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photo essay

성지순례_ 당고개 & 새남터

spring_river 2022. 12. 5. 11:48


지난 8개월동안 매주 비대면으로 같이 공부했던 성서통독반에서

마침 활동으로 다함께 성지순례를 갔다.
우리가 간 곳은 교황청 승인 서울순례길 중
용산에 있는 성지 두 곳, 당고개 순교성지와 새남터 순교성지로,
당고개 성지는 일반인 신자 열 분이 처형당한 순교성지이고
새남터 성지는 김대건 신부님과 프랑스 신부님들을 비롯해
열한 분의 성직자들이 처형된 순교성지이다.
그래서 각각 평신도들의 순교지, 사제들의 순교지로 불리운다고 한다.
두 곳 성지는 전체적인 느낌도 좀 달랐다.
당고개 순교성지는 온화한 인상이었다면
새남터 순교성지는 장엄한 분위기였다.

개인적으로는 당고개 순교성지가 더 좋았는데,
한옥와 황토토담이 포근한 인상을 자아내서
어머니의 따뜻한 품 같은 정취를 풍기는 곳이었다.

외부출처 자료이미지_ 지층에 성당과 전시관이, 지상 녹지에 십자가의 길과 한옥성물방 등이 위치해 있는 구조

 

먼저, 당고개 순교성지에 도착~
고층아파트들에 빙 둘러싸여 있는 구조가 어쩔 수 없이 좀 아쉬웠지만
성당은 너무 단아하고 예뻤다.

 



내부에 위치한 기념관에서 순교성인들에 대한 성화를 둘러보면서
각 인물에 대한 설명을 봉사자님에게 들었다.
그런데 9명의 성인들보다
도중에 어쩔 수 없이 배교하여 성인이 아닌 복자로 추대된 
이성례 마리아님이 오히려 더 인상깊었다.

두 번째 가톨릭사제인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어머니이기도 한
(이 신부님 또한 순교가 아닌 사망으로 성인품에 오르지 못해 안타까운...)
그녀의 일생을 그린 18점의 성화 연작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감옥에서 아사한 젖먹이 때문에 잠시 배교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
처형 전날 네 아이들이 망나니를 찾아가 동냥으로 모은 돈을 건네며
어머니가 아프지 않게 단칼에 하늘나라로 갈 수 있도록 부탁하는 모습 등이
특히 마음에 아프게 남았다.
봉사자님이 부연 설명해 주시기를
감옥에서 아사한 젖먹이을 안고 있는 복자님의 등을
큰 바위가 짓누르고 있는 그 그림을 화가분이 그릴 때에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서 한동안 붓을 못 들고 너무 힘들어 하셨다는 ...

 

마리아 복자님의 성화, 그리고 함께 순교한 남편과 아들 최양업 신부님, 네 아이와 젖먹이가 함께 있는 전체 가족의 모습


전시관에서 또 인상깊었던 성화 작품은 '한국의 성모님'.
한복을 입은 성모님과 예수님인데,
치맛단을 쥐고 조르는 여자아이는 하느님께 간청을 드리는 신자들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 작품은 교황님께도 선물로 드렸다고 하는데 매우 좋아하셨다는...
그런데 정말 온화하고 따사로운 기운이 느껴져 오래 바라보게 되는 작품이었다.


기념 전시관뿐만 아니라 내부 복도에도 심순화 화백님의 작품들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한국적인 정서가 물씬 배어있으며 친근하고 따뜻한 화풍의 성화들이다.


 

 



야외 정원으로 올라가 십자가의 길 14처를 돌며 묵상과 기도를 올렸다.

 

 

 

 

찔레꽃 아픔이 매화꽃 향기로 피어나는 성지



늦은 점심 후 새남터 성지로 걸어갔다.
사뭇 웅장한 느낌의 건축,

그리고 돌아보다보면 절로 경건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최초의 한국인 가톨릭사제이자 순교성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소성전에서 고해성사하고 미사 드리고 전대사 받은 뒤,
굉장히 장엄한 느낌의 대성전도 돌아보고 
기념관에 가서 전시물과 순교성인들에 관한 영상을 관람.



성지순례를 마치고 일행들과 헤어져 집에 돌아오는 길에 영화관에 들러
규철 아빠와 영화 '탄생'을 관람했다.
영화적 가치보다는 교육적 가치가 큰 영화였다.
나 역시 김대건 신부님에 대해 대략적으로만 알고 있었지
저렇게까지 갖은 고생을 다하신지는 몰랐다.
천주교가 우리나라에서 태동될 당시의
신앙선조들의 모습이 잘 기록된 영화였다.
그리고, 마침 당고개와 새남터 성지를 먼저 돌아본 직후에
이 영화를 보게 되니 마음의 울림이 컸다. 
그의 신앙뿐만 아니라
서양 교육과 모험, 도전으로 비롯된 선각자로서의 근대 지식 또한
조선의 근대화에 큰 도움이 되었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도 더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작년이 탄생 200주년이었는데
그 해에 유네스코가 세계기념인물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을 선정했다고 한다.
순교로 인해 짦은 삶을 살았음에도
평등사상과 박애주의를 실천하고
조선전도를 제작해 조선을 유럽사회에 알리는 데에 기여한
그의 삶과 업적이 유네스코가 추구하는 이념과
부합한다는 게 선정 이유.

전세계 종교인으로서는 마더 테레사 수녀님에 이어 두 번째이며
우리나라 인물로서는 정약용, 허준에 이어 세 번째라는!
알면 알수록 생각보다 훨씬 큰 인물이시다...


"길은 걸어가면 뒤에 생기는 것입니다."



처음으로 가 본 성지순례였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신앙의 무게를 많이 느낀 하루였다!





'2022 > photo ess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풍경 그리고 다시 해넘이  (0) 2022.12.31
가을의 과천 현대미술관  (0) 2022.11.08
가을의 철원  (0) 2022.11.02
가을 주말 산보  (0) 2022.10.28
광릉 & 국립수목원 & 나리농원  (0) 2022.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