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작가지망생으로 참가했던 한 세미나 과제물로 제출한
'Rosencrantz & Guildenstern Are Dead'는
'Hamlet'에서 옛 친구로 잠깐잠깐 등장하는 단역 캐릭터 둘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희비극으로
이 초기작을 통해 이브닝스탠더드상, 토니상 수상의 성공을 거두며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또 그는 약 30년 후
'Romeo & Juliet'을 집필하는 Shakespeare를 모티브로 한
영화 시나리오 'Shakespeare In Love'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하기에 이르렀다.
이 정도면
극작가 Tom Stoppard는 셰익스피어와 보통 인연은 아니다...
# 'Hamlet'에서 이 친구 둘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는 거의 없다.
막상 이 작품 'Rosencrantz & Guildenstern Are Dead'에서도
주위 사람들은 이 둘의 이름을 마구 헷갈려하기 일쑤이고
심지어는 당사자들조차도 자기 이름을 서로 헷갈려할 정도로
누가 로젠크란츠이고 누가 길덴스턴인지
그닥 중요하지도 않은 인물들이다.
이름의 명확성만 희미한 게 아니라
존재방식 또한 거의 자기의지가 없을 정도로 미미하다.
어쩌다보니 왕의 부름을 받아 궁에 왔고
Hamlet의 실성 이유를 찾으라 했지만 별 소득이 없었고
사고 친 Hamlet을 영국에 데려가라고 해서 수행하던 중
왕의 간계가 담긴 편지를 알아차린 Hamlet의 이름 바꿔치기로 죽임을 당한다.
심지어 이 극에서 보면 서신의 내용이 바뀌었다는 걸 알면서도
둘은 도망가거나 저항하지 않고 죽음을 맞는다.
어찌 보면 그야말로
아무런 의도도 없이 다른 이들에 의해 휘둘려 등장했다가
어이없게 맥없이 퇴장하는 시시한 인물들이다.
바로 그러한 두 인물들의 선문답과 말장난,
또 하나의 중요 인물인 유랑극단 단장과의 대화들을 통해
부조리한 삶과 실존적 의미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 어눌한 로젠크란츠 역의 '해리포터' 다니엘 래드클리프보다
방대한 대사량에도 불구하고 에너제틱했던 길덴스턴 역의 조슈아 맥과이어의 연기가
확실히 더 인상적이었고,
유랑극단 단장 역의 데이빗 헤이그는
이 극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심인물로서 그 존재감이 빛났다.
그리고
물론 자막이 있긴 했지만 영어로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언어유희로 인해
꽤 의미있고 심오한 대사들이 많았음에도
그 휘몰아치는 속도감에 충분히 캐치되지 못하고
제대로 생각하며 곱씹어볼 여유가 없었던 건 아무래도 많이 아쉬웠다.
여러 모로 이 작품은
우리나라에서 공연되고 흥행되기에는 적합한 작품은 아니다.
하여 NT Live로 접할 수 있는 이런 기회가 오히려 귀하다 할 수 있을 듯하다.
# 확실한 건
이제 Hamlet에 나오는 이 두 친구의 이름은
앞으로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다!
그들을 기억하게 된 건 또 의미있는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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