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brief comment 34

The Last Return

★★★★# 우수한 극본과 좋은 연출이 잘 어우러진 블랙 코미디였다.   신문보는 남자 역의 정승길 배우와   우산 든 여자 역의 최희진 배우가 극의 중심을 잘 잡았다.   극이 진행되는 동안, 나는 머릿속으로   이런 결말을 예상하였다.   마지막 회차의 저 공연이 갑자기 취소되어   결국 아무도 공연을 보지 못하게 되고,     마지막 취소티켓을 차지하려는 저 다툼이 무색해지고,   나 뿐만 아니라 다들 보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오히려 이제 동등하다 여기는 그런 결말 아닐까 하고...   그런데 극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렀다^^   오랜만의, 거의 1년만의 연극 관람인데   머리와 가슴에 자극을 주는 작품을 만나 반갑고 좋은~   한편으로는 '대기'라는 것에 대해    나 역시 뼈아픈 ..

2024/brief comment 2024.05.20

정영선 Exhibition

"조경은 땅에 쓰는 한 편의 시가 될 수 있고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습니다.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보면 가슴이 뛰듯,  우리가 섬세히 손질하고 쓰다듬고 가꾸는 정원들이  모든 이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고 치유와 회복의 순간이 되길 바랍니다."  -정영선 어린이날 연휴 월요일에1세대 조경가이자 여성 1호 국토개발기술사로 알려진 정영선 기획전에 다녀왔다.반세기에 걸쳐 진행된 그녀의 작업 궤적(우리나라의 역사이기도 한...)이사진과 설계도, Mock-up 들로 전시되어 있었다.이분이 조경에 참여한 명소들이 무척 많아서 놀랐는데,선유도공원처럼 너무 좋아했던 곳들이 바로 이분의 손길이 닿은 거였구나알게 되어 한결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했고예술의전당처럼 그동안 셀 수 없을 만큼 그렇게 드나들면서도원래 그러했던 곳에 ..

2024/brief comment 2024.05.07

Fabio Biondi

★★★☆# 파가니니는 바이올린의 전설로 유명하지만 기타 곡들도 많이 남겼는데   바이올린의 기교를 연구하고 작곡하는 데 기타가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이번 공연은 바로크 바이올린의 거장으로 불리우는 파비오 비온디와   잔자코도 피나르디의 기타가 협연하는 무대.그리고, 세 번의 앙코르 곡_Paganini: Sonata No. 12 in e minor, Op. 3Paganini: Sonata No. 7 in a minor, Op. 3, II. WalzerVivaldi: Concerto for Violin and Strings in f minor, Op. 8, RV. 297 "L'inverno" - II. Largo1부와 2부 모두 두번째 곡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았다.바이올린을 마치 기타처럼 ..

2024/brief comment 2024.05.07

The Hidden Force_ ITA Live

★★★☆ # Ivo Van Hove의 연출작이라는 것 하나로 믿고 선택한~ 역시 그만의 연출 스타일이 있고 또 출중하다. # 1900년대 네덜란드의 식민지령 인도네시아에서 일어나는 두 문화의 갈등과 충돌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원주민들의 오랜 전통과 문화를 무시한 네덜란드인들이 보이지 않는 힘을 깨닫고 몰락해가는 모습을 통해 인간의 의지와 지성의 한계, 위선과 오만을 비판하고 있다. # 비, 드라이아이스, 바람 등을 통해 자바섬의 습기 가득한 열대기후를 구현한 무대 미장센이 뛰어났고 피아노와 전통악기의 라이브 연주는 극의 독특한 분위기와 긴장감을 조성하는 데에 한몫을 했다.

2024/brief comment 2024.04.19

Evil does not exist

★★★☆ # 계속 무언가에 집중할 게 필요해서... 마침 전작의 좋았던 기억에 스크린에서 내리기 전 급히 예매해서 본 영화. 오래 지속되었던 코로나 시기에 이 사태를 분명히 놓치지 않을 많은 문화예술 창작자들이 과연 어떤 작품들을 만들어낼까 궁금했었다. 코로나 시기에 쓴 한국 소설들은 벌써 나오기 시작했고, 몇 편 봤었다. 이 영화를 보며 차세대 일본영화의 거장이라 불리우는 이는 이러한 작품을 떠올리고 만들어냈구나 생각한... # 이 영화의 주인공은 자연이 아닐까 싶을 만큼 독특한 카메라워크에 담긴 자연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 이제껏 본 영화들 중에 가장 어리둥절하게 한 영화 엔딩이 아닐까 싶다. 거의 수수께끼 같은... 영화는 갑작스럽게 끝이 나고 관객은 의문을 품은 채 숲속에 남겨지는... # 글램..

2024/brief comment 2024.04.08

Freiburg Baroque Orchestra 'St. Matthew Passion'

★★★★☆ # 올해 LG아트센터 기획공연 예매한 7개 작품 중 첫번째 공연. 3시간짜리 대곡이라 예습을 좀 하고 갔어야 했는데 시간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그럴 여유가 없어서 그냥 갔더니 역시나 좀더 알고 들었으면 감동이 더욱 컸을 텐데 하는 개인적 아쉬움... # 성주간과 부활절이 일주일 지난 뒤에 듣는 '마태 수난곡'. 우리 둘 다 올해는 주님수난성지주일 미사의 해설과 독서를 했던지라 수난복음이 한층 생생한...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는 현대 악기가 아닌 당대에 사용하던 악기로 원전 연주를 하는 단체로, 확실히 악기 소리들이 부드럽고 말 그대로 고색창연했으며 바로크 음악을 상징한다는 하프시코드, 비올라 다 감바를 비롯해 현대 악기와 다른 악기들을 보고 듣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했다. '프란체스코 코르..

