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brief comment

Rain Man

spring_river 2010. 6. 11. 12:25



쇠퇴하는 기억력에 놀라고 한탄하는 건
사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쇠퇴의 이유가

크고작은 중요하고쓸데없는 너무 많은 정보로 뇌의 Capacity를 초과해서인지

나이가 들어가는 당연한 이치로 뇌의 Competence가 저하되기 시작해서인지 모르겠으나
쉼없이 수많은 정보를 뱉어내는 이 사회에서
되도록이면 내게 정말 필요하지 않는 건 굳이 가까이 하지 않으려 하고

지치지 않고 머리를 쓰도록 강요하는 이 사회에서
되도록이면 이제 머리를 좀 덜 쓰려고^^ 나름의 대응을 해 보아도

시간의 무게만큼 기억력은 계속해서 덜어져 내게 떠나간다.

처음에 이 블로그라는 것을 조용히 시작한 이유 중의 하나도

영화나 공연을 보고나면 분명히 특별한 느낌과 생각이 있는데
그 순간이 그냥 지나고나면 흩어지고 마는지라
짧게라도 기록을 해야겠다는 것 때문이었다
.
근데 정말로 책이나 드라마, 영화들 모두 늘^^ 새롭다. (미치겠다
......)
분명히 본 건데
,
그냥 본 것도 아니고 재미있거나 감동적으로 특별한 느낌이 있었던 게 분명한 작품인데

줄거리조차 생각이 잘 안 난다...
케이블에서 다시 해 주는 걸 보면 마치 처음 보는 듯 새롭기까지하다
...
이제 뭐든지 두 번은 봐야 하나... 두 번 보면 설마 세 번째에는 기억하려나
...
그래서 요즘 잠깐 든 생각은

나중에 과연 이 블로그가 내가 바랬던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싶다
.
일부러 작품 줄거리는 쓰지 않고 느낌이나 생각만 끄적거린지라

차후에 보면 그 때의 느낌이 다시 생각나기는 커녕
이게 무슨 작품이었지? 기억이 안 나 번번이 좌절할 거다
...

서론이 길었다
...
연극 '레인맨'은 더스틴 호프만, 톰 크루즈 주연의 그 영화 '레인맨'을 무대화한 것으로

일본, 영국 등에서 스타 캐스팅으로 흥행에 성공했던 바 있는 작품이다.
공연을 보기 전 잠시 영화를 떠올려봤다
.
이 영화, 분명 감동적으로 봤고

그 이후로 TV에서도 한두번 더 전체는 아니지만 부분적으로 본 작품이다
.
그 정도면 사실 큰 줄거리 테두리 뿐만 아니라 세부적인 내용까지 꿰고 있어야 맞다
.
근데 그만큼 상세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
이 정도의 작품은 반복의 힘을 빌지 않아도 첫 만남 그 자체로 또렷해야 하는 작품이다
.
그런데 그 반복조차 기억에 도움이 되지 않다니... 대체 이 놈의 기억력은 어찌해야
......
그냥... 공연과는 상관없는 넋두리다
...

조승우, 조정은 등 특히 계원예고 출신의 20대의 뮤지컬 배우들이 한결같이

이 길의 선택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이로 꼽는 배우가 바로 남경읍씨다
.
뮤지컬계의 큰형님같은 존재라 익히 너무 많이 들어왔지만

또 생각해 보니 실제로 내가 그의 공연을 본 적은 이상하게도 한 번도 없는 듯했다
.
(
혹시 모른다... 옛날에 봤는데 내가 기억을 못할 지도
...)
그래서 레인맨의 캐스트를 일부러 남경읍 남경주 형제의 페어로 선택해서 보았다
.
실은 작년 초연 때였나
...
임원희, 김영민씨 등 (물론 영화도 하지만) 연극배우들의 무대였을 때에 보고 싶었는데

이 공연을 보고 나니 그 생각이 더해졌다.
물론 남경읍 남경주씨 모두 좋은 연기 보여 주셨지만

넓어진 무대 때문인지 연출 때문인지 배우와 장르의 궁합 때문인지

연극적 에너지와 감동의 진폭이 왠지 충만하지는 않았다.
보통 TV 탤런트나 연극배우 출신 영화배우들이

소진된 힘을 추스리고 초심으로 돌아가 연기의 본질을 되찾고 싶을 때에
연극 무대를 찾곤 하는데
사실 남경읍 남경주씨가 뮤지컬 출연 또는 연습 스케줄과 겹쳐 있는 상태로
이 연극을 하고 있어서인지
이 작품의 쉽지 않은 캐릭터 연출에는 역시 오랜 내공이 느껴졌으나
이 연극 무대에만 집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어쩔 수 없이 무대에서 읽힌다.
두 분 다 겹치기 싫어하시고 그 누구보다 무대에 철저하신 분들인데 어찌하여
...
그만큼 무대는 정직하다
...

공연 중에 지속적으로 들리는 빗소리와 무대 그리고 조명은 무척 따뜻했다
.
레인맨이 왜 레인맨인지 드러나는 부분에서 또 한번 나의 기억력에 좌절을
......
동생 찰리의 기억 속에 어린 시절 외로움을 나누던 가공의 친구 이름이

실은 어린 나이에 말을 정확히 하지 못해
형 이름인 레이몬드를 레인맨으로 불러서였다는
...

극중에서처럼 따뜻한 기억들은 되찾아졌으면 좋겠다
.
잊고 싶은 기억들은 아무리 밀어내도 버티고 있으니 돌아올 자리가 없는 건가
...
할 수 있다면 머릿속의 기억력을 정리하고 재배치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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