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brief comment

Miss Saigon

spring_river 2006. 8. 2. 12:08



1. 과연 '뮤지컬 빅 4'의 이름에 걸맞는 보편타당함이 있는가...

   
아무래도 '미스 사이공'은 음악적인 훌륭함에도 불구하고
   
내용상의 불편함이 큰 감동으로까지 이어지는 데 방해를 한다
.
   
한국과 비슷한 역사적 배경이나

   
베트남 파병 및 라이따이한 배출에 같은 혐의를 안고 있는 죄의식 때문이라기보다
   
베트남에 대한 지독히 왜곡된 오리엔탈리즘적인 시각과
   
뻔뻔하기 그지없는, 다소 역겹기까지 한 미국의 태도 때문이 더 크리라.
   
수년 전에 투어 공연이 올려진 바 있는 '레미제라블'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Big 4
의 네 작품 모두에 대해 말할 수 없긴 하나,
   
캣츠나 오페라의 유령의 경우는 적어도 감동을 저해하는 요소는 없으며

    20
년 가까이 전세계적으로 변치않는 높은 사랑을 받아온 이유에 대해
   
두말할 것 없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작품이다.

   
사실 ' 4' (한국에서는 세계 4대 뮤지컬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는...)라는 게

   
영국에서 처음 제작되어 미국으로 건너가 브로드웨이를 오랜 세월 점령하는 등
   
뮤지컬 산업의 흐름을 많이 바꿔놓은, 뮤지컬 역사상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걸작이지

   
세계 뮤지컬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은 아니긴 하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가장 큰 사랑을 그리고 매우 오랫동안 받고 있는 데에는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
   
네 작품 중 '미스 사이공'이 가장 단명한 이유를 알겠다
......


2.
화려한 외양을 버리고 내실을 추구한 결과는...


   
이 작품이 이른바 ' 4'의 마지막 한국 공연작이 된 이유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미스 사이공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경우

   
무대 위에 헬기가 뜨는 것 외에도
   
이후 많은 작품들이 영향을 받게 된 대단히 화려한 스펙터클들로 유명하다.
   
워낙 프로덕션 규모가 엄청나다 보니

   
웬만큼 장기 공연을 하지 않는 한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데

   
그만큼 장기 대관을 할 수 없는 한국 공연시장 환경이 큰 원인이었다.
   
이 점이 비단 한국에만 해당하는 사항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마찬가지인지라

   
미스 사이공 측에서는 특히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둔 투어 프로덕션을
   
재제작하기에 이르렀다
   
그 유명한 헬기 장면도 3D 입체영상으로 대체되었고

    'American Dream'
장면도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대체되었으며
   
무대 세트 자체도 투어 프로덕션에 적합하게 간소해졌다.
   
이렇게 화려함이 축소된 대신, 드라마적인 측면을 강화시킨 새로운 프로덕션이

   
오랜 기간 동안의 수많은 제작사들의 출혈 경쟁 속에 드디어 한국을 찾았다
.
   
그러나 그 결과는
...

   
드라마적인 측면에서 매우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는 한계 때문에

   
전쟁의 폐허 속에 피어난 가슴시린 사랑이라든지 눈물겨운 모성애 등이
    100%
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못하는 가운데
   
스펙터클의 전율마저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결과를 빚은 게 아닌가 싶다
.

   
초연시의 Originality를 대부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캣츠, 오페라의 유령과 달리
   
미스 사이공의 경우는 생명 연장을 위해 중요한 Originality를 놓친 게 아닌지...
   
브로드웨이에 올해 새롭게 올라가게 될 '레미제라블'

   
초연 프로덕션을 많이 축소한 버전이라고 들었는데 이는 또 어떤 모습일지
...
   

3.
그래도 '미스 사이공'...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순전히 '음악' 때문이다.
    'The Movie in My Mind', 'Why God Why?', 'Sun and Moon',
    'The Last Night of the World', 'I Still Believe'

   
매우 주옥같은 뮤지컬 넘버들이 많다.
    
   
이번 한국 공연에 대한 평가를 해 보자면
...
   
이전에 오리지널 OST CD를 많이 들어서인지

   
한국어 노래로 듣는 미스 사이공은 어쩔 수 없이 음악적 감흥이 좀 떨어졌다.
    '
' 역의 김보경은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꽤 높은 연기력과 가창력을 보여 주었다
.
   
다만 특유의 앵앵거리는 보이스컬러가 좀 거슬렸지만

   
고난이도의 노래들을 청아한 음색으로 무리없이 소화해냈다
.
    '
크리스' 역의 마이클리는 재미교포라는 우려대로 한국어 발음이 어색했지만

   
브로드웨이 출신 배우다운 뛰어난 가창력이 돋보였다. (다만 키가 좀 컸으면...)
   
이 작품의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엔지니어'역의 경우

   
김성기씨가 공연을 며칠 앞두고 뇌출혈로 쓰러지는 바람에
   
커버 배우 (류창우)가 전 공연을 소화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비교적 안정적이었지만 무대를 휘어잡는 존재감은 역시 좀 아쉬웠다
.
   
앙상블의 수준 (특히, 댄스)은 매우 높았지만

   
음향 밸런스의 문제인지 앙상블 합창의 가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
    (
관객들의 이런 항의가 많았는지 한국 제작사 측에서 이례적으로

    
홈페이지에 전곡 가사가 올려 놓을 정도였다
...)
   
몇몇 부분들이 아쉽긴 했지만
 
   
라이선스 프로덕션의 경험이 없는 회사에서 처음으로 제작한 것치고는

   
꽤 괜찮은, 안정적인 프로덕션이었다.

   
역시 장기 대관이 어려운 환경 때문에

   
한국 초연을 성남아트센터에서 시작해서 서울로 올라오게 되어서인지
   
현재, 초연의 성과가 큰 폭발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5
억을 투자한 조선일보에서 많은 기사를 쏟아내고 있긴 하지만
...

   
서울에서의 본게임의 결과가 어떨지 자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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