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test 1. story
예전의 'Miss Saigon' 리뷰들에서도 언급했듯이
베트남전쟁 소재의 이야기들은 개인적으로 솔직히 불편하다.
굳이 드러내려 하지 않지만 실은 우리나라가 가해자인 입장도 그렇고,
작품에서 느껴지는 미국 측면의 뉘앙스들도 그렇다.
물론, 베트남전쟁을 소재로 여러 작품들이 생산될 수 있고
같은 소재라고 해서 'Miss Saigon'과 유사하다고 할 수는 없다.
실제로 공연을 보고 나니 의외로 그러한 우려가 사라지긴 했으나
어쩌면 무의식적인 거름종이가 작용한 느낌일 수도 있으니
공연 관객들이 여전히 그것을 지적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인정...
그러나 선입견을 굳이 갖지 않는다면
'천국의 눈물'과 '미스 사이공'은 전혀 다른 작품이다.
그리고 극본 상의 몇몇 문제점들은 나 역시 인정...
창작 초연이니만큼 앞으로 treatment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
protest 2. stage
이 공연의 무대 디자인을 맡은 데이비드 갈로는
실제로 브로드웨이에서도 최고의 크리에이터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의 무대를 궁금해하는 이들도 굉장히 많았다.
'천국의 눈물'의 무대는
무대 스크린 영상과 경사 바닥 전체를 이루는 48개의 LED,
그리고 심플한 상징적 무대세트가 어우러져
공간과 빛을 변화무쌍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창조해 내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관객들은 이상하게도 사실적인 무대세트를 좋아한다.
뮤지컬 하면 연상되는 화려함이나 높은 티켓가격 때문인지
각각의 배경에 맞는 덩어리 큰 멋진 무대세트들이 휙휙 바뀌고 해야
무대 좋더라 하는 말이 나오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뮤지컬 갓 입문한 관객들도
일 년에 수십 편씩 보는 마니아 관객들 공히 마찬가지다.
난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무대 디자이너 중
박동우 디자이너의 함축적이고도 심플한 무대를 무척 좋아한다.
일차원적인 사실성에서 벗어나
작품 전체를 모두 꿰뚫는 그리고 무대 메커니즘의 운영이 반영된
훌륭한 Simplicity는
웬만한 내공과 능력, 아이디어가 아니면 결코 창출될 수 없음이
왜 아직까지도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는지...
연극적 상상력의 결핍 탓인가......
music
'지킬 앤 하이드'로 유명한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은
유난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에 잘 맞는 듯하다.
그의 음악을 좋아하는 나 역시,
처음에 사전제작한 '천국의 눈물' 영어 OST를 들었을 때에
전체적으로 좋았긴 했지만
'Can you hear me' 외에는 특별히 귀에 꽂히는 넘버가 없었고
'몬테 크리스토'의 음악보다 대중성이 좀 약한 듯한 느낌도 받았었다.
그런데 새로운 Orchestration으로 편곡된 음악들을
공연장 현장에서 직접 들었을 때 그 느낌은 확연히 달랐다.
거의 대부분의 넘버들이 무척 아름다웠고 또 우리말 노래도 더욱 다가왔다.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은 이 작품을 가능하게 했고
또 이 작품을 진정 빛나게 해 주고 있었다.
and others
가브리엘 베리의 연출도 뛰어났다.
각 씬들을 만들어 내는 솜씨가 역시 남달랐다.
남자주인공 '준' 역은 김준수 그리고 전동석의 공연을 보았는데,
김준수에 대해서는 선입견 때문에 기대를 별로 하지 않아서인지
생각보다 잘 해서 오히려 약간은 놀랬다.
저음이 약하고 대사/가사 전달력이 좀 미흡한 점이 있긴 하나
캐릭터를 잘 이해하고 있었고 연기력도 안정적이었다.
올해 최고의 기대주로 꼽히는 전동석은
외모, 가창력, 연기력 모두 좋은 무기를 갖추고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여자주인공 '린' 역의 윤공주는
이제껏 여러 다른 캐릭터들을 언제나 잘 소화해 온 그녀답게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 빛을 발했다.
'그레이슨 대령' 역의 브래드 리틀은
어떠한 설명을 더 붙일 필요도 없이 역시 최고!
그리고
'Can you hear me'에 이어
마치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는 듯 전쟁터로 떠나는 1막 엔딩씬,
그리고 이란영 안무가의 실력이 또 한번 발휘된
2막의 'Raining Fire' 씬은 정말 인상적이었던...
p.s. 김준수가 출연한 오프닝 공연을 뒤에서 보며 놀랐던 것...
1층 관객들도 너도나도 망원경을 들고 있었다는...
그리고 무대 위의 그와 1500명 관객이 정말로 하나된 그 일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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