막 식사~
여행이 아니어서인지 기분좋은 긴장과 흥분이 아닌
뭔가 마음이 안 놓이는 불안과 걱정으로 며칠을 보낸 뒤
정신없이 떠나온 이곳 뉴욕_
출장도 무사히 잘 끝났고
그리고 틈날 때마다 열심히 돌아다녀서 꽤 많이 이곳저곳을 보았다.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고
하지만 마지막이 아니길 바래보는
뉴욕,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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