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4

Les Miserables (2019)

★★★★ # 이 영화를 단 한 장면만으로 기억한다면 단연 엔딩샷이다. 계단 위에 선 그 소년의 눈빛이 잊혀지지 않는다. # 정말 폭탄같은 작품이었다. 언제 터질 지 모르는 폭탄을 지켜보는 심정으로 영화를 보게 된다. 넌 사고뭉치니까 이런 취급을 받는 건 네 잘못이라고 말하고 마치 예비범죄자로 적대하는 권력에 그들은 분노한다. 이 영화에서 대치되는 양쪽의 인물이 마냥 착하기만 하지 않고 또 그냥 악하기만 하지 않다. 선악의 경계가 모호해서 오히려 단순한 분노 대신 지켜보는 심경이 복잡해진다. # 160년 전 빅토르 위고가 이 소설을 썼던 몽페르메유는 현재에도 여전히 빈민지역이고 더욱 복잡한 사회문제들이 만연해 있다. 가난이 개인의 잘못이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임을 제기한 이 소설은 현재에도 이어진다. # 세..

2021/brief comment 2021.04.26

The Father

★★★★☆ # 기다렸던 영화 두 번째_ 궁금했던 Olivia Colman 역시 뛰어나고 명배우 Anthony Hopkins는 이번에도 정말 압도적이다. 그에게 닥친 혼란, 불안, 공포를 고스란히 관객이 느끼게끔 한다. 엄마를 외치며 울음을 터뜨리는 마지막에 이르면 나 또한 온전히 그가 되어 있다. # 노미네이트 부문에 각색상이 있어서 찾아보니 이 영화의 감독이 쓴 프랑스 희곡이 원작이다. 연극으로 떠올려봐도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극본도 독창적이고 영화의 각 씬에 잘 배치된 클래식 음악도 탁월했다. # Dementia를 다룬 작품들 가운데서도 기존에 본 적 없는 관점의 작품으로, 충격적이면서도 훌륭하다. 아버지의 시선과 딸의 시선이 계속 교차되어 있는데 (어쩌면 젊은 층들은 그냥 대상으로 바라보았을) 알..

2021/brief comment 2021.04.19

Great Comet

★★★☆ # 수년 전 브로드웨이 공연 소식으로 접했을 때부터 어떤 공연인지 궁금했던 작품이었다. 그런데 직접 눈으로 보니, 한국에 이 작품을 가져온 게 굉장히 용감한 시도였다는 생각... 용감한 제작사가 있어야 이렇게 다양한 공연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고... (모험에는 어쩔 수 없는 댓가가 따르긴 하지만ㅜㅜ) # 공연장에 들어서자마자 일단 무대가 눈길을 확 사로잡는다. 기존의 프로시니엄 무대 대신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문 7겹의 무대와 강렬한 레드 컬러의 어우러짐이 유니버설 아트센터와 완전 맞춤이다. 악기를 연주하는 배우, 연기를 하는 뮤지션이 모든 공간을 넘나들며 한데 어울려 만들어내는 '흥'은 정말 최고였다. 기본적으로 음악이 너무 좋은 작품이었다. 너무 다양한 장르라서 약간 산만한 느낌도 없지..

2021/brief comment 2021.04.08

Nomadland

★★★★☆ # 4월 개봉작 중 기다리는 영화가 두 작품 있다. 전작을 통해 그녀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 그 배우가 출연한다는 사실이 즉각적인 이유가 되었고 또 그 작품 자체도 기대감을 갖게 하는 또다른 이유가 되었던... 두 영화 중의 하나 'Nomadland'를 먼저 만나다. # 작년 베니스영화제 이후 200개 가까운 트로피들을 휩쓸고 있다는 이 작품. 올해 또한 우리나라의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아카데미상에서 역시 적지 않은 수상이 또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 작품. # 이 영화는 Frances MacDormand의 영화로 불리어도 이의가 없을 영화이다. 영화 내내 그녀의 눈빛이, 그녀의 마음이 관객을 온전히 붙잡는 완벽히 내면화된 뛰어난 연기는 물론이거니와 (영화관람 후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2021/brief comment 2021.04.05

반전...