2024/brief comment 2024.04.08

Past Lives

★★★☆ # 영화 소개 TV 프로그램에서 접하고는 흥미가 줄어들었었는데 영화는 생각보다 오히려 괜찮았다. # '인연'은 Providence or Fate로 쉽게 치환되지는 않는 단어다. 궁금해하고 기대하고 의문을 갖고 체념하고 확신하고 키워가고... 한 단어에 이토록 쌍방향 아니 네방향의 여러 감정들을 모조리 담고 있는 독특한 이 한국적 정서를 글로벌 스크린에 내건 감독의 재기가 치하할 만했다. # "당신이 내가 이해 못 하는 말로 꿈꾸는 게, 당신 마음 속에 내가 가지 못하는 장소가 있다는 사실이 두려워." 라고 말하던 여주인공의 남편이 안쓰럽기도... "이것도 전생이라면 우리의 다음 생에서는 벌써 서로에게 다른 인연인 게 아닐까. …… 그때 보자." 이 영화는 남자의 이 마지막 인사와 남자를 보낸 여..

2024/brief comment 2024.03.18

Poor Things

★★★★☆ #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작품은 역시 이번에도 기대를 넘어선다. 대단하고 매혹적인 영화를 만들어냈다. Great Thing!!! # 며칠 뒤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 프로덕션 디자인, 의상 디자인은 무조건 받겠고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 각색상, 음악상도 Oppenheimer와 견주어 볼 만하겠다 생각되었는데, 역시 Emma Stone과 디자인 부문들이 수상했네. # 매번 만족스러운 멋진 작품들을 만들어 주고 있는 영화감독이 있다는 것도 참 즐거운 일이다~

2024/brief comment 2024.03.11

The Last Five Years

★★★☆ # 15년전 그러니까 2009년에 이 작품의 재연을 봤었고 너무 좋았었다. 이 작품은 음악이 매우 아름다운데 또 쉽지 않아서 이 넘버들을 잘 소화할 수 있는 뛰어난 가창력이 필요하고 극본의 섬세한 결을 잘 살릴 수 있는 연기력도 필요하다. 첫번째로 관람했던 그 공연의 기억이 너무 좋아서 그리고 이번 프로덕션의 캐스팅이 보여줄 모습도 기대가 되어서 15년만에 이 공연을 다시 찾았다. 15년 전의 공연 후기는... https://spriverk.tistory.com/410 # 공연이 끝나고 머릿속으로 많은 생각이 마구 스쳐갔다. 음… 뭐지? 뭐지! 작품이 달라 보인다면 정말 그 작품이 변화를 겪었거나 그것을 보는 사람의 눈이 변했기 때문이다. 전자인지 후자인지 헷갈렸다. 내가 이전보다 15살 더 나..

2024/brief comment 2024.02.29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 장욱진 회고전

덕수궁 미술관에 장욱진 전시를 보러 가는 길에 마침 그 인근이라 예전부터 한번 가 보고 싶었던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을 먼저 찾았다. 지상은 공원으로, 그리고 기념관 건축은 지하로 조성한 것이 9.11 Memorial도 잠시 생각나면서 그 의미나 정서가 맘에 들었다. 그리고 건축 내외부를 돌아보면서 든 생각은 전체적으로도 세부적으로도 공간 연출의 철학이 참 좋았다. 특히 하늘광장 그리고 하늘길, 콘솔레이션홀... 상설전시관이 전시 정비로 휴관 중이라 못 봐서인지 성지순례보다는 좋은 미술관에 온 듯한 느낌이었는데 나중에 집에 와서 박물관 안내서를 보니 못 본 게 너무 많다. 지상 공원은 그냥 시민공원 성격으로 생각하여 다음 전시 때문에 시간도 넉넉치 않고 해서 제대로 돌아보지 않고 바로 지하 박물관으로 향했..

2024/brief comment 2024.01.22

No Bears

★★★★ # 세 가지 영화가 3중으로 맞물려 있다. 영화 속의 영화, 영화 속의 현실, 영화 밖의 현실. 그런데 픽션과 현실의 경계를 오묘히 넘나듦이 매우 탁월하다. # 영화에 직접 등장하는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반체제활동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2010년 이후 출국 금지, 영화제작 금지, 투옥을 겪으면서도 이에 굴하지 않고 작품활동을 이어나가며 국제영화제에서 각광받고 있는 이란의 영화감독이다. 출국 금지를 당한 감독은 이 영화에서 국경 마을에 머물며 국경 너머 튀르키예의 영화 촬영 현장을 열악한 인터넷 환경 하에 원격 지휘하는데, 영화 관람 후 찾아본 정보에 따르면 그 영화 속 영화의 여배우 프로필 또한 의미심장했다. 카메라 앞에서 히잡을 벗는 것만으로도 죄가 되는 사회 규범 속에서 출연 영화의 노출 씬 ..

2024/brief comment 2024.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