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한 이야기 또 하고 또 할 수 밖에 없는,
그게 바로 나 자신일 수도 있다는 자각이 머리를 스쳤다.
묵은 것은 잘 안 빠져나가고 새것은 비집고 들어가기 어려운 것이 인간의 뇌 구조라면,
애써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새것들을 받아들이려고 했어도
내 정서와 지식, 관념, 가치관은 모두 70년대, 80년대, 군사독재시대, 국가보안법시대에
가위눌려 살던 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어두웠던 70~80년대에 한자리했던, 세상이 어떻게 되어도
일신상의 안위나 출세에만 몰두했던 사람들은 그때가 좋았다며 그리워한다.
젊은 시절 체화된 사고방식을 고치기 어려운 것은
그것이 합리화건 자기 존재 증명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일 수 있다.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수정하고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한 성장은 정지되어 퇴보한다.
정신의 어느 갈피에 꼭 박혀 있는 것을 새것을 받아들여서 버무려 내는 일은 힘든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매사에 “내가 해봐서 다 아는 일인데…” 하는 것도
일반적인 노인 현상일 게다.
젊었을 때 자신이 잘 알던 일에 집착해서
그것이 자신의 전성시대였고 자신의 존재가치가 거기 있었으니까.
집권 초부터 시대에 뒤떨어진 50년 전의 삽질에 올인해서
전 국토와 국가재정을 쏟아넣은 것은 그게 체화되어 있어서다.
과거에 무엇인가를 한 경험이 있는 사람보다 미래가 보이는 사람이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어야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 한겨레신문 김선주 칼럼 中
최근 한동안 신문을 보지 않았다.
지난 연휴때 오랜만에 신문을 펼쳐들었더니
예전에 즐겨보던 김선주씨 칼럼이 눈에 띈다.
나이가 들면 한 이야기 또 하고 또 할 수 밖에 없는 그것이
할머니, 아빠 얘기가 아니라 이제 내 얘기가 될 수 있다는 문구에서 멈칫했다.
(맞는 얘기거든... 대학 서클 사람들을 만나면 아주 오래전 에피소드들을
만날 때마다 얘기하고 그때마다 여지없이 서로 즐거워한다...)
그리고 2MB도 일반적인 노인 현상일 거라는 문구에서 낄낄댔다...
가슴아픈 기획기사가 또 눈에 띈다.
4대강 공사가 진행되면서 숨진 현장노동자들이 벌써 20명이랜다.
공사일정 맞춘다고 밤낮없이 일하게 하는 근무환경이 원인이다.
2MB가 공사현장보러 온다고 해서 밤샘작업 하다가 사고사당한,
신혼의 아내와 돌이 지나지 않은 아들을 남긴 이의 스토리는 기가 막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모른다.
야구선수 교제 파문에 자살한 스포츠케이블 아나운서의 죽음이나
활동에 대한 불안으로 우울증을 겪다가 자살한 옛 아이돌 멤버의 죽음은
포털사이트와 TV방송뉴스를 뒤덮어도
이러한 국가적 살인을 당한 힘없는 무명인들의 죽음은 그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
나가수 옥주현에 대한 엄청난 비방이 한창일 때에 좀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그녀의 가창력과 성품을 조금은 아는 사람으로서
무슨 그리 큰 죄를 졌다고 그토록 인신공격하고 루머를 퍼뜨리는 건지 짜증이 났다.
아니, 왜 이명박닷컴은 없지? (하긴... 만드는 사람, 글올리는 사람 다 잡아가겠지...)
엄청난 짓들을 해대고 있는 정치인들에게 분노와 비난이 들불처럼 일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사람들의 눈과 귀를 가려 놓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건 변명이고
실은 그들이 힘있는 자들이기에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다.
공인이 결코 아닌 단지 유명인일 따름인 연예인들에게는
공인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먹이며 트집잡고 욕하고
찌라시 매체들은 이를 기사화하고 매체는 고스란히 확산하고...
그렇게 상처받는 연예인들을 보며 상처 준 이들은 내심 의기양양해 한다.
삶의 불만을 비뚤어지게 해소하는 그들은 그렇게 비겁하고 새디스트이다.
진정으로 사람들의 지지와 사랑이 밑바탕되어야 할 정치인을 비롯한 공인들은
그것을 우습게 알기에 그것이 없어도 큰 상관이 없기에 별로 상처받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들의 지지와 사랑이 현실적으로 자신들의 존재가치인 연예인들은
크게 상처를 받고 또 무너지기도 한다.
연예인이 무슨 일을 하든 사실 그닥 중요한 일도 아니다.
문제는 현재의 삶이 그리고 미래의 삶이 말못하게 파괴되고 있는데도
TV 뉴스는 국내뉴스가 사라진 채 연예통신 아니면 해외토픽이 되어 있고
사람들은 너무 평온하다는(또는 평온한 체 한다는) 것이다...
분노와 비난의 방향이 한참 잘못 되어 있다...
'2011 > monologue' 카테고리의 다른 글
Why am I so forgetful... (0) | 2011.07.22 |
---|---|
오랜만에... (0) | 2011.07.14 |
어린이 공연을 생각하다... (0) | 2011.06.02 |
미래를 지나치게 궁금해하지 않기... (0) | 2011.01.21 |
e-book by iPhone (0) | 2011.0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