최근 읽었던 소설들 중 아래의 세 권. 공통점이 있다. 각각의 엔딩에 이르렀을 때 온 몸에 전기가 흐르는 듯한 충격과 형언할 수 없는 뭉클함이 동시에 찾아온다. 감동적인 책을 만났을 때 나중에 꼭 다시 한번 더 읽어야지 생각하지만 실천에 옮겨지는 적은 많지 않다. '사랑의 역사'는 완독하자마자 바로 그 다음날부터 다시 읽었다. 어떻게 된 내용인지 다 알고 난 다음에 다시 곰곰이 읽어내려가니 더 많이 더 깊게 읽혀진다. 니콜 크라우스, 매력적인 작가 발견. 어제부터는 그녀의 후속작을 읽기 시작하고 있다.

2021/brief comment 2021.03.19

Minari

★★★☆ # '미나리' 같았던 영화... 미나리 같다 함은... 어렸을 때엔 거의 몰랐던(=안 먹었던) 것 같고 아마도 어른이 되어 먹기 시작한 듯한데 특히 ···탕 또는 버섯칼국수에 들어가 있는 미나리는 주재료보다 오히려 더 젓가락이 가는 음식이다. 특유의 향과 식감이 특별히 자극적이지 않은데도 은근하게 좋다. 이 영화로 인해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은 끈질긴 생명력 그리고 물을 정화하는 능력까지 갖췄다는... 이 영화는 어찌 보면 약간 슴슴할 정도로 잔잔한 서정성을 띠고 있는데 보고난 후에 자꾸 머릿속에 떠오른다. 압도적으로 좋기보다는 은근하게 좋은 그런 작품이었다. 배우 앙상블 또한 따뜻하게 빛이 났던 영화. # 찾아보니 '미나리'를 영어로 하면 water parsley다. 참 재미없고, 파슬리의 부차..

2021/brief comment 2021.03.08

내 목소리를 돌려 줘...

언제부터인가(꽤 오래 전부터) 오랜만에 통화하거나 만나는 사람들이 전화 목소리로 나를 못 알아채거나 목소리가 왜 변했냐며 묻곤 했다. 처음엔, 목감기가 자주 걸리는 편이라 그게 반복되다보니 목소리가 변했나 싶었다. 그러다가 작년엔 헛기침과 잔기침 많은 이유가 역류성 후두염 때문이라는 걸 알았고 그래서 목소리도 영향을 받았나 싶었다. 그런데 갈수록 증상이 심해지고 아예 쉰 듯한 목소리가 나오는 게 잦아지다 보니 짐작 말고 전문가 의견을 듣자 싶어 병원을 찾았다. 목 부분을 촬영한 동영상도 살피고 하더니 '성대 위축'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소리를 내보내면 성대 양쪽 근육이 잘 닫혀야 하는데 근육이 약해져 틈이 벌어지게 되고 그래서 소리가 그 사이로 새어서 그렇단다. 목을 너무 많이 쓰거나 너무 안 쓰거나 하..

2021/monologue 2021.01.29

새해를 시작하는 Reading Lists

새해의 시작, 세 장소에서의 독서목록. 퇴근길에는 조선희 작가의 장편소설 '세 여자-20세기의 봄'을 12월말부터 계속 읽고 있는 중. 박헌영, 임원근, 김단야의 동지이며 아내이자 조선공산당의 여성 트로이카로 불리우던 세 여성의 삶을 통해 1920년대부터 1950년대에 이르기까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과 한국 공산주의 운동사가 펼쳐지는 대서사. 진짜 '대서사'다. 작가가 가장 공을 많이 들였다는 해방공간과 한국전쟁 격변기를 읽다보면 만약 이러했다면, 만약 저러했다면 알고 보니 수많았던 경우의 수에 따라 우리나라의 역사가 달라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되는... 집에서는 '게이트웨이 미술사(Gateways to Art)'를 이제 막 읽기 시작. 작년 하반기에 읽은 '예술, 역사를 만들다', '예술, 도시를..

2021/brief comment 2021.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