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brief comment

9년만의, 80분간의 산책

spring_river 2004. 11. 4. 17:27


망설이고 있었던
Before Sunset을 보았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동시에 나를 뒤흔든 건

9
년이라는 시간의 무게.
서두에 잠깐잠깐 비치는 Before Sunrise의 그들과

너무나도 선명하게 시각적으로 대비가 되듯
,
9
년이 지난 에단 호크 그리고 줄리 델피는

놀랄 만큼 늙어 있었다.
처음엔 늙어 있는 그들의 모습이 익숙치 않고 슬프기까지 했다
.
하지만 계속 그들의 산책과 함께 하면서

다시 그들이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9
년이라
...
아름다웠던 그들도 그럴진대

9
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어떨지 생각해 보니 몸서리가 쳐진다.
9
년 전이면 1995... 나의 직장생활 2년차 때
...
하긴 1~2년 전의 사진과 지금을 비교해 봐도 크게 차이가 난다
.
그들은 젊음은 사라졌지만 아름다움은 남아 있었다
.
나도 과연 그럴까 의문이다. (물론 자문에 대한 자답은 No
)

파리 풍경과 함께

그들이 함께 한 시간 80분 리얼타임 그대로 관객도 함께 하게 된다.
9
년만에 만난 연인이 시작한 얘기란
,
자신들의 현황, 정치적 신조
...
그렇게 서로에 관한 얘기가 아닌 주변 얘기들로 시작된다
.
그 짧은 시간 동안 티격태격하면서
...
그러면서도 무심히 던지듯

서로에 대한 사랑을 조심스레 확인하기도 한다
.
아슬아슬하게 감정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
9
년이 지난 그들은

적당히 이성적이고 적당히 감성적이 되어 있다.
(
감성적이기만 했던 2046의 그들과는 좀 다른 면들
...)
그들의 사랑은 그렇게 확인이 된다
.
한 사람은 자신이 쓴 책으로... 한 사람은 자신이 지은 노래로
...

그 짧은 80분 동안

몇 번이나 작별을 고해야 할 시간을 넘기면서
그들의 아름다운 산책은 계속된다.
극장 안의 사람들은 가끔 웃음을 터뜨리며 즐겁게 보는 듯 했지만

나는 영화를 보는 도중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
그 영화를 보면서 운 사람이 있을까
...)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떠오르자

주위의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투덜대기 시작했다.
언뜻 보니 모두 20대 남녀 또는 여자들이다
.
뭐야... 너무 허탈해... 관객 우롱 아니야... 이게 뭐야...등등
.
나로서는

최근까지 본 여러 편의 영화들 중
Ending
이 가장 마음에 드는 영화였다...

20
대여, Before Sunset을 보지 말라
.
그대들을 충분히 이해한다
.
영화 속의 그들과 함께 늙어간

그들 나이 또래가 아니니 그럴 수 있다.
그래, 그대들은 이 영화를 보지 말라
.
그대들은

사랑에는 해피엔딩과 언해피엔딩 2가지만 있다고

믿고 있겠지?
그래, 그냥 그대로 그렇게 믿으라
.
그게 아닐 수도 있음을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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