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동안 3편의 영화를 연이어 보다...
(의도적이었던 건 아니고, 3편 중 2편은 종영이 얼마 남지 않은 듯하여
뒤늦게 서두르다 보니 어찌어찌하다 잇달아 보게 된...)
세 영화의 공통점은
물론 알다시피 칸느영화제 출품작이다.
(칸느 출품작이라 일부러 챙겨본 건 아니고,
3편 모두 원래 보고 싶어했던 영화였는데 그 3편이 다 칸느에 간 것 뿐이다...)
그리고 세 영화의 감독들의 작품을 이제껏 거의 봐 왔다는 것이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는 그의 감독작 5편 모두를 꼭꼭 챙겨봤다.
'초록물고기', '박하사탕', '오아시스', '밀양' 그리고 '시'까지.
그는 다른 감독과 비교할 수 없는 깊이감을 안겨주는 영화감독이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첫 작품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서 특별한 인상을 받아
'강원도의 힘, '오!수정'까지는 열렬히 환호를 하다가
'생활의 발견',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 이르면서 그의 스타일에 염증을 느껴
'극장전'은 패스했고
'해변의 여인'은 홍상수와 고현정의 만남에 대한 궁금증으로 봤으나 역시 별로였고
그러다가 최신 전작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서는 변화된 그의 모습에 왠지 편안해졌고
그리고 '하하하'까지...
근데 '극장전'을 몇달전 케이블TV에서 봤으니 결국 그의 작품을 다 본 셈이다...
임상수 감독의 영화는 그의 감독작이라 관심있어 본 게 아니라
그의 필모그라피를 보면서 "어? 이 작품이 이 감독의 영화였어?"하고 살펴보니
의외로 내가 임상수 감독의 영화를 거의 다 봤다는 걸 이제서야 알게 된 경우...
'처녀들의 저녁식사', '바람난 가족', '그때 그사람들', '오래된 정원' 그리고 '하녀'...
그의 감독작 중 내가 보지 않은 작품은 '태양은 없다', '눈물' 2편 밖에 없다...)
요즈음...
뭔가를 쓴다는 게 갈수록 힘들어진다.
직업적인 글쟁이도 아니고 뭔가 대단한 걸 쓰는 것도 아닌데
그냥 끄적거리는, 별거 아닌 무언가도 괜히 힘겹다.
머릿속도 헝클어져있고 가슴속도 꽉차는 뭔가의 느낌이 없고
뇌 속의 아이디어와 언어는 흩어져있고 글씨를 쓰는 손끝은 무뎌져있다.
나이들어서 그런 건가...
그래서...
어찌하다 보니 세 편을 연이어 보게 되어
그래 한 편씩 쓰지 말고 세 편을 묶어
세 번 할 일을 한 번만 하자 하고 요령을 부리려 했더니만
더욱 낭패다... 뭘 써야 하지...
오히려 세 배의 무게감이 짓누른다...
에잇, 그냥 얼추 쓰자......
◐ 두 편씩 묶어볼까?...
- '시'와 '하녀'에서 섬뜩했던 씬_
'시'의 오프닝씬. 강물이 흐르고 아이들이 뛰노는 편안한 마을풍경에
강물 위에 시체가 떠오르고 그 왼편에 써내려지던 제목 '시'...
시체와 '시'가 나란히 함께 놓여지는 그 오프닝부터 정말 섬뜩했다.
그리고 '하녀'의 엔딩씬. 과연 저 여자가 어떻게 복수를 할까 생각하면서
자신을 잘 따르던 주인집 그 귀여운 딸을 해치나? 하는 예상을 하고 있다가
불이 붙는 찰나 깜짝 놀라며 소름이 돋았다.
살인 대신 더 끔찍한 방법으로 트라우마를 남기는...
파격적이었다기보다는 예상 외였던지라 놀라고 섬뜩했다.
영화 중간에 주인집 부부와 딸이 거실에 앉아 오페라 아리아를 듣는 장면이 나오는데
영화 '필라델피아'에서 경렬한 인상을 주었던 바로 그 곡이다.
'나의 어머니는 돌아가셨소'... 왜 이 곡이 나오나했더니......
- '시'와 '하하하'에 등장하는 시_
'시'의 미자는 시 한 편을 쓰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묻는다.
사물을 새롭게 보고 이제껏 가장 아름다웠던 기억을 떠올려보라는 대답이 돌아오지만
고통 끝에 그녀는 아름답기 어려운 삶에서 세상에 대한 외침을 시로 옮긴다.
'하하하'의 세 남자 모두 시를 쓴다.
시인이라는 남자는 모든 것에 시비를 걸고 현학을 부리면서도
결국 영화 속에서 그의 시는 등장하지 않으며
좋은 것만 본다는 한 남자와 우울해 미치겠다는 또 한 남자는
여자를 꼬시기 위해 시를 쓰고 각각의 그녀에게 읽어주며 마음을 얻는다.
참 그리고...
미자가 다리 아래를 내려다보는 모습과
엔딩에 등장하는 '아녜스의 노래' 싯구에서
이상하게도 고 노무현 대통령이 떠올려졌다.
특히 그 시는 노무현 대통령 영전에 올리는 헌사 같은 느낌이었다.
죄의식없는 직접적 가해자를 대신한
간접적 가해자의 뒤늦은 고백이 이렇게 또 중첩된다...
- '시'와 '하하하'의 일상의 연결성 그리고 일상의 도덕성_
두 작품 모두
서로 무게감은 다르나
관계없어 보이는 일상의 연결성을 다루고 있다.
'시'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로서만 적당히 안타까워했던 것이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채 뒤흔드는 사건으로 다가오고,
'하하하'는 사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거리로 분화되어 스친다.
그리고 일상의 도덕성...
이창동 감독답게 그리고 홍상수 감독답게 자신의 방법과 방향대로
비수를 그리고 화살을 던진다.
◑ 그리고 스크린의 엔딩 크레딧을 바라보며...
'시'의 경우는, 뭔가 묵직한 그리고 쓸쓸한 그리고 한동안 말을 잊게 하는...
'하하하'의 경우는, 전작에 이어 역시 변화된 홍상수스러움에 씨익 웃게 하는...
'하녀'의 경우는, 엔딩의 충격이 쉽사리 가시지 않는 그러면서도 왠지 씁쓸한
그래서 김기영의 원작과 김수현의 시나리오가 괜히 궁금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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