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brief comment

Son of Saul

spring_river 2016. 3. 2. 13:49







# 내용도 형식도 정말 훌륭한 영화였다!


   아들인지 아들이 아닌지도 모호해 보이는 이의 유대교식 장례를 치뤄주기 위해 

   대학살의 현장에서 무모하리만큼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애쓰는 사울의 모습은

   죽음의 장소에서 죽음에 대한 예의를 찾고자 하는 것인 동시에,

   극도로 비인간적인 현실에서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찾고자 하는 의미로 읽혀졌다.

   소년인지 허상인지 모를 모호한 모습을 바라보며 

   처음으로 미소를 보이는 엔딩 부분의 사울의 얼굴은 깊은 잔상을 남겼다.

   포커스 아웃되어 마치 배경처럼 부분부분 비쳐지는 찰나와 그 현장음만으로도

   영화적 상상력을 증폭시켜 아우슈비츠의 잔인함을 훨씬 더 극대화시키는 등

   감독의 의도가 뚜렷한 형식미 또한 매우 뛰어났다.

   

# 영화를 보고나서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나치의 홀로코스트를 소재로 한, 

   각기 다른 독창성과 우수한 작품성을 지닌 영화들은 꽤 많다.

   쉰들러 리스트, 피아니스트, 인생은 아름다워, 더리더, 

   그리고 이 영화 사울의 아들까지...

   그런데 같은 전범국가인 동시대의 일본에 대해 다룬 영화는

   (훌륭하게 잘 만들어진 건 더군다나) 거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전자의 경우,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사죄하는 한 편과

   역사적 사실이 살아있는 교훈이 되길 바라는 또 한 편이 있는 반면,

   후자는

   현재까지도 계속해서 결코 참회하지 않는 한 편과

   대를 이어 역사를 돈으로 바꾸며 이를 묻어버리려 하는 상대편,

   그 차이이지 않을까...

   그리고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대성과 보편성을 갖춘 좋은 영화가 한국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건

   어쩔 수 없이 아쉬운 현실이기도 하다.

   이준익 감독의 '동주'를 시발점으로

   톱클래스의 한국 감독들이 사명감을 갖고 

   세계적으로도 통할 수 있는, 그 시대를 그린 영화를 

   한 작품 정도씩 멋지게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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