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monologue

26년의 간극

spring_river 2016. 4. 14. 01:00





26년,

어느 영화의 제목이 아니다.


아주 오랫동안 맘에 품어왔던

첫사랑이 있다.

그를 26년만에

다시 만났다.

를 만나기 전,

머릿속에선 나름의 

작은 전쟁이 오갔다.

26년 전의 그는

굉장히 멋진 사람으로

여전히 내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오랫동안 보지 못한 사이에

그는 변했을까?...

변했겠지...

곁에 없었으니

내가 알지 못하는

그런 세월의 더께가 

드문드문 앉아있긴 하겠지.

그래도

그때의 젊은 그는 비록 아니겠지만

나이든 모습 또한 당연히 멋있을 거야.

그래... 그럴 거야...

그렇게 

약간의 불안,

그러나 그보다는 더 큰 믿음으로

속을 달래며

드디어

그를 만났다.


런데

...... 

26년이 지난 그는

더이상

내 마음 속의 그 사람이 아니었다.

물론 몰라보게 늙어 있긴 했다.

하지만 그냥 단순한 늙음이 아니었다.

그 사람이 지나온 시간과

그 사람이 품고 있는 성정이

얼굴에 그대로 나타난다고,

심지곧았던 예전의 모습은 간데없고

이기적인 장사꾼 같은 모습만이

그의 얼굴과 말과 행동에

고스란히 묻어나왔다.

낯설었다.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의 모습이 전혀 아니었다.

순간

적지 않이 당황스러웠다.

배신당한 듯한 괜한 따끔거림이

뒤통수에 느껴졌다.

그에 대해 믿고 있었던 맘이

바보스러웠다.

이렇게 

나 역시

첫사랑에 대한 미련을

이제

접어야 하는 건가...


만해의 詩처럼

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역설이나마 이렇게 말할 수는 

아마도 없을 것 같다.

그건

다시 만날 것을 굳게 믿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기에는

그가 너무 멀리 갔다.

그래서 더욱

나는 자신이 없다.


누가 뭐래도

나의 첫사랑은

멋진 사람이라는

그런 pride를 갖고 있었다.

그 오랜 pride에

상처를 입었다.

아프다.

이제

나는 그를 모르겠다.

정말이지

이제 나는 그를 모른다.




2016년 4월 13일 늦은밤...

20대 총선 결과를 바라보며

내 맘이... 딱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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