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brief comment

밀양

spring_river 2007. 6. 25. 16:55




원래 꼭 보려는 작품은 보기 전에 사전 정보를 일부러 차단하는 편이라
'밀양' 역시 어떤 스토리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 영화를 보았다.
포스터들에서 그냥 느껴지는 것처럼

굉장히 평범하지 않은... 상처 많은 두 사람의 특별한 사랑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
영화를 보면서 둔기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 이런 이야기였어
?
전혀 예상치 못했던 스토리 흐름에 적지 않게 당황하는 바람에

사실 영화를 100%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회의 끝나고 헐레벌떡 영화관에 늦게 도착해서 약 10분 정도 앞부분을 놓친 데다가

이창동 감독의 영화는 그냥 영화와 다른 많은 상징과 생각할 꺼리들이 있는데
최고의 연기를 보여 주었다고 찬사를 받는 전도연, 송강호의 연기도 제대로 못 느끼고
그러한 것들을 거의 놓친 채 그냥 멍하니 영화를 보았다.
영화가 끝나고... 머리와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이었다
.
이대론 안 되겠다... 한 번 더 다시 봐야겠다 생각을 하고

여기에 블로그 남기는 걸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는데
요즘 스케줄에 과연 한 번 더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길지 자신이 없고 해서
그냥 쓰기로 했다... 영화 감상평이라기보다 영화 보면서 그냥 든 생각들이다.
근데... 진짜 다시 한번 더 봐야 하는데
...

일단 종교에 대해
...
사실 난 종교라는 게 기본적으로 사람들에게 '기복'신앙이라고 생각한다
.
매주 교회나 성당에 나가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들어달라고 빌고

그리고 잘못했던 걸 용서해 달라고 하면서 위안을 받는다.
내게도 그랬다. 성당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을 다니고 국민학교 1학년때부터

대학교 1학년 여름까지 약 12년반을 성당을 다녔는데

그 시절을 돌아보건대 내가 성당을 오랫동안 다녔던 원동력은 2가지였다.
첫 번째는, '기복'의 의미였다. 크고작은 시험에 시달렸던 학창시절에

내가 성당에서 주로 빌었던 건 시험 잘 보게 해 달라는 것이었던 것 같다.
한 주라도 성당에 나가지 않고 기도를 하지 않으면 왠지 시험을 못 치를 것 같은

그런 생각까지도 아마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두 번째는, 약간 사소하지만... 미사 때마다 오르간 반주를 했던 관계로

그러니까 내겐 중요한 역할이 있었고 그만큼 책임이 있었다.
대학을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학교 근처의 연희동 성당으로 교적을 옮겼는데

3~4달 다니다가 성당을 나가지 않게 되었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무종교 상태다.
성당을 다니지 않게 된 이유는 약 3가지 정도 되는데
,
첫 번째는 그 '기복'과 관련된 것이었다
.
대학을 들어가게 되면서 시험 잘 치르게 해 달라는 식의 간절한 사항이 없어졌고

그 전까지만 해도 성당 나가지 않으면 당장 내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 같았는데
어라... 성당을 나가지 않아도 내게 아무런 일이 생기지 않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성향의 문제였다. 원래 카톨릭 자체가 성향이 좀 진보적이긴 하지만

光州의 경우 지역 성향 탓인지 그 진보성이 좀 강한 편이다.
사실 그 안에 있을 때엔 그게 진보적이었는지 어떤 건지 모르고 있었는데

성당을 옮기고 보니 여실히 차이를 느끼게 되었다.
부유한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연희동 성당의 경우

미사 중간에 신부님이 말씀하시는 내용 자체가 너무 낯설었다
.
결국 동화되지 못하고 겉돌다가 냉담자를 거쳐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
마지막 이유는... 짧게 얘기하면, 유물론 공부를 하다 보니 많은 회의가 들었고
...
그래도... 지금도 갑자기 뭔가 간절히 원할 일이 생기면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주기도문을 외게 된다. 성당도 안 다니는 주제에...
몇 년 전 그루가 중환자실에 있을 때에 아마 10년간 할 기도를 다 했을 거다
.
그리고 공연 오프닝날 시작 직전 암전 때에 또 저절로 기도가 나온다
...
인간이라는 게 워낙 약한 존재로 어쩔 수 없는 걸까
...
종교는 기본적으로 '기복'의 역할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
영화 '밀양'을 보면서 또... 종교라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

난 사형제 폐지에 찬성하는 부류다
.
미안하지만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처럼 인권 등등을 생각해서가 아니다
.
사형선고를 받을 만큼 큰 죄를 지은 사람은 그냥 쉽게 죽이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
차라리 감형없는 무기징역으로 죽기 직전까지 감옥에서 고생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
그 생각이 중간에 잠깐 흔들렸던 때가 있었는데

TV
프로그램에서 감방이라는 공간을 보고난 후였다.
언뜻 생각에 차디찬 시멘트 바닥의 그런 감방이려니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보니 감방이 생각보다 쾌적해 보였다. , 저건 아닌데...
그리고 영화 '밀양'을 보고 그 생각이 또 많이 흔들렸다
.
, 저럴 수 있는 경우도 있구나
...
그 속에서 신앙을 갖게 되고 자신의 죄를 다 용서받았다고 생각하며

평안하게 지낼 수도 있는 거구나...
저건 아닌데... 이제 사형제 폐지에 반대할까보다
......

사실... 이렇게 쓰고나니 괜히 미안하다
...
이 영화가 이런 신변잡기 같은 얘기를 늘어놓을 영화가 아닌데
...
충격을 좀 덜어내고... 다시 봐야지... 그리고 영화 얘기는 다시 써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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