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brief comment

MET opera on screen_ Don Giovanni

spring_river 2012. 3. 26. 15:53



오랜만에 본 메트 오페라 온 스크린_
재작년에는 거의 매달 꼬박꼬박 챙겨 봤었는데
작년에는 그닥 보고싶은 레퍼토리가 없어
(오페라 마니아가 아니다보니 아무래도 타이틀을 처음 들어보는 신작이나
유명작이라 해도 내가 알고 있는 아리아가 없는 작품들은 아직 용기가 안 나는...)
볼까말까 몇 번 망설이다가 어찌하다보니 그냥 패스했고,
올해 시즌 상영작 프로그램은 서너 개 정도를 마음에 찜해 놓은 상태...

이 작품을 보고 싶었던 건,
이전에 보았던 10편 가량의 메트 오페라 온 스크린 중에 모차르트의 오페라가 없었던 탓에
그냥 매우 단순히^^, 모차르트의 오페라를 보고 싶어서였다.
돈 후앙의 스토리를 소재로 한 공연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7년 체코 프라하에 갔을 때에 모차르트의 오페라를 바탕으로 만든 마리오네트 '돈 지오반니'를 봤었고
(모차르트가 이 오페라를 프라하에서 초연해서인지 '돈 지오반니'에 대한 프라하의 애정이 각별하다는
 정보가 기억나고... 처음 보는,
꽤 유쾌했던 마리오네트 극형식이 잔상에 있다...)
2009년에는 프랑스 뮤지컬의 한국 라이선스 공연 '돈 주앙'을 봤었다.
(이상하게도 이 공연은 스페인 무용수들의 플라멩코 댄스와 주인공 배우 외에
딱히 특별하게 기억이 남는 게 없네...)
오페라 '돈 지오반니'와 뮤지컬 '돈 주앙'은 서로 다른 스토리라인을 띠고 있다.
등장 캐릭터들도 전혀 다르고,
죽음의 최후를 맞는 결말은 같지만 뮤지컬에서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되고
(어찌 보면 뮤지컬 장르다운^^)
오페라에서는 뉘우침 없이 호색한의 모습 그대로 (묘하게도 당당한 느낌을 주는...) 죽게 된다.

귀에 익은 아리아는 안나의 약혼자가 부르는 '그녀 마음의 평안을 위하여' 뿐이었지만
전반적으로 모차르트다운 그러니까 모차르트의 컬러가 느껴지는 아름다운 음악이었다.
위트있는 가사들도 많았는데 이제껏 이렇게 관객 웃음소리가 많이 들리는 건 또 처음 본 듯...
돈 지오반니와 그의 시종 레포렐로 이 두 사람의 호흡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인터미션 때 지오반니 역의 배우 인터뷰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시종 역할의 그 배우는 차기 지오반니를 해도 손색이 없을 듯했다.
그에 비해 세 명의 여자 주요 캐릭터들은 매력이 좀 덜했다.
무대 운영 및 연출도 석상 씬을 제외하고는 약간 밋밋하게 느껴졌다.
이 작품은 고전적 형식이 아닌 현대적 스타일이나 재해석된 버전도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과 '마술피리'(특히, '마술피리'는 줄리 테이머 연출 버전)도 꼭 보고 싶은...

나가수 그리고 우후죽순 쏟아지는 오디션 프로그램들 탓인지
최근 1년간 좀 많이 귀가 지쳤었고 그래서 오히려
음악이 다시 마음을 울릴 수 있도록 귀를 닫고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 메트 오페라 영상을 보면서 느낀 건
희한하게도 네 시간 가까이 귀가 전혀 지치지 않는다는 것...
클래식의 힘인가......






'2012 > brief commen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목란 언니  (0) 2012.04.05
Elisabeth  (0) 2012.03.28
火車  (2) 2012.03.22
Doctor Zhivago  (0) 2012.02.24
풍찬노숙  (0) 2012.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