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연은 사실 공연계에서 매우 오래전부터 핫이슈의 하나로 꼽혀왔던 작품이다.
유럽 특히 독어권 국가에서 무척 유명한,
그리고 유럽풍 작품을 선호하는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이름난
그래서 일본까지 원정가서 관람을 하고 오는 이들이 꽤 있었던...
여러 제작사들에서 이 작품을 한국에 공연하기 위해 애썼던 것으로도 기억된다.
유럽 뮤지컬을 주로 소개하고 있는 한 제작사에서 결국 한국공연을 성사시켰고
많은 이들의 기대답게 공연계 내로라하는 초호화 캐스팅이 이루어졌다.
뮤지컬 '엘리자벳'은 비엔나, 곧 오스트리아 뮤지컬이다.
뮤지컬 '모차르트'로 잘 알려진 미카엘 쿤체(극본)와 실베스터 르베이(음악) 콤비의 최고 히트작이다.
19세기말 오스트리아의 황후 '엘리자벳'의 삶과 죽음을 극화한 작품으로
어린시절부터 죽음의 순간까지 엘리자벳을 따라다니는 상징적 존재 '토드'(죽음)와
엘리자벳의 암살자이면서 극중 사회자 역할을 수행하는 '루케니'가 주요 캐릭터들이다.
공연을 보면서 '에비타'와 다르면서도 닮은 느낌이 계속해서 교차되었다.
(공연 후 프로그램을 보니 이 작품의 대본과 가사를 쓴 미카엘 쿤체의
이전 라이선스 공연경력에 '에비타'가 포함되어 있다... 아마 진짜 영향을 받은 듯...)
두 여인 모두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지만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되는 동기와 과정 그리고 그 자리에서의 삶과 자세 등은 전혀 다르다.
비슷하다면 미모가 자신의 중요한 무기라는 판단 하에 그 유지를 위해 애쓴 것 정도...
작품 구조는 좀더 유사한 부분들이 많은데
죽음에서 시작하여 그 역순으로 돌아가 죽음으로 마무리되는 전개도 그러하거니와,
주인공에 대해 시종일관 비판적이면서도 때로 연민이 비춰지는 캐릭터의
극중 사회자로 공연을 이끌어가는 에비타의 '체' 그리고 엘리자벳의 '루케니'까지...
한편으로는 대공비 소피와 갈등을 겪는 모습에서는 흥선대원군과 명성황후를 떠올리게도 하고,
궁중에서의 삶에 대한 태도에 대해서는 영국의 다이애나 황태자비를 떠올리게도 한다.
이미 여러 책, 영화 등으로 만들어졌듯이 엘리자벳의 굴곡진 삶과 비극적인 죽음을 들여다보니
많은 예술적 영감을 불러일으킬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역사적으로도 결국 엘리자벳과 오스트리아 제국이 함께 붕괴된 결과이니...
수년 전 공연계에 떠돌던, 아마 한국공연이 성사되지 않아 다소 부풀려지기도 한 듯한 그 명성만큼은 아니지만
뮤지컬 '엘리자벳'은 확실히 참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스토리의 전개도 관객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대중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음악도 큰 몫을 차지했다.
한국 공연의 크리에이티브 측면에서는
회전무대와 브릿지의 효과적인 운영이 굉장히 탁월했고,
시대와 캐릭터를 재현해내는 의상들도 작품과 잘 어울렸다.(요즘은 한정임 의상디자이너가 대세인 듯...)
옥주현 엘리자벳-류정한 토드-최민철 루케니-이정화 소피-민영기 요제프-김승대 루돌프 조합의 공연이었는데
특히 옥주현과 류정한의 노래, 연기, 존재감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공연 후 프로그램의 글들을 읽으며 든 생각 하나...
한국 공연의 제작사가 '엘리자벳'의 원제작사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모차르트'를 먼저 한국에 공연을 올리고나서 '엘리자벳'을 공연하고
그리고 뒤이어 '루돌프'(엘리자벳의 아들로, 이 인물 역시 매우 드라마틱한 인생의...)로 이어지는 전략을
참 영리하게 잘 세운 것 같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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