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그루가 초등학교 졸업을 했다.
입학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6년이 지난...
졸업식 전날, 졸업앨범을 가지고 왔는데 우리 때의 졸업앨범이랑은 사뭇 다르다.
전혀 엄숙함이나 칙칙함을 찾아볼 수 없었고, 매우 산뜻하고 발랄해서 놀라울 정도...
학교 강당에서 졸업식을 하는데 졸업식 풍경 또한 인상적이었다.
한 사람이 대표로 받는 게 아니라 약 200명 되는 졸업생 전체가 차례로 단상에 올라가 졸업장을 받는데,
무대 옆 스크린에 그 졸업생의 사진과 함께 그 아이의 이름과 장래 희망이 자막으로 떠 있는 가운데
아이가 올라와 교장 선생님께 졸업장을 받고
그 옆에 선 담임 선생님이 하나하나 악수 또는 포옹으로 어깨를 다독이며 마지막 인사를 하는 모습...
멀리서 지켜보는 내가 뭉클할 정도였다.
한 명 한 명 받느라 시간은 꽤 오래 걸렸지만 그래도 나름 보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스크린에 표기되는 아이들의 장래 희망을 눈여겨 봤는데
의사, 판사, 변호사, 가수 뭐 이런 재미없는(^^) 것들도 꽤 있었지만
신발 디자이너, 해킹 방지 전문가, 애니 평론가, 핸드메이드 작업실 운영 등
꽤 신선하면서도 구체적인 꿈을 꾸는 아이들도 많았다.
졸업식이 끝나자마자 선생님들이 먼저 식장을 퇴장하고 식장 밖에는 모습을 안 보이시는 바람에
그루 담임선생님을 직접 뵙고 인사를 드리지 못해서 한시간 후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먼저 퇴장하셔서 얼굴뵙고 인사를 못 드렸네요.
한 해 동안 잘 지도해 주시고 신경써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규철이가 스승의날에 찾아뵙겠다고 하네요.
선생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한참 후 선생님으로부터 답장이 왔다.
"아이들 보면 눈물 터질 것 같아 의도적으로 피했어요.
한번 쏟아지면 안 멈출 것 같아서요.
감사했습니다. 규철이 덕에 많이 웃었어요.
똑똑한 규철이 잘 키워 주세요."
선생님 마음이 읽혀져서 나도 울컥해졌다.
졸업식장 단상에서 반 아이들과 인사할 때에도 실제로 눈물을 훔치는 선생님도 보였었다.
선생님들은 보내는 마음이 이렇게 아픈데
아이들은 아무 생각 없는 천둥벌거숭이들이다...
졸업하니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도 별 아쉬움이 없는 대답이다.
어린아이의 모습의 마지막인 초등학생 시절이 지나간 데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그 말많은 중학생 시절이 다가오는 데에 대한 수만 가지 걱정이 드는 건
정작 본인들이 아니라 부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